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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항해사에서 '환경감시선'의 선원이 되기까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에게 배는 곧 일터이자 삶의 공간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조금 특별한 목적을 가진 배가 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대신, 지구 곳곳의 환경 파괴 현장을 찾아가 세상에 알리는 배다. 바로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이다.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는 한국인 최초의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항해사 김연식이 약 7년 동안 바다 위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환경운동가였던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무역선의 항해사로 일하던 그는 부산에 정박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의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우연히 발견한다. 무료함을 달래려는 마음과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에 올랐던 그는 단 보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하고 환경감시선 항해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삶은 예상보다 훨씬 거칠고 낯설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살아 있음을 느끼는지 발견한다.
"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액티비스트"
그린피스 선원이 된 저자는 "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액티비스트"라는 말을 듣는다. 배를 운항하고 선원으로서 맡은 일을 하는 동시에 환경운동가로서 지구를 지키는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완벽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휘발유차를 몰았고 채식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환경보호가 완벽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는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하고, 작은 불편을 감수하며 하나씩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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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빙하에서 만난 피아노 선율
환경감시선에서의 항해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조사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함께 북극 빙하에서 진행한 피아노 연주 캠페인은 그린피스의 활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차가운 공기와 얼음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바쁘게 움직이던 선원들은 일제히 일손을 멈추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는 이 순간을 마치 마법처럼 묘사한다.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외치는 대신,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발견한 우리의 흔적
저자가 바다 위에서 마주한 환경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사하던 중 한글이 적힌 플라스틱 통이 발견된다. 오래 바다를 떠돈 듯 이끼가 붙은 통에는 한국 기업의 이름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이어 형광등 조각과 플라스틱 바가지 등 한글이 적힌 쓰레기가 계속 발견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떠돌며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버린다'는 것이 과연 '사라진다'는 뜻일까. 저자의 경험은 환경 문제가 결코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래와 빙하, 아마존의 숲을 만나다
환경감시선에서 만나는 것은 환경 파괴의 현장만이 아니다. 파나마에서 칠레를 향해 항해하던 중 스무 마리가 넘는 향유고래를 발견하는 순간도 있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 앞에서 자연의 거대한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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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는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한 짙은 숲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태초의 지구가 이랬을까' 생각한다. 햇살과 공기, 바람과 하늘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순간이다. 저자의 생생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책을 통해 세계 곳곳의 자연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실패해도 다시 항해하는 사람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의 석유 시추 현장을 막는 과정에서 브라질 정부에 붙잡혀 3박 4일 동안 심문을 받기도 하고, 캠페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저자는 실패를 이유로 포기하지 않는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다시 행동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멋지고 완벽한 모습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고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배에서 만들어낸 동료애
환경감시선에는 20여 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생활한다. 언어와 문화, 음식과 생활 방식이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배에 오른다. 좁은 배 안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다 보면 갈등도 생기지만, 어려운 순간을 함께 견디면서 끈끈한 동료애가 만들어진다. 크리스마스에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격려하는 순간, 저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함께하느냐가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환경을 지키는 일은 자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직업을 넘어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서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일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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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선사의 항해사에서 환경감시선 항해사로 삶의 방향을 바꾼 저자의 선택은 대학생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직업을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안정성과 조건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면서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일로 세상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보람 역시 직업이 가진 중요한 가치임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
저자는 환경보호를 위해 반드시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비건이나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와 같은 실천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작은 행동, 일회용품을 하나 줄이는 선택,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는 습관도 환경을 위한 실천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항해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듯 독자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작은 물결이 모여 지구를 위한 파도가 되기를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는 환경 문제를 어렵고 무거운 지식으로 설명하는 대신 한 사람의 실제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북극의 빙하와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아마존의 숲과 바다에서 만난 고래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환경보호가 거대한 구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물결처럼 보이지만, 그 물결이 모이고 이어진다면 결국 큰 파도가 될 수 있다. 저자가 바다 위에서 시작한 초록빛 항해는 이제 책을 읽는 독자에게 이어진다.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그 첫 항해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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