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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극한가뭄과 폭우가 잦아지면서 댐과 하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게 됐다. ‘물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의 급성장으로 산업용수 사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댐과 하천을 대신할 대체 수자원으로 땅속 지하수를 저장해 쓰는 지하수저류댐이 주목받고 있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걸러 민물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한 번 사용한 하수를 다시 처리해 쓰는 하수처리수 재이용도 효율적인 미래 수자원 확보 방안으로 꼽힌다.》
21일 경기 양평군 양동면 삼산리에 위치한 지하수저류댐의 주변 땅은 며칠간 비가 내리지 않아 쩍쩍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지하 약 6m 깊이의 집수정에는 지하수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저류댐 시설 대부분이 지하에 파묻혀 있지만 지하수가 모이는 집수정은 직접 내려가 확인이 가능하다. 집수정 한편에는 이렇게 모인 지하수를 양동면 일대에 공급하는 관로와 펌프가 설치돼 있었다. 이 관로를 통해 주민 2600여 명에게 하루 1000t의 생활용수가 공급된다.
기후변화로 가뭄 발생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면서 댐과 하천을 대신할 대체 수자원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국내 물 공급은 대형 댐에 크게 의존해 왔다. 여기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은 소규모 댐이나 저수지, 작은 지방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상황이다. 하지만 좁은 지역에 갑자기 닥치는 ‘국지적 돌발 가뭄’이 잦아지면서 이 같은 지역의 물 부족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땅속 물막이벽으로 지하수 붙잡아
한국수자원공사는 비에 기대는 기존 공급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비롯해 바닷물에서 염분을 걸러내는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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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수저류댐도 그중 하나로, 모래·자갈이 쌓인 땅속 지층(충적층)에 물막이벽(차수벽)을 세워 지하수의 흐름을 늦추고 벽 앞에 모인 지하수를 뽑아 쓰는 시설이다. 땅 위에 물을 가두는 일반적인 댐과 달리 시설이 모두 지하에 있어 마을이 물에 잠길 우려가 없고 증발로 사라지는 물도 적다. 국내에선 1980년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으로 처음 설치했고, 수자원공사는 2018년부터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전남 완도군 보길도 등 섬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용수용 저류댐을 지어 왔다.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산리 일대에 하루 1000t 규모의 지하수저류댐을 설치했다. 섬이 아닌 내륙에 수자원공사가 세운 첫 지하수저류댐이다. 양동면은 양평의 다른 읍면과 달리 큰 하천의 물을 공급받지 못해 작은 지방 하천 취수장과 지하수에 생활용수 공급을 의존해 왔다. 가뭄이 들면 하천이 쉽게 말랐고 상류 축사의 오염원에도 노출돼 있었다.
삼산리 석곡천 지하 3∼4m 지.에는 콘크리트 기둥을 촘촘히 박아 만든 311m 길이의 차수벽이 있다. 벽에 막혀 지하수의 수위가 높아지면 하천 바닥 약 4m 아래에 묻힌 구멍 뚫린 관(집수매거)으로 이 물이 모이고, 관을 덮은 모래·자갈층을 지나면서 물이 한 번 더 걸러진다. 이렇게 확보한 지하수를 6m 깊이의 집수정에 모은 뒤 양동취수장으로 보낸다.
김종욱 수자원공사 한강동부사업단 공사1부 차장은 “차수벽이 없으면 그냥 흘러가 버릴 지하수를 인공적으로 막아 수위를 높여 모으는 원리”라며 “가뭄이 들면 하천수는 금방 수위가 낮아져 취수가 어렵지만 지하수는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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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가뭄 겪은 강릉 등 23곳 추진
강원 강릉시 연곡면에도 지하수저류댐이 지어지고 있다. 강릉은 지난해 여름 ‘극한가뭄’으로 생활용수의 87%를 대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대까지 떨어지면서 재난사태가 선포된 바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제한 급수까지 벌어졌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계기로 일정을 앞당겨 지난해 12월 지하수저류댐 설치에 착공했다. 2027년 저류댐이 완공되면 주민 2만3000명에게 하루 1만8000t의 생활용수가 공급된다.
산에서 바다까지 거리가 짧은 동해안은 지하수가 곧바로 바다로 빠져나간다. 이 길목에 차수벽을 세우면 버려지던 지하수를 붙잡을 수 있어 효과가 크다.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해수 담수화는 여과막과 필터를 계속 교체해야 해 운영비가 많이 들지만, 지하수저류댐은 사실상 펌프를 돌리는 전기요금 정도만 들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전국 23곳에 지하수저류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 남대천, 경북 울진군 근남면, 강원 속초시 노학동 등 동해안 지역이 다수 포함됐다. 강릉 가뭄을 지켜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조 수원 확보에 나선 결과다.
지하수저류댐은 대형 댐보다 적은 비용으로 빨리 지을 수 있어 돌발가뭄 대응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진 수자원공사 수자원개발처 지하수자원부 차장은 “1992∼2018년 8차례 제한 급수를 했던 속초시는 1998년과 2021년 저류댐 2곳을 설치해 63만 t의 물을 땅속에 저장해 두고 있다”며 “지하수저류댐은 땅 위 공간을 농경지 등으로 그대로 쓸 수 있고 하천수보다 오염 사고에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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