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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전투기가 적의 미사일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탑건 : 매버릭'에서는 주인공과 동료들이 탄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들이 적의 S-125 지대공 미사일을 피해 고난도 회피 기동을 하는 모습이 나오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에너미 라인스'에서도 주인공이 탄 F/A-18F 전투기가 적이 쏜 9K35 스트렐라-10을 피해 저공에서 급기동을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심지어 우리 공군이 적극적으로 제작 지원에 나섰던 'R2B : 리턴 투 베이스'에서는 TA-50 전투기를 조종하던 주인공이 “태양만 있으면 미사일도 피할 수 있다”면서 전투기를 수직으로 상승시켰다가 엔진을 끄고 활공해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는 장면까지 나온다.
미사일을 피해 아슬아슬 비행하는 전투기...영화에서나 가능한 허구
보통 사람이라면 정신을 잃고도 남을 살인적인 중력가속도를 전투기 파일럿이 버티며 급기동을 소화하고, 지상 충돌 직전의 아슬아슬한 저공비행을 하다 미사일을 지형지물에 명중시키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허구다.
전투기를 잡기 위해 만든 지대공·공대공 미사일은 느린 것도 초속 700m, 빠른 것은 초속 1,300~1,700m의 속도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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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은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보다 더 급격한 방향 전환도 가능해서 50~60G의 중력가속도를 버티며 목표물을 쫓아간다. 반면, 전투기는 기껏해야 초속 270~300m의 속도로 비행하고, 최상의 기량과 컨디션을 갖춘 조종사도 9G 이상을 버틸 수 없다. 9G란 전신에 가해지는 중력이 9배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라도 9G 상태로 15~20초 이상 버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말해 전투기 조종사의 눈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이 보였다면, 조종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젝션 레버를 당기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이젝션 레버(Ejection Lever)
전투기가 고장 또는 손상으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됐을 때 조종사를 기체 밖으로 탈출시키는 사출좌석을 작동시키는 장치. 조종사가 이젝션 레버를 당기면 캐노피(유리개폐창)가 폭발·분리되고, 좌석 하단에 설치된 로켓이 작동해 좌석을 일정 고도 이상으로 밀어 올린 뒤 낙하산이 개방돼 조종사의 안전한 탈출을 지원한다.
전투기의 공중전 역사는 110년...조종사가 권총으로 공격했다
인류가 공대공 전투, 즉 항공기와 항공기 간 전투를 벌인 것은 이제 110년이 조금 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초기, 서부전선 상공에서 마주친 연합군과 독일군 항공기들은 서로를 향해 권총을 쏘거나 돌 따위를 던졌지만, 이런 것들은 상대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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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효사거리가 기껏해야 수십 미터에 불과하고 장탄수도 적은 권총으로 상대 항공기를 맞힌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양측은 항공기에 기관총을 붙이기 시작했다. 기관총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공중전은 1914년 10월 5일 프랑스 상공에서 벌어졌는데, 이때 공중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교전은 보병용 기관총을 휴대한 관측수가 탄 프랑스 항공기가 비무장 독일 항공기 후방 수십 미터까지 접근해 기관총을 천천히 조준 사격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프랑스 항공기는 무려 15분 동안 독일 항공기 꼬리에 붙어 47발을 쐈고, 기관총 고장으로 포기하려던 순간 독일 항공기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인류 최초의 공대공 격추 기록이었다.
이 사건 이후 네덜란드에서 엔진 회전축과 기계식 방아쇠를 동기화해 프로펠러 블레이드가 총구 앞을 지나가는 순간에만 기관총 격발을 멈추는 장치가 개발됐고, 이것이 보급되면서 본격적인 공중전 시대가 열렸다. 각국 조종사들은 다양한 비행술을 개발해 적기와 싸웠다. 이때부터 많은 에이스(Ace)가 등장했다. 에이스란 5대 이상의 적기를 격추한 전투기 조종사에 붙는 칭호인데, 제1차 세계대전 때는 개인 격추 기록이 수십 대에 달하는 괴물 같은 에이스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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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남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독일 조종사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대위는 공식 격추 기록이 80대에 달할 정도였다.
항공기 보급이 이제 막 시작된 시기였고, 전투기 무장이 빈약했음에도 이런 격추 기록이 나왔던 것은 전투기 속도가 느리고 교전 거리도 짧았기 때문이다. 날개가 2중으로 된 복엽기가 주력이던 당시 전투기들은 시속 100~200㎞의 속도로 날았다. 이 속도는 지상에서는 매우 빠른 수준이지만, 공중에서는 대단히 느리게 느껴지는 속도다. 속도가 느린 복엽기들이 벌이는 공중전은 ‘꼬리물기’ 형태였다. 이들은 공중에서 마주치면 돌고 돌면서 어떻게든 상대의 뒤에 자리 잡으려는 경쟁을 벌였다. 이런 형태를 개가 싸울 때 뒤엉키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도그파이트(Dogfight)’라고 한다.
이런 공중전에서는 적기가 100m 이내에 들어왔을 때만 방아쇠를 당기도록 권장됐다. 그 이상 거리에서는 맞히기도 힘들뿐더러, 맞히더라도 격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복엽기는 양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날개에 기관총탄 구멍 몇 개 생겼다고 추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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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0005196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700m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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