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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10-1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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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는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도쿄대 공대 재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입상하진 못했지만 3라운드까지 진출했다. 대회 기간 그는 ‘카틴(Cateen)’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라이브 채팅을 이어가며 연습 과정을 공개했다. 그의 2라운드 연주를 지켜본 동시 접속자는 4만5,000명에 달했다. 당시 클래식 음악계는 피아노를 즐기는 괴짜의 출현 정도로 받아들였다. 도쿄대 공대 출신 스미노 하야토...쇼팽 콩쿠르 출전으로 '신드롬' 스미노는 일본 명문 가이세이 중·고교(開成中学校·高等学校)를 거친 우등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 게임에 몰두했고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수험생’을 뜻하는 ‘JUKENSEI’를 아이디로 삼아 게임 대회에 출전했다. 도쿄대 재학 중에는 파리의 음악음향연구소 이르캄(IRCAM)에서 음악 정보 처리를 연구했다. 얼핏 피아니스트가 하늘의 별만큼 많은 음악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기행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스미노는 음악을 논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공연장마다 다른 음향 조건을 연주에 반영하고, 건반을 누른 뒤 소리가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탐구했다. 소리의 생성과 소멸을 파고드는 창작자의 호기심이 스미노의 정체성이다. 2023년에는 미국 뉴욕에 거。을 마련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호세 제임스,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 시어터의 키보디스트 조던 루디스, 싱어송라이터 야노 아키코와 교류했다. 낮에는 연습과 작곡에 몰두하고 밤에는 재즈클럽을 찾아 낯선 연주자들과 즉흥 연주를 나눴다. 뉴욕은 콩쿠르 도전자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실험실이었다. 이듬해 음반사 소니 클래시컬과 계약했다. 도쿄 부도칸 공연에는 1만3,000명이 모였고 2025년에는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다. 게임렌드릴게임 K-아레나 요코하마 독주회는 ‘실내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 최다 티켓 판매’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최근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와 프롬스는 스미노를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지닌 창작자로 소개한다. 일본과 유럽 각지에서 그의 흥행력은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리우를 능가할 만큼 성장했다. 20세기 클래식 스타 시스템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까지 주로 ‘건반을 지배하는 사람’을 거물 피아니스트로 대접했다. 2020년대 중반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스미노 신드롬은 클래식 음악 시장의 새 질서를 보여준다. 나이 든 연주자를 손쉽게 거장으로 만들던 클래식 업계 관행이 힘을 잃고, 예술가의 감수성과 취향을 공유하려는 청중이 콘서트 흥행을 주도한다. 연주자의 경력과 수상 실적으로 가치를 판단하던 기존 평가 기준이 흔들린다. 잔향과 반사음 탐구...게임음악과 즉흥연주, 재즈 즐기는 음악가 스미노의 섬세한 감수성은 피아니스트인 동생 미라이와 나눈 라디오 대담에서 드러난다. 미라이가 고급 스피커로 자신의 녹음을 듣는 일이 “무서웠다”고 하자 스미노는 리버브(Reverb)를 화제로 꺼냈다. 리버브는 소리가 벽과 천장에 반사되면서 원음이 멈춘 뒤에도 공간에 남는 잔향이다. 스미노는 녹음 당시 헤드폰으로 최종 잔향을 들으며 연주했는지, 스튜디오의 생음을 들었는지 물었다. 그 차이가 타이밍과 페달링까지 바꾸지 않느냐고 거듭 질문했다. 직접음과 초기 반사음 사이의 시간차를 뜻하는 ‘프리딜레이(pre-delay)’까지 화제에 올랐다. 소리가 왜 그렇게 들리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태도의 발현이다. 일본 기성 언론이 즐겨 붙이는 ‘도다이(東大) 출신’이라는 수식어에는 그에 상응하는 실체가 있다. 쇼팽 콩쿠르 이후 그는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게임 음악을 편곡하고 소형 전자 건반을 연주하며 즉흥 연주와 작곡을 병행했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과거 클래식 음악 시장에선 이질적인 활동으로 취급하던 '혼종성'이 이제는 최고의 경쟁력이 됐다. 소니 클래시컬도 편곡자의 귀와 즉흥 연주자의 감각을 겸비한 음악가로 그를 상품화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연상시키는 '다재다능' 하이브리드를 체화한 스미노에게서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가 겹쳐 보인다. 2023년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난 뒤 일본이 음악으로 세계와 대화하는 방식의 한 축을 스미노가 이어받고 있다. 사카모토는 클래식의 언어를 바탕으로 팝과 전자음악, 영화와 미술, 기술을 넘나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다음 작품은 물론 새롭게 관심을 기울일 대상까지 궁금해했다. 음악가 개인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스미노 역시 전업 음악가를 꿈꾸던 시절 사카모토의 책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읽고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의 ‘통푸(Tong Poo)’를 따라 연주하며 악상을 궁리했다. 독특한 화성 운용에서도 두 사람의 공통。이 드러난다. 스미노는 적은 음으로 높은 긴장감을 만드는 보이싱(voicing·화음의 구성음을 음역과 간격에 따라 배치하는 방식)을 즐긴다. 바흐에서 드뷔시, 라벨로 이어지는 서양음악의 계보를 자기 방식으로 배열한다. 사카모토도 평생 화음의 세기와 음색의 관계를 탐구했다. 일본을 설명하지 않는 일본인이라는 .에서도 두 음악가는 포개진다. 패션잡지 속 스미노는 마른 몸과 긴 손가락, 창백한 얼굴, 흐트러진 머리와 중성적인 옷차림으로 섬세한 인상을 풍기지만 무대에서는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지난 8월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린 이틀 연속 리사이틀이 좋은 사례다. 첫날 ‘쇼팽 오비트(Chopin Orbit+)’에서는 쇼팽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소나타 2번을 꺼냈다. 심사의 압박에서 벗어난 쇼팽에 사카모토식 자유가 묻어났다. 템포를 유연하게 조절했고 장송행진곡에서는 멀리서 행렬이 다가오는 듯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릴게임바다이야기 ‘자장가’는 펠트를 댄 업라이트피아노로 연주했다. 공학도가 설계한 도면이 3D 프린터에서 입체로 구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듯 객석의 호기심이 집중됐다. ‘빗방울’ 전주곡 뒤에는 자작곡 ‘Raindrop Postlude’를 배치했다. 한 손으로 업라이트피아노를, 다른 손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식은 사카모토의 실험을 연상케 했다. 쇼팽의 ‘흑건’ 에튀드에 자신의 ‘백건’ 에튀드로 응답하는 구성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비공개, 실험적 즉흥연주...재즈클럽이 된 산토리홀 다음 날 ‘카틴 오비트(Cateen Orbit)’은 요즘 스미노의 흥행 비결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프로그램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객석 뒤에서 멜로디카를 불며 등장한 그는 “하이(Hi)!”라고 인사하고 관객 사이를 지나 무대로 올라왔다. 히사이시 조에서 니콜라이 카푸스틴, 프리드리히 굴다의 작품까지 넘나들었다. 신청곡도 받았다. ‘반짝반짝 작은 별’, 히사이시의 ‘Summer’,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즉석에서 하나의 음악으로 연결했다. 서로 무관하던 선율들이 하나의 회로로 이어져 차례로 불을 밝히듯 윤곽을 드러내자 객석이 들썩였다. 마지막에는 객석에서 친구이자 피아니스트인 기쿠치 료타를 발견해 무대로 불렀다. ※ 이 기사는 한국일보의 프리미엄 콘텐츠입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은 한국일보닷컴에서 로그인 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0003944 연관기사 • 아시아 최고 영예인데도… 부산국제영화제 상 사양한 그 감독 • 박정희의 계엄 피해 망명한 김대중… 미국 강연장에 폭력배가 찾아왔다 • 나가사키 두 번째 원폭 떨어질 때, 일본 육군은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었다 • 제공호서 KF-21까지 40년... 대한민국만의 '전투기 압축성장' 비결은 • 제자에 배신당한 철학자… 죽음 앞에서도 무덤덤할 수 있었던 이유 한정호 에투알클래식 대표 2025년에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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