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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주시민운동장 앞을 출발해 경주 시내를 돌아오는 2026 경주마라톤. 오전 8시 국제 초청 및 국내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42.195km 풀코스 레이스의 총성이 가장 먼저 울렸고, 1분 뒤 엘리트 하프코스 부문이 출발했다. 오전 8시 5분부터 마스터스 각 코스별 S A B C D E F 그룹이 차례대로 출발했다. 마스터스 부문은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3개 부문으로 나눠 열렸고, 역대 최다인 2만명이 참가해 경주의 가을을 만끽했다.
“준비 잘 했노?” “쪼매 했슴더” “언제 왔노?” ….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인사하고, 잘 ‘달리라’라는 격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사회자 배동성 씨의 안내에 따라 출발 직전 함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출발하자마자 사람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한동안 ‘착’ ‘착’ ‘착’… 운동화가 도로에 닿는 소리만 계속 이어졌다. 2km 정도 지나자, 길거리에서 외치는 시민들의 “파이팅” 소리, 그 소리에 다시 “파이팅”을 외치는 참가자들의 환호, 응원의 북소리 등이 들렸다. 대부분의 러너는 앞을 바라보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리기만 했다.
필자는 21.0975km 하프코스에 출전했다. 공식 대회 출전은 2015년 10월 춘천마라톤 풀코스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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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 비대면으로 열린 2021 서울마라톤 버추얼 온라인 레이스 풀코스도 달렸지만, 공식 마라톤 코스를 달린 건 11년 만이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2006년 3월 서울한강마라톤에서 세운 4시간 53분 29초. 하프 코스는 2002년 금강산마라톤에서 기록한 1시간 58분이다. 2007년 뉴욕 마라톤, 200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도 풀코스에 참가했지만,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록보다는 즐겁게 완주를 목표로 달린다.
경주코스는 ‘펀 런’ 주자들에게 최고의 코스였다. 표고차가 적어 기록에 도전하는 러너들에도 최고의 코스로 알려졌지만, ‘천년 고도’의 문화유산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즐겁게 달리기에 더 좋다. 4km를 넘어서면 세계문화유산 경주역사유적월성지구로 들어선다. 바로 오른쪽에 첨성대가 보였다. 필자는 달리기를 멈추고 첨성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5km를 넘어서면 미추왕릉, 천마총 등 23여 기의 고분이 밀집해 있는 대릉원이 이어진다.
이후 경주 시내가 이어졌다. 10km를 넘어서자, 오릉이 보였다. 사진 찍는 것을 깜박하고 질주하다 12.5km 급수대를 지나 약 13km에서 황남동 고분군을 배경으로 한 컷 찍었다. 약 16km 지.에 동궁과 월지(안압지), 황룡사지와 황룡사지9층목탑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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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경주 코스는 역사 유물이 정원처럼 이어진 초가을의 숲속을 달려 21세기에 7세기 신라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풀코스도 하프코스와 똑같이 달린 뒤 하프 이후 형산강변을 돌아오기 때문에 세계역사유적을 볼 수 있다. 10km도 역사유적지를 지난 뒤 골인한다.
하지만 필자는 16km 넘어서면서 발바닥에 양말이 말리는 듯한 느낌에 미세한 통증이 느꼈다. 레이스를 멈추고 신발을 벗어 양말 정리하기를 서너 차례 반복했다. 19km 지.에선 오른쪽 허벅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이후엔 레이스 페이스가 늘여졌다. 매일 새벽 6~8km를 달리고 주말엔 10km 이상을 달리려고 노력하는 ‘러너’이지만, 최근 주말엔 사이클을 타거나 등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프 코스 이상 달리려면 주말에 20km 이상을 달려야 큰 무리가 없다.
결국 10km까지 54분 06초에 달렸지만, 후반에 레이스가 처져 2시간 2분 38초에 완주했다. 15km까지 1km 평균 페이스가 5분대 초중반이었는데 마지막 6km는 6분 28초였다. 기록을 의식하진 않았지만, 준비가 더 잘 됐으면 마지막 6km도 즐겁게 달릴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출발 때 섭씨 약 15도, 결승선 들어올 때 섭씨 약 20도가 넘는 더운 날씨도 펀 런을 방해했다. 하지만 경주의 세계문화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를 달리는 재미에 흠뻑 빠져 즐겁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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