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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폐암 수술을 받으신 뒤 건강을 되찾으시는가 싶더니 무릎 관절염과 요추 골절이 잇따라 찾아와 연거푸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뻐근합니다. 올봄에는 다시 척추뼈 골절로 입원하셨습니다. 두어 달 회복기를 거치면 다시 일어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폐암 전이로 삼킴곤란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정성껏 쑤어 드린 영양죽은 물론 물 한 모금조차 삼키지 못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원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자식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픈 일이지,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식들이 교대로 병상을 지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여기셨습니다. 힘없이 눈을 감고 계시다가도 자식들이 곁에 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애써 눈을 뜨셨습니다. 자식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다시 눈을 감고 쉬셨습니다. 그 눈길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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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삶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자녀들을 유난히 오래 바라보셨습니다. 제가 고향 집을 수리한 후 처음으로 어머니와 가족들을 초대했던 날도 그랬습니다. 선친을 만나러 오시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려 이틀 밤을 지새우셨다는 어머니는 밤이 깊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으시고, 마당에서 불멍 하는 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시 한 편을 여기 남깁니다.
박규흔전(傳)
혼자서는 일어나기 힘든 구순 어머니
늦은 밤 옛집 거실에 앉아
마당에서 불멍 하는 딸들 보느라 잠 못 드신다
이봐 사위, 저 탁자 위에 있는 것들 좀 치워 주게
마당에 있는 애들이 잘 안 보여
이봐 사위, 여기 불 좀 꺼 주게
밖에 있는 애들 좀 잘 보이게
두 아들은 거실 바닥에 누워 코를 골고
딸들은 이슬비 내리는 밖에서 호호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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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 보느라 잠 못 드신다
딸들의 얼굴은 백일홍 같고
타오르는 불꽃 같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불새 같고
만개한 꽃 같고
그 꽃들 차곡차곡 가슴에 쟁이는
어머니, 어머니
그날 밤 어머니가 바라보시던 딸들의 모습은 이제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 마당의 불꽃은 한때 활활 타오르다가 이내 잦아들고 한 줌의 재로 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겨주신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해. 다 사랑해!”
어머니가 남겨주신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다하는 날, 어머니가 먼저 가신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을 품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러하셨듯, 만나는 사람마다 오래 바라보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천국에서 평안히 쉬세요. 언젠가 저도 그곳에 가서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다시 듣겠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운 딸 드림(류인채 시인·문예지 ‘학산문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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