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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높이 2.5미터의 밀폐된 공간. 사로 8개에서 하루 최대 4천발이 발사됐다. 관광객이 몰리는 방학철에는 사격이 더 늘었다. 사격코치들은 손님 곁에 붙어 사격을 도왔고, 사격이 끝나면 탄두와 탄피를 수거하고 청소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뇌관과 탄두에서 나온 납이 연기로 바뀌어 퍼졌다. 코치들이 쓴 보호구는 헤드셋처럼 생긴 청력보호구뿐이었다.
제주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2024년 초 '집단 납 급성중독'이 발생했다. 그해 3월 특수건강진단에서 코치 9명 가운데 무려 8명의 혈중 납이 기준치를 넘은 사실이 확인됐다. 직업병 유소견(D1) 진단이었다. 이 사격장은 2012년 11월 설립했지만, 2024년 5월까지 무려 12여년간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사격코치들을 납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사격장은 석 달 동안 문을 닫고 환기설비를 뜯어고쳤다. 그러나 사격코치들의 혈중 납은 다시 올랐다. 코치 B씨는 몸속 납을 빼내는 '킬레이션' 주사를 아홉 차례나 맞았다. 납 수치는 사격장이 '친환경탄'으로 탄약을 교체하고 나서야 겨우 떨어졌다.
'실내 실탄사격장 납 중독'은 2023년 11월 서울의 한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코치의 납 중독 판정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2024년 1~5월 전국 실탄사격장 22곳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주 사격장의 납 중독도 발견됐다. 전국 최대의 민간 실내 실탄사격장 납 중독 사례였다.
'사격장 납 중독' 중대재해 기소 첫 사례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지검(현 제주지방공소청)은 올해 8월 대표 ㄱ씨와 법인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노동부의 기획감독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실내 실탄사격장의 납 중독으로 경영책임자가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로 기록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같은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나오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납이나 화합물에 노출돼 생긴 피부 창백·복부 급경련통·관절통 등의 급성중독을 직업성 질병으로 본다. 납으로 인한 집단 직업성 질병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례가 없어 제주 사격장의 환경이 그만큼 심각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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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현 공소청)은 ㄱ씨가 납 위험을 관리할 체계를 갖추지 않아 코치 8명이 '급성중독'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손솔 진보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ㄱ씨는 분진·흄이 나오는 곳에 밀폐설비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납의 유해성 등을 사격장에 게시하지 않았다. 방진마스크 같은 호흡용 보호구 지급도 없었다.
이에 검찰은 ㄱ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은 지난 8월21일 제주지법에 접수됐지만, 아직 재판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납 수치 기준 약 2배, 보호구는 귀덮개뿐
제주 사격장의 법 위반 사항은 2024년 5월 노동부가 실시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기획감독'에서 드러났다. 제주 사격장 코치들에 대한 첫 검사에서 혈중 납이 가장 높은 코치는 데시리터당 73.2마이크로그램(㎍/㎗)으로 유소견 기준(40㎍/㎗)을 크게 넘었다. 사대에서 측정한 공기 중 납 농도는 노출기준의 무려 10배를 넘었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코치들도 납 수치가 높았다. 코치들은 두통과 피로, 복통, 손가락 떨림을 호소했다. 그중 한 명은 근전도 검사에서 말초신경병증 소견까지 나왔다. 환기설비는 사실상 없었다. 사대에서 16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배기 전용 후드가 전부였다. 코치들은 납 유해성 교육을 받지 못했고, 작업복과 평상복은 따로 없었다. 제주 사격장 코치들을 치료한 이철갑 조선대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 연구팀이 올해 2월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학술지(AOEM)에 발표한 논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킬레이션 치료에도 납 수치 다시 '상승'
납 수치가 치솟은 코치들은 몸속 납을 배출시키는 '킬레이션' 치료가 시급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킬레이션을 주사할 병원을 구하지 못해 2024년 5월 중순에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있는 조선대병원에 입원했다. 코치들은 일주일씩 입원해 주사와 먹는 약으로 몸속 납을 빼냈다. 그사이 사격장은 송풍기를 키우고, 배기만 하던 환기설비를 급기와 배기를 함께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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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8월 코치들의 혈중 납은 모두 유소견 기준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일터에 복귀한 코치 6명의 납 수치는 모두 다시 치솟았다. 1명의 혈중 납은 10월 검사에서 53.3㎍/㎗로 뛰었다. 공기 중 납도 여전히 노출기준을 웃돌았다. 사격장을 그만둔 3명의 납 수치는 다시 치솟지 않았다. 납 수치가 오른 일부 코치들은 킬레이션 치료를 다시 받아야 했다.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철갑 교수는 사격장 환기만으로는 납 중독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봤다. 사격장은 납 중독이 발생한 지 7개월여가 지난 2024년 10월 말에야 탄을 바꿨다. 탄두 속 납 심을 구리로 완전히 감싸고 뇌관에서 납을 뺀 이른바 '친환경탄'이었다. 탄을 교체하자 한 달 뒤 공기 중 납은 노출기준을 한참 밑돌았다.
"킬레이션은 사후조치, 근본 환경개선이 핵심"
전문가들은 제주 사격장처럼 근본적인 환경개선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내 실탄사격장의 납 중독 사례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철갑 교수는 "핵심은 환경을 개선해 납 노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킬레이션으로 혈중 납만 낮추고 끝내면 정작 환경 개선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예방 목적의 킬레이션을 금지하고 있다. 혈중 납이 높은 노동자는 작업에서 제외시키고, 그동안 최장 18개월까지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
더 큰 문제는 몸속 납이 계속 남아 있다는 .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제주 사격장 코치 한 명의 혈중 납이 다시 요관찰 기준 안팎까지 오른 배경에는 뼈에 쌓인 납의 영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지금도 제주 사격장에서 일하는 코치 3명은 산재 요양을 연장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병원을 찾아 혈중 납을 확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친환경탄 관리주체는 '모호'
그러나 노동부의 추적관찰과 실태 파악은 2024년 기획감독 이후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2024년 8월 관계부처 합동 '실내사격장 안전보건대책' 후속조치에서 당시 조사로 확인된 직업병 유소견자 23명을 혈중 납이 요관찰 기준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추적관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철갑 교수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코치 1명의 혈중 납은 2025년 여름에도 요관찰 기준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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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지난 19일 밝힌 전국 납 취급 사업장 150여곳 감독 대상에도 실탄사격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지난 22일 본지 보도([단독] "납 쏘는 실탄사격장" 2년 흘러도 여전히 '사각지대')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관계부처와 함께 2024년 10월~2024년 12월 합동.검을 통해 환기장치 성능, 사업장 내 납 농도 확인, 건강진단 유소견자 사후관리 적정 여부, 보호구 착용 등을 지도하고 환기장치 설치 비용 지원과 근로자건강센터의 근로자 건강관리 지도도 연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친환경탄' 사용과 환기시설 유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배포한 '건강한 사격장 운영을 위한 가이드'에는 환기를 '필수'로, 탄 교체를 '권고'로 분류했다. 관리 주체도 모호하다. 사격장 허가를 담당하는 경찰청의 관계자는 "친환경 실탄 생산·사용 유도는 경찰청의 소관이 아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지만, 정확히 어느 부처에서 담당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기시설 개선과 탄환 교체에 관한 관리·감독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갑 교수는 "탄을 바꿔도 바닥과 고무판, 환풍구에는 과거의 납 가루가 남을 수 있다"며 "제주 사격장은 환경 개선을 하고도 컨트롤이 되지 않으니 탄환 자체를 바꿨다. 납 없는 뇌관과 납 심을 완전히 감싼 탄환의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4년 기획감독 이후 추적관찰 여부에 관해 노동부는 26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본지에 해명했다. 노동부는 2024년 8월 관계부처 합동 '실내사격장 안전보건대책' 후속조치에서 당시 조사로 확인된 직업병 유소견자 23명을 추적관찰한 결과 이듬해 직업병 유소견자가 1명 보고됐고, 올해는 없다고 밝혔다.
2024년 초 코치 8명의 납 급성중독이 발생한 제주 사격장에도 지속적인 .검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업병 유소견자가 발생한 사업장 6곳 중 폐업한 1곳을 뺀 5곳에 대해 2025~2026년 작업환경측정 신뢰성평가, 산업보건 고위험 종합관리, 산업보건 종합컨설팅 등을 실시했다"며 "이들 사업장 .검을 2025년 7회, 올해 5회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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