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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학교 일과 중 교육 활동과 무관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폰 프리 스쿨’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일상을 독서와 예술, 체육 활동으로 채우겠다는 ‘라스’(RAS) 정책을 함께 내놨다. 라스는 독서(Reading), 예술문화(Arts), 스포츠(Sports)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학교별 특색을 살린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벽깨기 협약’을 통해 지역 공공도서관과 문화예술기관, 체육시설 등과 연계해 학생들의 활동 공간과 경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넘어 학생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교육 현장을 찾아 살펴봤다.
지난달 22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나비초등학교 등굣길은 학교 이름만큼 특별했다. 나비초는 1년에 한번 열리는 ‘나비축제’를 맞아 아이들이 직접 등굣길에 악기 연주를 선보였다. 아이들은 이 순간을 위해 올 한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날은 4학년 학생들이 리코더 연주를 하는 날. 아이들은 함께 무대에 올라 ‘종달새의 하루’, ‘피노키오’,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등을 연주했다. 그 모습을 등교하던 친구들이 지켜보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 아침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지며 제법 쌀쌀했지만, 무대 앞에 모여든 아이들은 연주에 빠져들었다.
나비초는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이렇게 등굣길 연주회를 했다. 아침 8시40분부터 8시50분까지 등굣길은 공연장이 됐다. 리코더뿐만이 아니다. 방과 후 통기타반 학생들은 기타를 연주했고, 5학년 학생들은 첼로와 바이올린을 켰다. 1학년과 2학년 학생들도 오카리나 연주로 등굣길을 열었다. 합창과 노래 줄넘기 등도 이어졌다. 오늘은 다른 학생들의 공연을 보는 관객이었다면, 내일은 내가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되는 식이었다.
이 학교 5학년 최예솔(11)양은 “4학년들의 연주가 아름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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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은 앞으로 무대에서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추는 춤이다. 자신을 “몸치”라고 소개한 최양은 친구들과 함께 23일 선보일 리센느의 ‘러브 어택’을 연습하고 있었다. 최양이 맡은 역할은 리센느 멤버 원이다. 최양은 “무대에 설 생각을 하면 떨리지만, 친구들과 연습하면서 그만큼 용기가 생겼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긴장 속에 용기를 내 무대를 선보이는 일. 이렇게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나비초 학생들에겐 어색한 일이 아니다. 나비축제를 맞아 나비초에선 2~3교시에 아이들이 각자 교실에서 장기자랑을 했다. 이날은 4학년들이 각자 장기를 선보이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풍선아트로 멋지게 강아지를 만들었고,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축구공으로 리프팅을 보여주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난센스 퀴즈를 준비해 온 아이는 정답을 맞힌 친구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한 ‘센스’ 덕분에 박수를 받았다.
과거 학교에서 열리던 장기자랑과 나비초의 축제는 결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열리는 ‘학예회’ 등은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공연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의 작품이 전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마저도 학예회를 찾는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교사와 학생 모두 고민해야 했다. 나를 찾는 시간은 사라졌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만드는 데 급급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다수 아이는 그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비축제는 다르다. 이곳에선 모든 아이가 각자 좋아하는 일을 친구들 앞에서 보여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서툴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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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예능부장인 김유진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자기 끼나 재능을 무대에 서서 보여주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하면서도 1년 내내 이 시간을 기다린다”며 “사실 학부모님들이 오시면 보여주기식 공연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장기자랑은 오히려 아이들이 자기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했다.
문화와 예술은 아이들의 일상에서도 함께한다. 이날 둘러본 나비초는 학교 이전에 일종의 미술관 같았다. 각 학년 아이들이 명화를 패러디하거나 마을을 표현한 작품이 복도마다 가득했다. 트릭 아트 작품과 초대 교장이 기증한 그림도 있었다. 복도 한쪽에는 빔프로젝터가 6학년 학생들이 인근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인터뷰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계속 쏘아대고 있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학교 곳곳을 그림으로 표현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도 전시됐다. 이 시화에 달린 정보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으면, 아이들이 직접 시에 관해 설명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비초 도서관에선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펴내는 활동도 한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나비초는 모든 아이가 예술을 향유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류해석 교장은 “우리 학교 교육의 최종 목적은 시민교육”이라며 “내가 잘하든 못하든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나를 봐주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장은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개인을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개인으로 성장해 만들 세상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했다.
류 교장은 평소에도 모든 아이를 위한 문화예술 교육을 고민하고 이런 현장을 살피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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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류 교장은 그 과정에서 얻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했다. 실제 류 교장은 축제 기간 무대에 올라 통기타 공연을 직접 했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류 교장은 “잘 못 치는데 마지막에 공연했더니 아이들이 만나서 ‘교장 선생님 멋있어요’라고 하더라”며 “아이들도 자기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나비초는 앞으로 축제와 일상에서 아이들의 역할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실제 나비초는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친구들 앞에서 4분 이내로 할 수 있는 장기를 선보이거나 매주 목요일 방송을 통해 개인적인 사연이나 학교에 대한 건의 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목요일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비축제도 내년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과 운영 계획 등까지 정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류 교장은 “아직 시행 초기라 아이들이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갈수록 참여가 늘고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청도 학교 현장에서 일궈온 이런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비초는 도교육청의 이런 지원이 있으면 기존에 해왔던 활동이 더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비초는 앞으로 이런 문화를 학생들이 주도해서 꾸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학생자치회 중심으로 등굣길 문화예술 공유 시간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일상 속에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또 교육과정별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해 민요, 합창, 연극 등을 체계적으로 적용한 활동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류해석 교장은 “문화예술로 행복한 학교를 디자인하는 게 꿈”이라며 “지금은 계획이지만 1인 1악기를 활성화하고, 독서토론 교육을 새롭게 도입해 독서·예술 교육을 통한 인공지능 시대의 사람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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