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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현 ‘반전의 세계사’] 종교가 된 정치, 신이 된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 그대는 우리의 위대한 총통이시니/당신의 이름이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옵시고/당신의 제3제국이 임하옵시고/당신의 뜻만이 지상의 법이나이다/……/우리는 최후까지/목숨을 걸고 따르고 받드오리다/당신께 맹세하나이다, 하일 히틀러!” 히틀러 유겐트 청소년들과 열성 나치 당원들 사이에서 널리 암송된 이 히틀러 기도문은, 누구라도 그것이 주기도문의 모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월적 존재를 우러러보며 호소하고 그의 치세가 실현되기를 기원하고 충성 서약으로 끝나는 플롯이 거의 동일하다. 히틀러 기도문과 더불어 순교한 당원들의 피로 물든 나치 깃발 앞에서 진행된 서약식은 비밀스러운 이단 숭배와 같은 비장미를 연출하여 총통과 제3제국을 위한 예비 순교자를 키우는 데 중요한 의례였다. 나치 시대를 내밀하게 기록한 유대계 언어학자 빅토어 클렘퍼러는 나치의 비즈니스가 정치에서 종교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썼다. 언어학자인 그가 볼 때, 히틀러의 기독교적 수사는 독일인들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경건주의와 천년왕국의 집단 심성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나치즘은 한 마디로 컬트 종교처럼 굴었다. 나치는 기독교 교회와 독일인들의 충성심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나치 당원들은 나치당의 정복 차림으로 교회에 가지 못했고, 교회 밖의 교파 모임에도 정복 차림은 금지되었다. 나치는 ‘무신론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신론자는 신과 같은 최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에, 총통과 당의 규율에 복종하지 않는 잠재적 위험 분자일 거라고 의심했다. 궁극적으로 기독교도 버릴 수 있지만, 최고의 권위를 존중하고 따르고자 하는 종교적인 심성은 가져야 한다는 게 나치의 내부 방침이었다. 정치종교, 근대 정치의 핵심의제로 그래도 나치는 기독교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고, 기독교의 나치화에 치중했다. 1933년 11월 10일 마르틴 루터 탄생 4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할 때, 나치는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이 완성된다고 선전했다. 무료릴게임 1938년 시너고그(유대인 회당)와 유대인 상. 등에 대한 폭력과 약탈의 밤인 ‘수정의 밤’이 루터의 탄신 기념일과 겹치는 것도 반드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대중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구원의 정치’는 1930년대 파시즘 정치의 일상적 풍경이었다. 군사력만을 강조한 보수주의 기성 정치가들과 달리 파시스트들은 국민의 열정과 단결을 강한 나라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아우슈비츠의 기록자 프리모 레비에 따르면, “이제 사람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마치 신처럼 믿고 찬양하고 숭배하고 흠모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나치의 정치종교가 사람들의 내면을 얼마나 깊게 파고들었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몇 가지 단서는 있다. 유년기와 청소년 시대에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각급 학교나 히틀러 유겐트, 라디오, 신문, 영화 등에서 나치의 선전 세례를 받고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전쟁 세대의 반유대주의가 다른 세대 집단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나오는 전후의 각종 여론조사가 좋은 예이다. 또 군 장교들의 경우에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 서약이 ‘도덕적 구속복’처럼 작용해 불복종을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느끼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종교로서의 나치즘이 정교하게 만든 충성서약, 대중집회의 프로토콜, 상징주의적 의례 등은 권력의 카리스마적 효과를 매개하여 국민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1930년대 정치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이제 정치는 거의 종교처럼 굴었다. 1차 세계대전 승전 5주년을 기념하는 1923년 11월 4일의 승전 기념일 의례는 이탈리아 파시즘의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무솔리니는 수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국의 제단’에 올라가 무명용사 비 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었다. 두체(지도자, 무솔리니 별칭)가 손가락 하나로 1분간의 묵념을 지시하자 수만 군중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1분간 묵념을 했다. 군중이 손짓 하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광경은 파시즘이라는 신흥종교의 탄생을 알렸다. 무명용사의 영령 앞에 무릎을 꿇은 무솔리니는 곧 신성한 국가 종교의 의례를 집전하는 사제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릴게임사이트 그는 사제 흉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파시즘이 이탈리아의 영적 갱생을 주도하는 ‘종교적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목표는 모든 이탈리아인을 파시즘으로 개종하는 것이었다. “전체 국가”를 꿈꾼 무솔리니는 권력을 장악한 데 만족하지 않고 이탈리아 국민 개개인의 내면까지 지배하고 싶어 했다. 현실 정치로 들어간 파시스트들은 민족을 숭배하는 정치종교의 의례를 집전하면서, 국기는 성체로 국기에 대한 로마식 경례는 성찬식이라고 설교했다. 또 파시스트야말로 이탈리아 민족에 대한 신성모독의 죄를 범한 사회주의자들을 징벌하는 민족의 십자군이자 애국적인 시민종교의 예언자라고 떠벌렸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이 가장 부러워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국가신도(國家神道)에서 정치종교의 이상적 모델을 발견했다. 이들이 볼 때, 약체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조국에 절대적인 신성을 부여하고 정교한 숭배 의례를 통해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킨 국가신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일본의 신은 다름 아닌 일본이라는 데, 파시스트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전통 종교인 그리스도교와 국민의 충성을 놓고 경쟁해야 했던 유럽의 국민국가들에 비하면, 국가신도의 일본은 정치종교를 발전시키는 데 유리한 고지를 .하고 있었다. 국가가 이미 신성화되어 신의 자리를 차지한 국가신도는 지방 신사, 정치종교적 의례, 학교 행사 등을 통해 일본 사회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고 연출되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바로 그 일본이라는 정치종교의 신전이었다. 국립묘지에 모신 유럽의 전사자와 달리, 일본의 전사자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으로 모셨다. ‘호국의 군신’으로 전사자를 신격화하는 것 또한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야스쿠니 신사의 ‘호국영령’ 현창과 제사 논리는 해방된 대한민국에서도 이어졌다. 야스쿠니 신사, 일본 정치종교의 신전 1956년 현충일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고, 전사자에 대한 동시 묵념, 조기의 전국적 계양, 추모곡 합창 등 전국적으로 동질화된 정치종교적 의례는 국민적 단합을 위한 주요 장치들이었다. 릴게임주소 정치종교적 의례는 결국 국가에 대한 충성과 권위에 대한 복종을 몸과 감각이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세속적인 정치적 실재를 신성화하고 거기에 최상의 윤리적 규범을 부여하는 정치종교는 남한보다 북한에서 더 발전했다. ‘김일성 민족’ 개념, 김일성 생년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의 ‘태양절’ 제정 등을 보면, 북한의 주체사상이 “수령과 그 사상을 절대화하는 배타적 유일신교”라는 평가도 과장은 아니다. 북한의 혁명 서사는 성경의 구원 서사와 유사한 구조로 김일성을 북한 인민을 구원하는 메시아로 제시했다.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론이나 지도자 김일성=‘아버지/구세주’ 대 인민=‘자녀’로 형상화한 서사 구도 등은 김일성주의에 대한 기독교의 강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목사 빌리 그레이엄이 김일성의 귀한 손님이었고, 김일성과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첫 만남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는 일화도 크게 놀랍지 않다. 종교적 심성에서 서로 통했을 것이다. 냉전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서 보면 북한이야말로 시민종교에 대한 루소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한 나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치종교로서의 북한의 김일성주의가 돋보이는 부분은 10만 명이 참가하는 스펙터클 아리랑에서 보듯이 그 의례의 수행성에 있다. 아리랑의 2막에서는 ‘의지의 승리’라는 슬로건까지 나오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1934년 리펜슈탈이 만든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다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하다. 전통 종교의 신 대신 국가와 민족, 그리고 혁명이라는 세속적 실재를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종교는 이처럼 서양과 동양, 독재와 민주주의, 좌파와 우파의 경계를 넘어 근대 정치의 핵심의제로 등장했다. 루소는 18세기 말 국가를 구하려면 시민종교를 세우라고 폴란드인들에게 충고했지만, 다른 시민종교를 믿는 타자들을 죽이는 게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할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정치가 공론장을 벗어나 종교의 성전이 되면,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다.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 서강대에서 서양사 전공. 대표 저서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2021), 『기억 전쟁』(2019), 『대중 독재』(2004), 『우리 안의 파시즘』(공저 1999) 등이 있다. 위한 예비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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