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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이란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모카 등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제하면서 국제 원유의 수송 통로가 막힌 영향이 크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등을 위해 한국의 기여를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파병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동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초기에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확대하거나 소해함 등 비전투 전력을 단기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는 식으로 미국을 지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 센터장은 미국 오스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에 이어 현재 법무부·국방부·국가정보원 자문위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중동산업협력포럼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최소한의 중동 수업’을 통해 중동 지역의 정치·경제·역사 등을 알기 쉽게 풀어쓰기도 했다.
장 센터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 “정부의 실기(失期)가 아쉬움을 남긴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4월 5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화상 회의에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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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최근까지도 파병의 주요 절차인 파병동의안의 국회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 센터장은 이와 관련 “정부는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판단해 결정을 계속 미뤘을 것”이라며 “그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이란의 표적이 됐다. 걸프국가들이 한국에 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수와 진보 정권 관계없이 우리 정부는 중동국가를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며 “하지만, 이란이 중동국가들을 공격하는 데 수수방관했다. 중동 전쟁 이후에 과거와 같은 신뢰 관계를 그들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장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파병 문제를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원칙에 따라 즉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파병 결정이 이뤄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가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반면 이번 파병은 세계 에너지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해 기준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5%가 지나는 핵심 수송 경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원유 수입량 중 중동산의 비중이 70%에 달하며 중동산 원유의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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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선 파병과 관련 장병의 신변 위험, 이란과의 관계 악화 등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장 센터장은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국적의 선박 나무호가 피격당한 사건을 거론하며 “파병하지 않았을 때도 이란 강경파인 혁명수비대가 배후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며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야 하지만 군부 중심의 강경파와 잘 지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은 일시적 휴전과 협상 파기가 반복되는 지루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많은 기업이 전쟁 종식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뾰족한 답이 없다”며 “이란의 강경파 세력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더라도 얼마 못 가 무효화하는 등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이 이어지며 느린 속도로 협상이 조금씩 진전되는 방향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란 전쟁을 통해 중동 국가에 긍정적 변화도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왕정 중심의 걸프국가들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사상 초유의 개혁에 나서고 있다”며 “이란의 공격을 받은 뒤 몇몇 중동국가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앞으로 운영 방식에서 과거보다 합리적이고 진일보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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