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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 3층. 매장 한켠엔 옷을 판매하는 매대 대신 바늘과 실 등 바느질 도구가 놓였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새 옷을 고르는 대신 낡아 헤진 옷을 펼쳐 놓고 바느질에 몰두했다. 구멍이 난 부분을 알록달록한 실로 꿰매고 해진 곳에는 천 조각을 덧댔다. 유니클로의 '리유니클로 수선 워크숍'(사진) 현장이다.
유니클로는 리유니클로 활동을 통해 소비자가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해 왔다. 소비자들에겐 수선과 리메이크를 통해 옷의 수명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유니클로는 소비자가 리유니클로 활동의 취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지난 16일까지 서울 명동。에서 수선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오래 입어 낡은 옷을 가져와 직접 고치거나 새롭게 꾸미면서 버려질 뻔한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이번 행사에는 순환 패션 플랫폼 ‘재니들’의 전문 강사들이 참여해 바느질 기법을 가르쳤다.
이번 워크숍에는 정원 24명에 약 500명이 참가 신청을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렸다.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참가자들은 일본 전통 자수 기법인 ‘사시코’, 구멍 난 부분을 실로 메우는 ‘다닝’, 천 조각을 덧대 장식하는 ‘아플리케’ 등을 배웠다.
눈에 띄는 。은 수선한 흔적을 굳이 감추지 않는 식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통상 의류 수선이라고 하면 찢어지거나 해진 옷을 새것처럼 감쪽같이 고치는 것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는 옷감과 대비되는 색상의 실을 활용하거나 독특한 무늬의 천을 더해 되레 고친 부분을 강조하는 수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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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상된 부분이 오히려 디자인 요소가 되고, 낡아서 버릴 뻔한 옷이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른바 '비저블 멘딩(Visible Mending·보이는 수선)'이다.
중장년 세대에게 구멍 나거나 해진 옷을 바느질로 기워 입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다만 수선한 흔적은 가급적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옷을 기워 입는 일이 알뜰함의 상징이긴 하지만 동시에 경제적 형편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바느질은 단순한 집안일이나 절약 수단을 넘어 젊은 층이 즐기는 흥미있는 활동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낡은 옷에 새로운 무늬를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만드는 재미 때문이다. 수선한 흔적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개성을 드러내는 장식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아예 수선 문화를 즐기는 모임과 체험 프로그램도 생겨나는 추세다. 서울 망원동과 성산동 일대에서 시작된 '죽음의 바느질 클럽(죽바클)'이 대표적이다. 태국 치앙마이 손바느질 기법으로 구멍 난 양말이나 찢어진 옷소매 등을 독특한 무늬로 수선하는 모임이다. 재니들 역시 서울 성수동에 공방을 마련하고 수선 워크숍과 수선 예술 축제 등을 열고 있다. 버려지는 옷을 고쳐 입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민주 재니들 대표는 "옷이 찢어지고 해진 흔적에도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내 손으로 직접 고치면 삐뚤삐뚤해도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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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환경을 위해 옷을 고쳐 입으라고 요구하는 활동이라기 보단 수선 자체를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이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흐름에 유니클로 같은 대형 의류 브랜드가 참여한 것이 흥미롭다. 새 옷을 많이 팔아야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오히려 헌 옷을 고쳐 입으라고 독려하는 이유는 뭘까. 유니클로는 이같은 활동을 자사의 '라이프웨어(LifeWear)' 철학과 연결했다.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일상복을 만들어 오랫동안 입도록 한다는 취지다. 생산과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옷을 입고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처분하는 과정까지 책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가 직접 옷을 고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 9월 서울 롯데월드몰。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대구 동성로.에 이어 올해 5월에는 서울 명동.에도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옷에 생긴 구멍이나 찢어진 부분을 수선하는 서비스와 자수를 활용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전통 놀이와 국내 멸종위기 동물 등을 모티브로 한 자수 디자인도 선보인다. 이같은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는 세계 22개 국가 및 지역의 76개 매장(올해 10월 기준)에서 운영 중이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리바이스는 청소년들에게 단추 달기와 구멍 메우기 등 기본적인 바느질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마크도 소비자들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무료 수선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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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수선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옷을 오래 입도록 돕는 동시에 브랜드와의 접.을 늘릴 수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수선 워크숍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계기도 된다. 새 옷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매장을 방문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옷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바늘과 실을 건네기 시작했다는 .은 눈여겨볼 변화다. 소비자가 새 옷을 구매하는 순간뿐 아니라 이미 구매한 옷을 오래 입는 과정까지 브랜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옷을 고쳐 입는 문화는 하나의 산업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의류 수선 시장 규모는 올해 48억300만달러(약 7조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6.5%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류 수선 및 맞춤 서비스 시장도 작년 8500만달러(약 1260억원) 규모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약 4.9% 성장해 1억3000만달러 규모(시장조사 기관 딥 마켓 인사이츠 조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옷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생기고 제품도 진화하고 있지만 유니클로의 기본적인 가치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라며 "수선 역시 소비자가 옷을 더 오래 입도록 돕는다는 。에서 이러한 브랜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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