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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잘생긴 외모로 유명한 나르키소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메아리처럼 반복하는 요정 에코의 사랑을 거절했다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저주를 받았다. 그는 거울처럼 맑은 샘물에 비친 자신만 바라보다가 죽어 자기도취를 뜻하는 나르시시즘이란 말이 생겼다. 그의 얼굴은 그지없이 아름다웠지만, 거울을 보듯 마주한 자기 모습은 삶의 의지를 빼앗을 뿐이었다. 오늘날에는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생명체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지난 9월 28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거울 생명체’의 위험성과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생명체를 이루는 일부 분자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서로 대칭을 이루는 두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생명체는 주로 그중 한쪽을 사용하는데, 다른 쪽으로 세균을 합성하면 천적이 없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거울 속에 악마가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거울 생명체 콘퍼런스가 열린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10월 7일 노벨위원회는 거울상 분자를 골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프랑스와 일본 과학자를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2001년 노벨 화학상도 같은 주제를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생체 분자의 비대칭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연구가 이제 싱가포르 콘퍼런스에서 논의했듯 자연과 정반대 구조를 가진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연결됐다. 어떻게 노벨상 연구가 인류를 위협하는 칼날이 됐을까. 藥과 毒의 두 얼굴, 거울상 이성질체 자연에는 모양은 똑같은데 한쪽은 약이 되고 다른 쪽은 독이 되는 물질이 있다. 바로 광학 이성질체(異性質體)다. 물리·화학적 특징은 같지만,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편광을 비출 때 물질을 통과한 빛의 회전 방향이 달라서 그렇게 부른다. 광학 이성질체는 거울에 비친 모습과 서로 겹치지 않는 키랄(chiral) 분자에서 나타난다. 키랄은 그리스어로 손을 뜻하는 ‘케이르(cheir)’에서 유래했다. 손오공릴게임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거울 대칭을 이루지만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 분자를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은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 형태를 가진 아미노산으로만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20가지 중 글리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미노기(-NH₂)가 왼쪽에 있는 L형이다. 라틴어로 왼쪽을 뜻하는 접두사 레보(Levo)에서 온 말이다. 아미노기가 오른쪽에 있으면 D형이다. 오른쪽을 말하는 라틴어 덱스트로(Dextro)에서 나왔다. 글리신은 L형, D형 구별이 없다. 아미노산과 달리 당 분자는 D형이다. 당은 유전물질인 DNA와 RNA의 골격을 이룬다. 과학자들은 자연에 없는 거울상 이성질체가 의약품에 유용하다고 보고 연구를 계속했다. 자연에 없는 구조를 가진 분자는 우리 몸의 효소가 분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약효가 오래갈 수 있다. 같은 물질로 다른 맛을 낼 수도 있다.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의 경우 L형은 감칠맛을 내지만, D형은 신맛이 난다. 하지만 잘못하면 약이 아니라 독을 만들 수도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말에 임신부의 입덧과 불면증을 완화하는 수면·진정제로 널리 처방된 약물이다. 이 약 때문에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다. 나중에 탈리도마이드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오른손형은 진정 작용을 하지만, 왼손형은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류, 자연 위협하는 빌런 될 수도 거울 생명체는 그보다 더 위험하다. 자연에 없는 거울 대칭 구조를 가진 아미노산과 DNA로 박테리아 세포를 만든다고 보자. 이런 거울 생명체에는 자연에 천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박테리아를 먹는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은 자연에 있는 거울상 이성질체만 먹이로 삼는다. 자연에 없는 형태라면 눈앞에 있어도 돌과 같이 본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도 마찬가지다. 인체 면역 세포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다 바다신2다운로드 . 급히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 인체 감염은 막아도 생태계 전체는 보호할 수 없다. 동식물 생태계가 거울 생명체에 무너지면 인간 역시 살아남기 힘들다. SF 영화에서처럼 어떤 무기로도 죽이지 못하는 생명체의 공격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노벨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해 과학자 38명은 2024년 1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거울 생명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거울 생명체가 나오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봤지만, 최근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 생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지난 7월 세포 성장과 복제, 분열 능력을 모두 갖춘 합성 세포를 발표했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세포가 최소한의 DNA만으로 세포의 일생인 전 주기를 모두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세포의 구성 성분을 그러모아 만드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인공 세포를 만들었다. 반면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미국의 생명과학자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자연에 있는 세포에서 유전자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탑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을 썼다. 그는 2010년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가진 박테리아 JCVI-syn1.0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합성 유전자의 통제를 받는 박테리아 세포가 탄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같은 방법으로 자연에 없는 거울상 이성질체 분자를 가진 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공 생명체를 만든 벤터 박사도 2024년 사이언스 논문 저자로 참여해 거울 박테리아를 개발하는 연구를 금지해야 하며, 연구비를 지원해서도 안 된다고 촉구했다. 사이언스 논문 이후 2025년부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맨체스터에서 거울 생명체를 막자고 하는 국제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이번 싱가포르 콘퍼런스도 그 일환이다. 과학계 자정 노력의 상징, 아실로마 일부에서는 거울 생명체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다고 본다 골드몽게임 . 어떤 국가나 심지어 테러리스트라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거울 생명체를 무기로 만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마약상조차 고객을 모두 죽일 마약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극단 세력은 언제나 존재한다. 종말론을 내세운 일본의 사이비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역에서 독가스를 살포하기 전에 생물무기 개발도 시도했다. 게다가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 나온 반물질 폭탄과 달리 과학자들이 스스로 실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과학자들이 스스로 연구를 규제하자고 나선 일은 반세기 전에도 있었다. 1975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의 휴양지 아실로마에 과학자와 법률가, 언론인 140여 명이 모여 유전자 재조합 연구를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유전자 재조합은 서로 다른 종(種)에서 나온 DNA를 이어 붙여 세상에 없는 변종을 만드는 기술이다. 스탠퍼드대의 폴 버그 교수는 유전자 재조합 연구의 선구자였지만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당시 모임을 주도했다. 버그 교수를 비롯해 당시 모임을 주도한 과학자 중 3명은 나중에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학계를 이끄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먼저 나선 덕분에 나중에 실험실의 위험 수준에 따라 안전 조치를 달리하는 ‘생물안전 등급’ 체계가 확립됐다. 아실로마는 이제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자율 규제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아실로마의 정신은 다른 과학 분야로도 확산했다. 2010년에는 미세 입자나 인공 구름으로 온난화를 막는 지구공학 기술의 위험을 논의하는 아실로마 국제회의가 열렸다. 알파고 쇼크 이듬해인 2017년에는 AI 기술의 안전한 개발을 위한 ‘아실로마 AI 원칙’이 만들어졌다. 거울 생명체 연구에 대한 보이콧은 아실로마 회의의 유산이다. 지난해 아실로마 회의 50주년 행사에는 300여 명이 모여 거울 생명체에 대한 레드라인을 촉구했다. 어쩌면 지금이 거울 속 악마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명이 모여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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