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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도서관 한 곳을 잘 운영하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이가 처음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부터 청소년의 성장기, 성인의 일상, 노년의 삶에 이르기까지 언제든 책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2026 책 읽는 대한민국 시상식' 제11회 대한민국 책 읽는 지자체 대상에 선정된 충북 괴산군은 이러한 방향을 '모두가 누리는 도서관'이라는 짧고 분명한 말에 담았다. 괴산군이 그리고 있는 독서문화는 특정 세대나 일부 이용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군민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는 모습이다.
괴산군의 슬로건은 '자연이 미래가 되는 그 곳, 괴산'이다. 자연과 사람, 지역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괴산군에게 독서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돕고, 그 성장이 다시 지역의 힘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삶의 곁에 책을 놓다
괴산군립도서관의 독서교육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영유아부터 시니어까지 연령에 맞춘 그림책 큐레이션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군민이 함께 책을 고르고 읽는 '책 읽는 괴산 독서 운동'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올해의 책'을 선정한 뒤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사 공간을 운영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마련하는 등 한 권의 책을 조금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활동으로 연결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마련한 방식도 눈길을 끈다. 괴산군은 도내 최초로 도서 대출 권수를 포인트로 바꿔 활용하는 '나만의 물고기 키우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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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 권 읽었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하기보다 아이들이 책을 빌리는 과정에서 작은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독서를 숙제처럼 받아들이기 쉬운 어린 독자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려는 시도다.
"독서는 한 사람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힘"
괴산군수가 말하는 독서의 정의에는 지역의 독서정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다.
"저는 독서를 '한 사람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한 권이 한 사람에게는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고, 그렇게 성장한 군민들이 모여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간다고 믿습니다."
독서를 개인의 취미만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생각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경험은 그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의 대화로 이어지고, 여러 사람의 생각이 만나면서 지역의 문화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괴산군은 그래서 독서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적 활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구가 줄어도 책을 만나는 기회는 줄지 않도록
괴산군은 인구감소지역이라는 현실적인 여건도 안고 있다.
인구가 줄고 생활권이 넓게 흩어져 있는 지역일수록 주민이 문화시설을 이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괴산군이 군립도서관 한 곳에만 독서정책을 맡겨두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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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도서관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과 새마을문고, 지역사회를 서로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만들고, 비대면 회원가입과 도서 기증·재활용 등을 통해 주민들이 책과 만나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 참여와 장애인일자리 연계 등 외부 기관과의 협력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규모가 독서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대왕에게서 찾은 '모두를 위한 배움'
괴산군수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르침을 받은 인물로 꼽은 사람은 세종대왕이다.
그가 세종대왕에게서 읽어낸 것은 한글 창제라는 역사적 업적만은 아니다. 누구나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던 마음이다.
"백성 누구나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한글을 창제하신 그 마음이야말로 오늘날 도서관 정책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괴산군은 이러한 생각을 '모든 군민이 배움과 독서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이든 어르신이든, 도서관 가까이에 살든 멀리 살든 책을 읽고 배울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괴산군민과 함께 읽고 싶은 세 권
괴산군수가 추천한 책 세 권은 모두 괴산군이 202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일의 감각』은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성장에 관한 책이다. 괴산군수는 군정을 이끄는 과정에서도 되새겨볼 내용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라이프재킷』은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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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선에서 청소년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의 고민과 감정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한다는 .에서 의미가 있다.
『해든분식』은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이지만,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 누구나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이라 군민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선정했다.
세 권의 책은 분야도, 독자층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는 。에서는 맞닿아 있다.
책 읽는 괴산, 결국 사람을 향하는 일
좋은 독서정책은 화려한 프로그램의 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민이 책 한 권을 빌리기 위해 조금 덜 불편하고, 아이가 책을 읽는 일을 조금 더 즐겁게 느끼며, 평소 도서관을 찾지 않았던 사람도 어느 날 책 한 권을 가까이할 수 있게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괴산군의 '모두가 누리는 도서관'도 그런 일상의 변화에 초.을 두고 있다.
한 아이가 그림책을 만나고, 청소년이 한 권의 소설에서 자신의 마음과 닮은 문장을 발견하고, 어른이 책을 통해 이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일. 그렇게 한 사람의 독서가 쌓이면 지역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괴산군수가 독서를 "한 사람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힘"이라고 말한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
책 읽는 지자체라는 이름은 도서관의 장서 수나 프로그램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의 삶 가까이에 책이 놓이고, 그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이름이 살아난다.
괴산군이 만들어가고 있는 책 읽는 지역의 모습도 결국 책보다 먼저 사람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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