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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은 ‘역사엔 패턴이 존재한다’로 번안할 수 있다. ‘이야기’를 역사라는 프리즘에 통과시켜도 이 명제는 유효하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이들과 들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100만년 전 모닥불 앞에서 속삭였던 이야기는 오늘날 디지털 문명의 도래로 시공간을 초월해 전파된다. 이야기에 어떤 힘이 있기에 기술과 사회는 늘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시공간에서 해방시켰을까.
사물인터넷(IoT)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술 혁신가 케빈 애슈턴의 저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사의 중대한 기술 혁명과 엮어 세상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과 역사를 통시적으로 들여다본다. 아울러 디지털 문명으로 인해 흘러넘치는 이야기들 속에서 사실과 진실을 가려낼 ‘문해력’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야기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택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초기 인류에게 이야기는 세상과 인간을 판단하기에 적합한 준거였다. 누군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고 다가올 위험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유대감과 협업 능력도 강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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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이가 무리 안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그림을 넘어 문자가 발명되며 이야기를 전하는 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권력자와 식자에 국한됐다. 화자와 청자 간 위계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화자는 청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은 인류 최초의 기록된 이야기에서도 발견된다. 기원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도시 ‘우르’에서는 왕에 의해 쫓겨난 대제사장 엔헤두안나가 자신의 처지와 억울함을 담은 ‘시’를 남겼다. 누군가의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선전물’이었던 셈이다.
엘리트들의 이야기 독。을 해체한 건 기술이었다. 인쇄술이 대표적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주류 담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이야기가 널리 전파될 수 있는 기。에 해당됐다. 로마 가톨릭교회가 면죄부를 팔면서 이를 합리화하자 1517년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가톨릭의 질서에 도전했다. 오늘날 개신교 탄생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사건이었다. 구체제를 전복할 이야기의 힘은 기술과 늘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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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에서 흑인의 음악과 이야기를 전파한 트랜지스터라디오는 강고한 인종분리 정책에 균열을 냈고, 걸프전 당시 전쟁의 잔혹함을 숨기던 미국을 겨냥한 한 사진작가의 작품은 진실의 모습을 드러냈다. 디지털 문명이 낳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출현은 어떤 사건을 마냥 숨기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들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야기를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짚는다. 출판, 방송, 인터넷,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가 다양한 채널로 쏟아지면서 진위를 판단하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SNS에 퍼졌던 백신 음모론이란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을 현혹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작동하는 강화학습(RL)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 이용자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만 전달하며, 생성형 AI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환각(할루시네이션)으로 사용자를 오인의 바다로 내몬다. 이를 이용해 거짓과 선동으로 대중을 조종하고 기만할 권력자들의 존재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은 비판적 문해력뿐이다.”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생각의힘 펴냄
기의 힘은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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