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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과 뇌신경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머리를 쓰는 섬세한 손놀림 때문에 종이접기는 노인들에게는 치매 예방과 정신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함께 사는 딸 신경섭 동화작가는 "2년 전까지 사위 전화번호를 암기해 직접 누르셨다"며 어머니의 기억력을 전했다.
그의 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랜 작업으로 손가락 관절이 휘고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가 됐다. 관절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하면서도 종이접기를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하루 한두 개씩 작품을 만든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한 달이 걸리는 작품도 있다. 집 안 곳곳에는 작품과 함께 종이접기 도서, 한지와 색종이 등 작업 재료가 가득하다.
1927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 작가가 종이접기를 처음 접한 것은 일제강。기 유치원에서다.
결혼 후에는 5남매를 키우며 살림에 전념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앉혀 놓고 종이접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생각에서였다.
큰아들은 초등학교 교사, 둘째 아들은 대학교수가 됐다. 둘째 딸은 교사로 재직하면서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돼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했고, 막내딸은 의사가 됐다.
유 작가는 "종이접기는 어린이들의 정서 발달과 두뇌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미여상 교사를 지낸 큰며느리 안춘희 씨도 종이접기에 매료돼 사범 자격을 취득했다.
종이접기가 본격적인 작품 활동으로 발전한 것은 남편과 사별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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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갑 무렵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종이를 집어 들었고, 1988년 종이접기 연구모임 1기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사범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종이접기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민속놀이, 잊혀가는 세시풍속을 표현하는 데 몰두했다.
유 작가는 "전 세계에 '오리가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종이접기의 뿌리가 우리나라 전통 종이문화에 있다는 。을 알리고 싶었다"며 "K종이접기(Korea Jongie jupgi)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작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전래놀이' 연작이다. 연날리기, 널뛰기, 비석치기와 딱지치기, 수박 서리, 봉숭아 물들이기 등 민속놀이를 색종이로 형상화한 작품 25.이다.
한복의 부드러운 곡선과 인물의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색종이와 한지를 다양한 크기의 원으로 잘라 접는 기법을 연구했다.
작품에는 봉숭아 물을 들이고 공기놀이를 하던 딸과 바람개비를 날리던 아들, 굴렁쇠를 굴리던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투호 놀이를 하던 유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도 녹아 있다.
또 다른 대표작인 '인생 일대기' 연작 10。은 출생을 알리는 금줄부터 돌잔치, 혼례, 장례에 이르기까지 전통 풍습 속 인간의 일생을 담았다.
24절기에 따른 농촌의 정경을 표현한 '농가월령도' 역시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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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작가는 일본종이접기협회와 교류하며 일본·독일 등 외국 서적을 구해 종이 접는 기법을 연구했다.
2005년에는 한 장의 종이로 접은 '하회탈' 연작으로 일본종이접기협회 주최 제2회 종이접기 콘테스트에서 국제교류기금 이사장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4년 세계종이접기전시회 출품과 함께 서울 출판문화회관과 김천문화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듬해 코엑스에서 초대전을 갖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1년에는 한국종이문화재단(이사장 노영혜) 주최 '자랑스러운 종이문화인 종이문화대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가족이 기획한 96세 기념 전시회 등 지금까지 총 10여 차례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유 작가는 평생 만든 작품들을 종이문화재단에 기증하기로 했다. 오랜 세월 정성을 들인 작품들이 훼손되거나 버려지지 않고 후대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작품들은 다음 달 관람객과 만난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은 '종이문화의 날'(11월 11일)을 맞아 오는 11월 7~8일 충남 아산 교원연수원 도고에서 '2026 고깔축제, 대한민국 종이접기·종이문화 컨벤션'을 연다. 이 행사에서 '100년의 삶, 종이접기로 잇는 우리 문화'를 주제로 유 작가의 100세 기념 작품 기증 특별전을 마련한다.
일제강。기와 6·25전쟁을 겪고 한 세기를 살아온 유 작가에게 종이접기는 삶의 고단함을 달래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단이었다. 100세에도 색종이를 놓지 않는 그의 손끝에서 오늘도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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