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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0 01:47 조회 19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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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나온 중년 남성이 서울의 한 피부과 복도를 런웨이 삼아 걸었다. 잠옷 차림으로 곰 인형을 안고 나타났다가 힙합 가수처럼 검은색 벙거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워킹을 했다. 마지막에는 흰 드레스에 왕관을 쓰고 요술봉까지 든 ‘공주’로 변신했다. 카메라에 얼굴을 바짝 들이민 공주는 이 피부과 원장이었다. ‘인생 뭐 있어?’라는 제목의 이 인스타그램 숏폼(짧은 동영상)은 조회 수 42만회를 기록했다.
한 수험생이 ‘의사가 되자!’는 머리띠를 두르고 코피를 흘리며 공부한다. 엄마가 “의사 되면 여자가 줄을 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됐지만 줄을 선 건 진료실을 꽉 채운 할머니 환자들이었다. 서울의 365더잘봄 정형외과 류창현 원장이 출연한 이 영상 조회 수는 198만회를 넘겼다.
요즘 개원가에선 원장이 분장하고 춤을 추거나 사석에서 할 법한 얘기들을 가감 없이 말하는 ‘웃기는 숏폼’이 핵심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 마케팅 업체 와이더뷰티 최대운 이사는 “의원들이 이전엔 블로그나 ‘강남언니’ 같은 미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광고에 주력했다면 이제 소셜미디어 숏폼 제작에 돈을 쓰는 추세”라며 “숏폼 소비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기관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15~59세의 숏폼 시청 경험률은 2022년 56.5%에서 2024년 82.7%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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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인사이트의 작년 조사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숏폼 주제가 ‘유머·밈 영상’(55%)으로 나왔다. 사람이 몰리는 숏폼에서 병원을 홍보하려면 ‘웃기는 영상’을 찍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원장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시장도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웃기는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관리하는 홍보 업체는 수백 군데에 달한다고 한다. 숏폼 10개 정도를 기획·촬영·업로드해 주고 통상 300만~5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개원의들은 “의사는 이래야 한다는 환자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치과 원장은 “충치 치료를 받던 7세 아이에게서 ‘이 빡빡이 대머리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걸 숏폼으로 만들어 올렸는데 동네에서 ‘빡빡이 치과’로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했다. 이 원장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은 이미 너무 많아 포화 상태”라며 “요즘은 환자들이 ‘실력 있는 의사’만큼 ‘친근한 의사’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피부과 원장은 “지난여름 소셜미디어에 올린 댄스 영상 조회 수가 크게 터진 뒤 ‘영상 보고 왔다’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 연말까지 진료 예약이 거의 다 찼다”고 했다.
치열해지는 의원 간 경쟁도 ‘웃기는 원장’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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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전국 의원 수는 4년 만에 10.8% 늘었다. 같은 기간 피부과와 성형외과 의원은 총 2404곳에서 2676곳으로 11.3% 증가했다. 피부·미용 쏠림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7월 일반의가 새로 연 의원 176곳 가운데 146곳(83%)이 피부과 진료를 신고했다.의료계 인사들은 “2024년 의정 갈등 이후 수련 병원을 떠난 젊은 의사가 피부·미용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장면)을 활용한 숏폼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의 코 시술 전문 한의원은 원장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게 매출이냐”며 서류를 집어던지면서 “상담실 나가서 싸워”라고 고함치는 영상을 올렸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스스로 ‘의사 이미지’를 깨는 원장도 있다. 서울의 한 모발 이식 의원은 원장이 혼자 밥을 먹으며 “의사들이 시킨 대로 만날 운동, 식단 다 하고 술·담배 안 하면 심심해서 죽는다”고 말하는 숏폼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전 삼성의료원장)은 “의사가 품위를 잃으면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연구진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소셜미디어에 사적이고 가벼운 모습을 많이 올릴수록 환자가 그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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