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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하루에도 수없이 단백질을 만들고 쓰고 버린다. 세포가 하나의 도시라면, 수명이 다했거나 고장 난 단백질은 도시의 쓰레기다. 우리 몸은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배출하지만, 청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쓰레기가 쌓이고 쌓인 쓰레기는 병을 유발한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걸리면 뇌 신경세포에 비정상 단백질이 엉겨 붙는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은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막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근엔 세포의 청소 시스템을 빌려 문제 단백질을 아예 없애 버리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이 등장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TPD 기술 확보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단위가 작은 단백질만 처분할 수 있어 이상 단백질이 뭉친 응집 단백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기존 약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응집 단백질까지 겨냥하는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신약 스타트업이다. 인경수(52) 대표를 만나 세상에 없던 신약 플랫폼 개발기를 들었다. ◇ 세포의 청소 시스템을 약으로 만드는 회사 세포 안에는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장치가 있다. 이 과정은 ‘딱지 붙이기’에서 시작된다. 폐기가 필요한 단백질에는 ‘유비퀴틴’이라는 폐기물 딱지가 붙는데, 그 딱지를 붙이는 게 E3라는 유비퀴틴 연결효소다. 우리 몸에는 약 700종에 달하는 E3가 있는데, E3들이 2만개 넘는 단백질을 나눠서 관리한다. 유비퀴틴 딱지가 붙은 단백질은 크기와 성질에 따라 소형 폐기물 봉투인 ‘프로테아좀’이나 대형 폐기물 봉투인 ‘리소좀’으로 보내져 분해된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바이오 벤처다. 2019년 10월 창업과 동시에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고 서울 송파구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교수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답게 화합물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의약화학, 약효와 체내 작용을 평가하는 약리학, 연구를 사업으로 이어가는 경영 역량을 모두 갖췄다 릴게임다운로드 . 사업의 방향성은 ‘좋은 약의 씨앗을 발굴해, 제약사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신약이 실제 현장에 도입되려면 후보물질 발굴부터 세포·동물실험, 임상 시험과 허가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검증하는데 강.이 있는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초기부터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기술이전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 과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이 TPD 플랫폼 ‘SPiDEM®’(스피뎀)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폐기물 딱지가 붙게 만들어 세포가 스스로 치우도록 유도하는 기술로, 프로테아좀과 리소좀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넓다. 하나의 원리를 여러 표적에 적용할 수 있어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같은 뇌 질환부터 혈액암·유방암 등 암까지 다양한 질병의 후보물질을 만들고 있다. ◇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에서 힌트를 얻은 연구자 인 대표는 평생을 생명 현상을 분석해 질병을 해결하는데 매달린 학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과학을 공부한 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면역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항체 신약 개발 기업인 에이프로젠에서 5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질병 중에서도 ‘바이러스’에 파고들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남가주대(USC)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세포가 이를 감지하고 방어 체계를 가동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에 유비퀴틴이 붙는 ‘유비퀴틴화’가 면역 신호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2012년부터는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염증 치료제와 항바이러스제를 연구했다. 그를 매료시킨 건 바이러스의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바이러스는 질병의 원인이지만, 바이러스 속에 치료의 실마리가 있기도 합니다 파칭코하는법 . 입술에 수포를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한번 걸리면 평생 몸속에 숨어 지냅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암을 효율적으로 유발합니다. 이들은 고작 몇 개의 단백질로 면역 체계를 교묘하게 피하거나 몸의 세포를 교란시킵니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유비퀴틴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이죠.” 창업을 결심한 당시 단백질 활성을 조절하는 인산화를 겨냥한 약은 많이 개발됐지만, 유비퀴틴을 표적 하는 약은 거의 없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유비퀴틴이 중요한 약물의 표적이 될 거라 확신했습니다. 2019년 의약화학을 연구하는 김남중 교수, 약효 평가를 담당하는 이종길 교수와 함께 교원 창업으로 프레이저테라퓨틱스를 설립했죠.” ◇ 단백질마다 다른 분해 표지, 세포 본연의 시스템에서 답을 찾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설립 무렵 TPD가 새로운 신약 개발 방식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하나의 분자로 표적 단백질과 E3 효소를 연결해 분해를 유도하는 ‘프로탁’(PROTAC)을 앞세운 기업이 줄줄이 등장했다. 인 대표는 한 가지 의문에 봉착했다. “E3는 700종에 달하는데, 프로탁에는 그중 일부만 활용됩니다. 단 몇 개의 E3로는 몸속의 모든 단백질을 표적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700종의 E3를 모두 아우르는 신약을 개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요.” 시급한 해결 과제도 눈에 들어왔다. “기존 TPD는 프로테아좀을 주로 사용해, 덩치가 큰 응집 단백질이나 막단백질에는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엉겨 붙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는 적용할 수 없었죠. 프로탁의 도달 능력도 해결 과제였습니다. 프로탁은 표적을 잡는 부분과 E3를 잡는 부분을 잇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약 분자가 커져 뇌까지 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존 기술의 단。을 보완하기 위해 ‘화학적 유비퀴틴화’(chemical ubiquitination)라는 기전을 고안했다 카카야마토게임장 . “세포 안에서 원래 일어나는 분해 과정을 강화한 방식입니다. 기존 기술은 분해 표지(유비퀴틴)를 붙이는 담당 효소(E3)를 약물로 끌어와 표적 단백질에 표지가 붙도록 유도합니다. 스피뎀은 약물이 E3로부터 유비퀴틴을 직접 받아오도록 설계한 화합물입니다. 약물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면 그 단백질을 원래 담당하던 E3로부터 표지를 받기 때문에, 대형 처리가 필요한 단백질은 대형 처리용 표지를, 소형 단백질은 소형 처리용 표지를 받습니다.” ◇ 파킨슨병부터 혈액암·유방암까지…하나의 플랫폼으로 질환 확장 표적 단백질 분해 능력과 뇌 전달력, 그리고 먹는 약(경구제)으로서의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균형。을 찾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나를 개선하면 다른 특성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아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화합물을 설계하고 합성한 뒤 분해 효과, 용해도, 체내 안정성 등을 비교하며 후보물질을 개선해나갔습니다.” 스피뎀의 원리를 증명하는 일도 난관이었다. “단백질의 양이 줄었다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약물에 유비퀴틴이 실제로 붙는지, 표적이 어떤 경로로 분해되는지를 실험으로 하나씩 확인해야 했습니다. 제약사와 협업 논의를 할 때도 스피뎀이 기존 기술과 어떻게 다른 지, 그 차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해서 근거를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초반에는 퇴행성 뇌질환에 집중했다. 약물이 뇌까지 전달되고, 덩어리진 응집 단백질을 리소좀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스피뎀의 장.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표적이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PRX303은 비정상적으로 뭉친 알파시누클레인을 겨냥합니다. 동물실험에서는 뇌 속 알파시누클레인이 줄어드는 결과도 확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단백질인 타우를 줄이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릴천지릴게임 스피뎀 플랫폼이 완성 단계에 접어든 이후엔 항암과 면역질환 분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혈액암 후보물질인 PRX103과 PRX105는 암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단백질을 분해해,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원제약과는 유방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표적별 설계와 검증을 거쳐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입니다. 하나의 기술 원리를 여러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 스피뎀 같은 플랫폼 기술의 강。입니다.” 신약 개발은 실패 확률이 높고, 거처야 하는 절차도 많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짰다. “자체적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검증한 뒤 기술이전을 하는 방식과 제약사가 관심을 갖는 표적을 초기부터 함께 연구하는 방식을 병행합니다. 퇴행성 신경 질환 분야에서는 존슨앤드존슨(J&J)과 라이선스 계약을 바탕으로 공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개발 기회를 넓히고 있습니다.” ◇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서울바이오허브…글로벌 진출의 디딤돌 투자로 성과를 증명했다. 2021년 시리즈A에서 170억원, 2025년 J&J의 투자 조직 JJDC가 주도한 시리즈B에서 290억원, 올해 7월 프리 기업공개(IPO)에서 약 500억원을 유치했다. “JJDC의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인 J&J의 투자부서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첫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프리IPO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이 새롭게 참여했는데요. 역시 한국 기업에 투자한 첫 사례가 되면서 국내 바이오 벤처도 글로벌 투자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대외적으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2025년,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 우수과제 9건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22년에는 서울시·서울바이오허브와 BMS가 공동 주최한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에서 우승을, 2023년 일본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이노베이션 프라이즈에서 2위를 했다 바다이야기슬롯 . 최근에는 ‘서울바이오허브-삼성바이오에피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J&J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JLABS 멤버사로도 활동 중이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과에는 서울바이오허브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창업과 동시에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연구 공간과 장비 등 여러 인프라가 필요한데, 초기 기업이 이를 갖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서울바이오허브 덕분에 회사를 운영할 기반을 어렵지 않게 마련하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약사, 투자사, 지원 기관 등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다는 .도 좋았습니다. 기술의 가치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앞으로도 서울바이오허브라는 다리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와 연결되고 싶습니다.” ◇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발견한 가능성 당면한 과제는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새로운 표적에 저희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J&J와의 공동 연구도 순항 중이죠. 항체에 분해제를 연결하는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같은 새로운 치료 방식에 스피뎀을 접목하는 등 파이프라인도 꾸준히 넓혀 가고 있죠. 코스닥 상장도 앞두고 있습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플랫폼 고도화와 후보물질 개발에 투입해 성장에 속도를 더할 것입니다.” 진짜 꿈은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신약 기업이 되는 것이다. “연구를 넘어 내 손으로 진짜 약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초기에는 ‘화합물에 폐기물 표지를 붙이는 게 말이 되냐’는 냉소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증명한 끝에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정면 돌파해 해외 시장에서 ‘TPD 분야에서 눈에 띄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인지도도 얻어냈습니다. 저희 기술로 만든 신약이 환자에게 닿는 일상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 겁니다.” 붙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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