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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6-09-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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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한 파묵, <먼 산의 기억> 10여년 동안 써 온 그림일기, 손글씨가 그림의 일부가 되는 순간. ⓒ 민음사 오르한 파묵의 <먼 산의 기억>은 글씨가 그림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나를 눈뜨게 했다. 처음 책장을 넘기면서는 출판사의 편집 형식의 용감함에 놀랐고, 또 출판사의 작가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존경의 마음이 느껴졌다. 오르한 파묵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의 소설가다. 그의 이 책은 어찌 보면 그의 수상 이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그야말로 다분히 사적이며 사소하기까지 한 그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는 어려서 화가를 꿈꾸었지만,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결국엔 소설가가 된 어떤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사회적 배경을 모른다손 쳐도 200여 장의 그림과 손글씨의 향연에 매혹되기에 충분하다. 손바닥만 한 몰스킨 공책에 10여 년 동안 매일 쓴 일기 중 200여 개를 추리는 일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물며 그가 생각하는 그의 고국의 정치 상황이 그에게 안전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내왔지만, 항상 그의 마음은 고국을 향해있었다. 그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과 그곳을 오가는 배들을 그리워했다. 그가 보는 매일의 바다와 그곳을 오가는 배에 대한 애정을 나로서는 온전히 느낄 수가 없다. 그가 사랑하는 배(파샤바흐체)를 위해 글을 쓰고, 그의 현역 은퇴를 아쉬워하며, 퇴역 후 선체가 혼인 등기소로 쓰이게 될 예정이라는 것까지 일기에 남길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그의 풍경 그림에는 바다를 매일 보면서 사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바다가 등장한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 바다의 물결 모양과 빛깔만으로도 바다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그림들. 찬란히 빛나 눈이 부신 날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연무에 싸인 날도, 비바람으로 검은 물결이 넘실대는 으스스한 바다가 거기에 있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잊게 해주기 때문" 그는 반복되는 꿈을 꾸며 두려움에 휩싸여 잠에서 깨곤 하던 사람이었다. 책 속의 그림들은 실제 배경이기도 하지만 때론 그의 감정이 만들어낸 가상의 풍경을 감정 순서대로 배열하였음을 그는 밝혔다. 출판사는 그의 수많은 그림일기 중, 하늘에서 단어들이 비가 되어 어두운 바다에 떨어지는 그림을 첫 장에 배치했다. 단어들은 색깔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알파벳 모양 그대로 혹은 온전한 단어들이 되어 검은 바다 위로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그는 소설을 쓰는 내내 그 소설 속의 세상을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길 원했고, 온전히 소설 속에 몰입하여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잊게 해주기 때문"(P.37)이라고 말했다. 그의 글쓰기 작업과 일기 속 그림들은 연속선상의 결과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p. 330. 내가 도무지 쓰지 못했던 이 소설 속 화가 K와 O는 언쟁과 다툼 끝에 마침내 먼 산 너머에 다다라 그곳에서 단어와 그림이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먼 산 너머에 숨은 비밀이 바로 이것이었다. P. 311. 강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와 그림이 하나가 되는 계곡에 도착한다. 바다이야기시즌7 아마도 그는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했나 보다. 두려움과 사랑이 공존하는 그의 무의식은 꿈에,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 그대로 투영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실제로 악몽의 기억으로 하늘에서 단어가 내리고 있었다고 아슬르(그의 아내)에게 말하기도 했다. (P.12) '두려움'을 작품으로 표출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일지도 그는 풍경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자주, 꽤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이었다. 매일 보는 풍경을 다른 방식으로 그리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풍경이 담고 있는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니라 풍경이 전하는 '느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p. 29 풍경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감이다. 앞은 훤히 트이고 주변은 비어있는 높은 어딘가에서 나는 안전하다…. 높은 언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죽임을 당하지 않고 보호받으니까. 풍경은 나에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나는 그의 글들과 그림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표현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것은 어쩌면 그 안의 두려움들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두려움은 결핍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그 두려움을 표현물로 표출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라는 생각. 오히려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간, 예술적 감성을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바일파칭코게임 어쩌면 표현의 욕망과 두려움은 한 통속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르한 파묵은 가파른 산, 비탈길, 거대한 새 둥지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또한 이유를 몰랐을 것이고, 그는 그림으로 그 상상의 혹은 기억의 장면들을 어두운색의 물감으로 표현하였다. P. 308 눈앞의 풍경을 어떤 기억으로 여기는 것! 혹은 그 반대:기억을 상상으로 여기는 것! 기억과 꿈은 하나의 순간, 하나의 이미지다. 나는 그곳에 있었지만 꿈속인지 과거인지 모르겠다. 나는 현재를 마치 과거인 것처럼 경험한다. 그는 기억과 상상의 근원은 같은 것이라 여겼다. 그의 말을 가만히 음미하다보면 어느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사람이 될수 있을것 같다. 누군가의 세계에 가 닿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믿어보는 경험이 필요함을 나는 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잠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의 눈으로는 하찮아 보이는 손바닥만 한 수첩 속의 그림과 낙서하듯 써 내려간 글들이 가치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대단하지 않은 일상과 작은 고민을 찬찬히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 그런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해 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책은 함께 읽기를 그 본질로 하는, 인류의 이타성이 발현된 물질이자 정신이다. 이 글은 나에게 그렇게 말한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이기도 하다. 함께 읽고 느낌을 나누고 싶은 충동을 나는 여전히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나도 지은이처럼 생각하고, 바라보고, 그리는 일을 한동안 멈추지 못할 것 같다. 그가 남겨준 여백의 모서리가 주는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잠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세상을 잠시 잊고 말이다. c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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