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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서는 죽은 왕자가 바다 건너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수행자로 다시 태어났다. 왕관을 향한 욕망이 뒤엉킨 성덕왕의 시대, 한 왕자는 살아남기 위해 제 이름부터 버려야 했다. 아버지의 침묵을 뒤로하고 궁문을 빠져나온 그에게 남은 것은 거친 옷 한 벌과 가슴을 두드리는 심장 소리뿐이었다. 이번 이야기는 중경태자와 김교각을 잇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왕실의 위엄을 돌에 새긴 성덕왕릉을 지나, 이름 없는 이들의 온기로 삶을 되찾는 구화산으로 향한다. 자신을 숨겨준 사람들의 손길과 가난한 농부가 내민 밥 한 그릇은 청년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목숨을 건져 바다를 건넌 사람이 다른 목숨을 건지려 거센 물살 속으로 들어간다. 왕자의 자리는 잃었으나 고통받는 사람 곁에는 끝내 남았던 김교각. 입적 뒤 등신불이 돼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전승 너머에는 물에 젖은 아이의 손을 제 뺨에 대어주던 따뜻한 사람이 있다. 그가 놓지 않았던 손을 따라 권력의 그늘에서 자비의 빛으로 걸어가 본다. ◆신화전설 1: 태자의 이름을 지운 밤 태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진 밤, 정작 태자는 제 침상 밑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누군가 문고리를 천천히 당겼다. 중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아버지가 쥐여준 작은 칼이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졌다. 성덕왕은 아들의 방에 홀로 들어왔었다. 늘 시종이 풀어주던 허리띠를 제 손으로 풀더니, 그 안에서 거친 삼베옷을 꺼냈다. 왕은 옷을 내려놓고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중경이 아버지의 손등을 잡았을 때에야 짧은 당부가 떨어졌다. 새벽 종이 울리기 전에 궁을 나가야 했다. 누구에게도 이름을 밝혀서는 안 됐다. 살아남더라도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묵계였다. 왕이 나가고 얼마지 않아 문이 열렸다. 검은 신을 신은 사내가 침상으로 다가왔다. 이불 아래에는 사람 모양으로 옷가지가 채워져 있었다 모바일릴게임 . 칼끝이 이불을 들췄다. 사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다. 사내가 돌아섰고, 중경은 침상 반대편으로 몸을 굴렸다. 창호를 밀고 빠져나오는 등 뒤에서 이불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발이 땅에 닿자 누군가 팔을 낚아챘다. 비명을 지르려는 입을 거친 손바닥이 막았다. 어머니의 처소를 지키던 늙은 궁인이었다. 그녀는 중경을 장독 뒤에 밀어 넣고 빈 물동이를 들었다. 곧 횃불 둘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궁인은 엎질러진 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병사들의 발밑으로 기어갔다. 꾸짖는 소리가 나는 틈에 중경은 담장을 따라 움직였다. 부엌 뒤 작은 문 앞에 짐수레가 기다렸다. 숯을 실어 나르던 사내가 턱짓을 했다. 중경은 숯자루 사이에 누웠다. 젖은 멍석이 얼굴을 덮었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자 비로소 온몸이 떨렸다. 무예를 겨룰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떨림이었다. 손에 쥔 칼로 멍석을 찢고 뛰어나가고 싶었다. 왕자의 이름을 외치면 누군가는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수레가 멈췄다. 궁문이었다. 창대가 숯자루를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쇠끝이 귀 옆을 스쳐 바닥에 박혔다. 중경은 이를 악물었다. 문지기가 짐을 모두 내리라고 했다. 수레를 끌던 사내는 태자의 상에 쓸 숯을 더 가져오라는 분부라며 투덜거렸다. 바로 그때 안쪽에서 사람을 부르는 고함이 터졌다. 문지기가 고개를 돌렸다. 사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수레를 밀었다. 궁문을 벗어난 뒤에도 중경은 일어나지 못했다. 바퀴가 돌을 넘을 때마다 쇠끝이 다시 내려오는 것 같았다. 한참 뒤 멍석이 걷혔다. 사내는 갈림길을 가리키고 돌아섰다. 이름을 물으려던 중경에게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바다이야기사이트 그것이 왕자로서 받은 마지막 인사였다. 동쪽 하늘이 희끗해 질 무렵, 중경은 바닷가 작은 배 앞에 섰다. 뱃사공이 행색을 훑으며 누구냐고 물었다. 입안에서 익숙한 이름이 맴돌았다.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자신을 숨겨준 궁인과 숯장수도 죽을 수 있었다. 중경은 대답 대신 칼을 꺼내 머리카락을 잘랐다. 검은 머리채가 젖은 모래에 떨어졌다. 배가 해안을 떠나자 멀리 말 탄 사람들이 나타났다. 횃불 하나가 허공을 그었다. 사공이 노를 멈추려 하자 중경은 힘껏 노를 붙잡고 저었다. 물살이 손등을 때렸다. 돌아보지 않고 저었다. 품속에는 왕자의 신분을 증명할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훗날 구화산에서 김교각이라 불릴 청년에게 남은 것은 아직 멎지 않은 심장 소리뿐이었다. ◆흔적: 성덕왕릉, 돌에 남은 왕실의 위엄 경주 시가지에서 불국사 방면으로 향하다 조양동에 이르면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성덕왕릉을 만난다. 지장보살이 된 김교각의 아버지 무덤이다. 소재지는 경주시 조양동 산8번지다. 도심의 대릉원처럼 여러 봉분이 한눈에 펼쳐지는 곳과 달리 구릉의 숲 안에서 왕릉과 석물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답사지다. 차량으로 찾을 때는 목적지를 '경주 성덕왕릉'으로 설정하면 위치를 확인하기 쉽다. 북서쪽에는 효소왕릉으로 전하는 고분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성덕왕은 신문왕의 아들로, 효소왕의 뒤를 이어 702년부터 737년까지 신라를 다스렸다. 당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국가체제를 정비한 군주로 평가된다. 오늘의 왕릉은 성덕왕의 무덤으로 전해져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다만 무덤 주인의 이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므로 왕릉에 대한 기록과 눈앞의 유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봉분에 다가서면 잔디를 덮은 둥근 흙무덤 아래로 돌들이 질서 있게 이어진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 봉토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둘레를 두른 호석이다. 높이 약 90㎝의 판석을 세우고 그 위에 덮개돌인 갑석을 얹었다. 판석 사이에는 기둥 구실을 하는 돌을 끼웠으며, 바깥쪽에는 삼각형의 받침돌을 비스듬히 세워 보강했다. 무덤을 지탱하는 기능과 왕릉의 격식을 함께 갖춘 구조다. 성덕왕릉에서 눈여겨볼 것은 받침돌 사이에 배치된 십이지신상이다. 다른 왕릉에서 호석 표면에 돋을새김한 모습을 보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돌을 입체적으로 깎아 만든 독립된 조각상으로 표현했다. 네모난 받침 위에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형상으로 서서 무덤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열두 동물과 방위를 결합한 수호의 관념이 왕의 무덤 둘레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석상들은 온전한 모습으로 남지 못했다. 머리를 잃거나 몸체가 훼손된 조각이 많다. 현장의 닭 신상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다른 상들과 비교해 살펴볼 만하다. 동물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결합한 표현, 갑옷과 자세에 담긴 조각 수법을 읽을 수 있다. 훼손된 모습만으로 파손 시기나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남은 부분에서도 왕릉을 장엄했던 조각의 수준이 드러난다. 온전한 원숭이신상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능 앞에는 돌로 만든 상이 있고, 사방에는 돌사자가 배치돼 있다. 사람을 본뜬 석인도 답사의 중요한 대상이다. 남아 있는 무인석은 갑옷을 입고 두 손으로 칼을 짚은 모습이며, 다른 석인은 상반신만 남아 있다. 왕을 호위하는 인물과 동물을 돌로 세워 사후의 공간까지 위엄 있게 꾸몄던 장례문화가 읽힌다. 능 앞쪽의 귀부도 놓쳐서는 안 된다. 성덕왕릉귀부는 비석을 받쳤던 거북 모양의 돌로, 경주시 조양동 666번지에 자리한다. 비석의 몸과 머릿돌은 사라지고 거북의 목도 부러졌지만 등에 새긴 육각형 무늬와 발톱, 비석을 꽂았던 네모난 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글을 잃은 받침돌이 당시 석공의 솜씨를 전하고 있다 골드몽게임 . 성덕왕릉은 봉분 하나보다 그 둘레의 석물들을 함께 볼 때 의미가 깊어진다. 호석과 십이지신상, 석인과 돌사자, 능비의 흔적이 어우러져 통일신라 왕릉 형식의 발달을 보여준다. 소나무숲 속에 남은 돌들은 왕실의 위엄과 신앙, 그리고 그것을 형상으로 빚어낸 사람들의 기술을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신화전설 2: 끝내 놓지 않은 손 밥그릇이 사흘째 오지 않았다. 김교각은 암굴 밖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바라봤다. 산 아래 농부 오용지는 궂은 날에도 밥을 날라 왔었다. 제 식구 먹일 양식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그릇 밑바닥에 밥을 꾹꾹 눌러 담던 사람이었다. 교각은 짚신을 신고 일어섰다. 어둠 속에서 산이 낮게 울었다. 계곡에 이르자 길이 끊겨 있었다. 흙탕물이 바위를 넘어 덮쳤다. 건너편 오용지의 집에서 불빛이 흔들렸다. 기울어진 지붕 아래로 가느다란 울음이 새어 나왔다. 번개가 골짜기를 갈랐다. 쓰러진 기둥에 다리가 깔린 농부와 그 옆에 웅크린 어린 딸이 보였다. 교각은 물가의 나무에 밧줄을 묶고 건넜다. 물살이 무릎을 꺾었다. 떠내려온 가지가 어깨를 때리자 몸이 뒤집혔다. 입안으로 흙탕물이 쏟아졌다. 밧줄을 움켜쥔 순간 숯자루 사이에서 숨죽였던 밤이 떠올랐다. 그때는 누군가 자신을 실어 날랐다. 오늘은 자신이 건너가야 했다. 농부는 다가온 교각에게 딸을 밀어주었다. 교각은 아이를 업고 돌아와 높은 둔덕의 나무 밑에 내려놓았다. 작은 손이 옷자락을 붙들었다. 그는 그 손을 제 뺨에 잠깐 대었다가 떼어냈다. 아이의 아버지를 두고 올 수는 없었다. 다시 건넜을 때 물은 허리까지 차올랐다. 기둥 아래 어깨를 넣고 밀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톱이 뒤집히고 무릎이 흙에 박혔다. 농부가 그의 팔을 밀어냈다. 이러다 둘 다 죽는다는 뜻이었다. 교각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살리려고 궁궐에 남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누군가를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다. 게임랜드릴게임 부러진 서까래를 기둥 밑에 끼우고 온몸으로 눌렀다. 나무가 비명을 냈다. 틈이 벌어졌다. 농부가 다리를 빼는 순간 지붕이 내려앉았다. 교각은 그를 끌어안고 마당으로 굴렀다. 흙탕물 위로 빈 밥그릇이 떠내려갔다. 그는 농부의 손목을 붙잡아 제 어깨에 걸쳤다. 날이 밝자 나무 밑에서 아이가 울었다. 교각은 등에 업은 농부를 눕혔다. 작은 손이 아버지의 얼굴을 더듬었다. 한참 뒤 농부가 기침하며 물을 토했다. 교각은 그제야 주저앉아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산을 건넌 햇살이 젖은 어깨들에 함께 내려앉았다. 그 뒤로 암굴에는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이 찾아왔다. 교각은 자리를 내주고 불을 피웠다. 함께 밥을 짓고 지붕을 이었다. 수행처가 넓어질수록 그가 혼자 앉을 자리는 오히려 좁아졌다. 그래도 밤은 예전처럼 길지 않았다. 잠결에 누가 신음하면 먼저 일어나 보살폈다. 세월이 흘러 마지막 숨을 거두던 날, 교각은 앉은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무릎 위에 포갠 손은 늙고 야위어 있었다. 그 손으로 밥을 얻어먹고 이마의 열을 식혔던 사람들이 문밖에 모였다. 누구도 선뜻 문을 닫지 못했다. 삼 년 뒤 감실을 연 제자들이 그 앞에 엎드렸다. 육신은 썩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소식을 듣고 지팡이를 짚은 노파가 산을 올랐다. 오용지의 딸이었다. 노파는 무릎 위의 손을 오래 바라봤다. 제 손을 뺨에 대었다가 아버지를 구하러 물속으로 돌아가던 그 손이었다. 주름진 뺨으로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은 그 육신을 정성껏 모셨다. 등신불 앞에 향이 피어오르고, 지장보살의 화신이라는 이름이 먼 고을까지 퍼져나갔다. 왕자의 이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고통받는 이들의 기도 속으로 들어갔다. 노파는 손녀의 손을 꼭 쥐었다. 아이가 무엇을 빌었느냐고 묻자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계곡에서처럼 누군가 끝내 손을 놓지 않아 주기를 빌었을 뿐이었다. *이 글은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스토리텔링 한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볼 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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