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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언행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대회인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육계에 비해 예술계는 논란의 소지가 더욱 크다. 국제적 권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이른바 ‘무늬만 국제대회’나 상대적으로 경쟁 범위가 좁은 국내 전통예술 경연대회에서 입상해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 혜택을 주던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당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개발도상국이었다. 한국인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국가적 경사였다. 병역 혜택은 국가의 위상을 높인 공로에 대한 보상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한국의 문화적,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까지 겹치면서 병역특례 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개인의 성취를 왜 국가가 병역 혜택으로 보상해야 하느냐”, “젊은 시절 18개월의 시간이 소중한 것은 엘리트 예술·체육인뿐 아니라 모든 청년에게 마찬가지”라는 강한 불만이 나온다.
예술요원이 체육요원보다 많아…85%는 국내 개최 대회 출신
현재 예술인 병역특례는 정확히 말하면 법적인 병역면제가 아니다. 보충역인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활동한다. 이 기간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레슨이나 공연 등 544시간의 봉사활동도 이행해야 한다. 다만 현역병처럼 군부대에서 생활하지 않고 연주나 공연 등 기존 활동을 계속할 수 있어 사실상 병역면제에 가까운 혜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10년간 병역특례를 받은 인원은 체육계보다 예술계가 더 많다. 병무청 등에 따르면 2016~2025년 예술·체육요원 편입 인원은 총 350명으로, 이 가운데 예술요원이 220명으로 약 63%를 차지했다. 체육요원은 130명으로 약 37%였다. 병역특례를 받은 10명 중 6명 이상이 예술요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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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대회 수와도 관련이 있다. 체육계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두 가지 대회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병역특례가 인정되는 예술경연대회는 국제대회 30개, 국내대회 5개 등 모두 35개에 달한다.
국제대회는 음악 분야 25개와 무용 분야 5개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USA 국제 발레 콩쿠르 등이 포함된다. 이들 대회에서 2위 이상에 입상한 사람 중 성적순 2명 이내가 예술요원 편입 대상이다.
국내대회는 온나라국악경연대회, 동아국악콩쿠르,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동아무용콩쿠르,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등 5개다. 이들 대회는 모두 매년 개최된다. 국제대회가 활성화되지 않은 전통예술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대회 1위 입상자에게도 병역 혜택을 주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분야에서 일정한 전수교육 요건을 충족한 사람도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병역특례를 받는 예술인 상당수가 해외의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가 아니라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통해 자격을 얻고 있다는 .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216명이다. 이 가운데 순수 국내대회 입상자는 104명으로 48.1%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대회까지 포함하면 184명으로 전체의 85.2%에 달한다.
국내 개최 대회는 대부분 매년 열리는 반면 쇼팽 콩쿠르처럼 해외의 주요 국제 콩쿠르 중에는 3~5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가 적지 않다. 또 대회에 따라 악기나 장르, 연령 등 세부 부문별로 수상자를 배출하기 때문에 한 대회에서 여러 명이 병역특례 자격을 얻기도 한다.
국제 콩쿠르 2위에서 1위로…정부, 단계적 폐지까지 검토
정부는 우선 병역특례 대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병무청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 예술경연대회의 편입 기준을 현행 2위 이상에서 1위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통예술 경연대회는 세부 부문을 통합해 대회별 편입 인원을 기존 2~3명에서 1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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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의 위상과 심사 공정성, 경쟁력 등을 검토해 인정대회 자체도 정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정대회 수를 꾸준히 줄여왔지만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자 편입 기준까지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향도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병역특례를 받은 이후의 관리도 논란거리다. 예술·체육요원은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특기활용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실적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제출한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2018년 병무청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합동 실태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예술·체육요원 60명 가운데 31명이 봉사활동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 시간을 부풀린 사람이 14명, 이동시간을 잘못 기재한 사람이 11명, 허위실적을 제출한 사람이 6명이었다. 이후 관리 규정이 강화됐지만 봉사활동의 실효성과 관리·감독 체계는 계속 .검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사례는? 싱가포르는 입영 연기, 이스라엘은 군 복무와 예술 활동 병행
그렇다면 한국처럼 징병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은 체육·예술인의 병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싱가포르는 예술이나 체육 분야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도 원칙적으로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한다. 다만 특별한 경우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다. 군 복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체육 활동의 중요한 시기를 고려해 입대 시.을 늦춰주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포르의 요트(세일링) 선수 맥스 메이더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싱가포르 국방부는 그의 선수 경력을 고려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입영을 연기하도록 허용했다. 다만 연기 기간이 끝나면 군 복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이처럼 장기간 입영 연기(3~6년)를 허용하는 사례는 지난 20년간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이스라엘은 우수 음악가와 무용수 등에게 군 복무 중에도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군인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공연이나 연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복무 시간을 조정하는 식이다. 핀란드도 징집병으로 구성된 군악대 등을 운영해 음악적 재능을 군 복무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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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마다 안보 환경과 복무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국가는 예술인의 경력 단절을 줄이면서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에서 한국의 제도 개편에도 참고할 만하다.
50세까지 입영 연기, 소득 일부 기여금 납부…대안은?
국회에서도 병역 의무를 유지하면서 예술인의 경력 단절을 막는 대안이 제시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추진한 병역법 개정안이다. 예술·체육요원에게 병역특례 대신 실질적인 군 복무를 부과하되 최대 50세까지 복무 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역 활동을 마친 뒤 군에서 예술·체육 지도자로 복무하도록 해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특히 발레 무용수처럼 20대의 신체적 기량과 경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입영 시。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장년층의 군 복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군에서 필요한 지도자 보직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 등의 과제가 따른다.
경제적 기여를 통해 형평성을 확보하자는 제안도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예술·체육 병역특례 기여금 도입 3법’은 병역특례를 받은 예술·체육인이 일정 기간 얻은 소득의 일부를 기여금으로 납부하고 이를 장병 복지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특례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지만,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사실상 돈으로 병역 부담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유명 연주자와 수입이 불안정한 젊은 무용수 사이의 소득 격차가 크다는 。도 고려해야 한다.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면서 설득력이 깨졌다. 여기에 저출생으로 병역자원까지 줄어들면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예술인 병역특례 제도는 이제 단순히 인정대회 수를 줄이거나 수상 기준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극히 적은 예외만 인정하는 대수술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젊은 시절의 활동이 중요한 분야에서 군 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은 예술가들에게 인생 전체가 걸린 문제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모든 청년의 시간을 동등하게 존중하면서도 예술인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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