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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중독 당사자들의 회복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3년간 여러 중독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회복하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봤는데요.
우리 곁에 너무나 많아진 중독이라는 병. 이 아픔을 치유하려면 사회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기사를 통해 많은 분들의 마음을 두드리고자 했어요. 오늘은 끊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중독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지 약을 끊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중독 당사자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의 삶은 파괴되고요.
중독과 관련된 사회 문제들도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 처방약을 너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현실, 10대 청소년들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을 과복용하고 중독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는 실상이 숙제입니다. 여성 중독 당사자들의 삶이 남성에 비해 유독 가혹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독 당사자들을 도울 회복 생태계가 여러 가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볼게요.
죽느냐 사느냐, 중독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을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3년 전 처음 만난 중독 당사자 썬(40·가명)이 그랬습니다. 죽도록 끊고 싶었지만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실망시켰다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어요. 썬의 회복을 돕고 있는 후원자도 여러 차례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약물 사용 문제가 있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살 사망 비율이 16대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어요. 중독은 말 그대로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중독자에게 중독되는, 공동의존
‘공동의존’은 중독자들와 가까운 주변인들이 경험합니다. 가족이 대표적이에요. 특히 요즘에는 투약 연령대가 내려가면서, 자식의 중독 문제로 마음을 태우는 부모님들의 고통이 큽니다.
한 중독자 부모 모임의 풍경이에요. “아들·딸 방문 앞에 매트리스 깔고 자 보신 분?” 모두가 손을 듭니다. “그 정도는 기본이죠. 그것도 안 해본 사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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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존은 ‘중독자에게 중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중독자의 삶에 종속되는 거예요. 중독자 자식을 둔 엄마는 딸·아들의 회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모두 걷어내거나 통제하려 합니다. 자식이 괜찮은 날은 웃을 수 있고,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절망합니다. 자녀의 중독이 재발하면 자신이 잘 돌보고 감시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자책하게 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공동의존자들의 삶은 말라갑니다. 많은 중독 분야 전문가들이 ‘당신의 삶부터 챙기라’고, 중독자들의 가족에게 강조하는 이유예요. 비행기에서 비상상황 시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끼고 아이를 도와야 하는 것처럼, 중독자를 살리려면 먼저 자신이 괜찮아져야 합니다.
아버지가 병원 400곳에 전화한 이유
400곳이 넘는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건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들 영재(25·가명)가 항불안제·진통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여러 병원에서 마구잡이로 처방받아 오남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산부인과에서도 약을 구했어요. 아버지는 아들이 어느 병원에 들렀는지, 갔다면 무슨 약을 받았는지를 알기 위해 서울 전역 정신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재가 받은 약들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병원은 약 처방 이력을 확인하고 처방을 내줘야 하고요. 그러나 현행 시스템에는 구속력이 없습니다. 처방전을 주는 의사에게도, 그걸 보고 약을 내주는 약사에게도 의무가 아니에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는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주는 질환입니다. 약으로 적절하게 증상을 조절해야 해요. 단, 의사의 신중한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환자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두아(15·가명)는 병원에서 ADHD 치료제를 처방받았는데, 엄마는 의사에게서 의존성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나, 보호자가 약 복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약국도 오남용의 창구
두아는 어느 날부터 ADHD 치료제를 정량보다 많이 삼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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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알게 된 엄마는 병원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두아는 대신 일반의약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최근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떠오른 ‘오디’(OD·Overdose)를 시작한 겁니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 수면유도제를 과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방약·약국약 등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10만명당 인구수는 2025년 전 연령대에서 1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ADHD 치료제는 2021년에서 2025년 사이 처방량이 2.5배 급증했어요. 식욕억제제 처방은 10대에서 여성의 비율(87.2%)이 압도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외모 관리를 위한 다이어트 목적으로 추정돼요.
여성 중독 당사자들 이야기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그동안 만난 여성 중독자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남성이 권해서’ 약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여성은 중독 문제로 도움을 받을 곳이 많지도 않아요. 회복 공동체나 익명의 약물중독자(Narcotics Anonymous·NA) 모임을 가도 참석자는 대부분 남성입니다. 약물 문제가 있는 여성에게는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편견 어린 시선이 꽂힙니다. 쉽게 성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거란 식의 눈길이에요. 회복한 여성 활동가도 남성에 비해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회복계 셀럽’들의 민낯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어떻게’ 도울 것이냐는 거겠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회복 생태계는 건전하지 않았어요.
다르크(DARC)라는 약물 중독 회복 공동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운영되는 모델을 국내로 들여온 거예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 다르크는 실패했습니다. 경기도 다르크는 센터장의 입소자를 성추행 문제, 금전 관리 문제가 불거졌어요. 문제가 밝혀지고 나서 그는 자살했고요. 인천 다르크의 센터장은 자신이 상담하던 여성 중독자 다수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잠시 자숙하던 그는 최근 책을 출간하고 언론 인터뷰를 재개하는 등 활동을 재개했어요.
경기도와 인천 다르크 센터장은 모두 마약 중독자였다가 약을 끊은 사람들입니다. ‘회복계 셀럽’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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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끊은 서사로 유명해지고, 대중 앞에 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변질되는 과정이 또 다른 이에게서도 발견됩니다. 그 역시 ‘회복계 셀럽’이에요. 그리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라는, 마약 중독 분야 유일의 공공기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졸피뎀을 상습 투약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요. 관련 증언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 인물은 모두 서로 가까웠을 뿐 아니라, 중독 회복의 주축으로 통했던 이름들이에요. 취재하며 만난 중독 당사자들이 “내가 힘들게 끊어도 말로가 저렇게 비겁한 모습일까 봐 겁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살릴 수 있나요?
끊는 사람들이 약물을 잘 회복하기 위해, 현 시。 우리 사회에서는 마퇴본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덩치만 커졌고, 내실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시。 마퇴본부는 이런 평가를 받습니다.
마퇴본부는 준비 안 된 회복자들에게 성급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쏘았고, 그들의 행실 문제가 불거지자 문제를 덮으려 했어요. 2024년 마약류중독재활센터인 ‘함께한걸음센터’를 전국에 확대할 때는 성급한 일처리로 문제를 빚었어요. 서울 강동구 센터는 문 한 번 열어보지 못하고 운영이 무산됐습니다.
중독 당사자들과 직접 대면할 직원들은 낮은 급여 등 문제로 높은 퇴사율을 보입니다. 임기제로 일하는 상위직에는 고연봉이 책정된 반면 현장은 낮은 급여로 유지돼요. 마약 중독 회복 및 재활 지원은 현장이 중요한 업무인데, 임금 구조가 모순적인 거죠.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https://www.khan.co.kr/article/001)에 정리했습니다.
기사에 차마 다 적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언젠가는 또 새로 이야기를 풀어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좀 긴 에디터픽이었네요. 독자님들, 앞으로 중독과 회복의 세계에도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사실), 선(맥락), 면(관.)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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