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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 그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40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 출제 본부라는 낯선 공간을 무대로 문제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모인 어른들의 소동을 그렸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외부와 격리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미션 코미디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용재 감독은 수능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지。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소재든 한 단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모습이 드러난다. 수능 출제 본부 역시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도 신인 감독으로서 고려한 요소였다. 이 감독은 “제한된 공간은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이 있었다”며 “교육 자체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기보다 학교나 교육을 다루면 스승과 제자, 어른과 아이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이어 이번에도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작에서 수학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국어 과목을 소재로 삼았다. 이 감독은 “주변에서 다음에는 영어를 다뤄 국영수 3부작을 완성하면 되겠다는 농담도 한다”며 웃었다.
작품의 형식으로 코미디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초콜릿에 비유하면 밀크초콜릿보다 다크초콜릿에 가까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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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웃다가 극장을 나설 때 조금 쌉쌀한 부분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출제 본부 안에 모인 교사와 관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만드는 과정을 따라간다. 공정성과 정확성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위계와 갈등, 개인의 욕망이 드러난다.
국어출제위원장 문주열 역의 유재명은 “수능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아이들의 미래와 연결되는 중요한 제도”라면서도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작은 조직으로 모이면 싸움도 일어나고 위계도 생긴다. 그 모습을 소동극처럼 보여주면서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유재명은 “문주열이라는 어른이 너무 정의롭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악역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재수 없는 사람까지 연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수능 출제의 비밀이라는 소재가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고,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아이를 등원시키고 왔다. 수능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오랜 시간을 함께 준비하는 시험”이라며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선빈은 출제 본부에 들어간 국어 교사 맹보람을 연기했다. 그는 “데뷔 이후 이렇게까지 순수하고 발랄한 캐릭터는 처음인 것 같다. 맹보람은 열정이 있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학생을 생각하는 진심이 가장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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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눈치 없고 비호감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귀엽고 응원하고 싶은 인물로 보일 수도 있다”며 “촌스럽고 눈치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밉지 않게 보일 수 있도록 말투와 억양 등을 고민했다. 선배님들의 리액션이 더해져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형에도 변화를 줬다. 이선빈은 “처음 모니터를 보고 제 모습에 경악했다”며 웃은 뒤 “지나가다 마주쳐도 배우 이선빈이라고 알아보지 못할 만큼 평범한 선생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보다 어두운 색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머리도 멋을 내기보다 질끈 묶었다. 의상도 세련된 핏이 나오지 않도록 골랐다.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내려놓고 맹보람 자체로 보이고 싶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이선빈은 코미디 연기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선배님들의 연기 톤에 맞춰야 하는데 초반에는 많이 헤맸다. 감독님이 계속 조언해 주셨고 아침 산책까지 함께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제로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숙박하며 촬영했다. 출제 본부처럼 한 공간에서 생활한 경험은 배우들의 호흡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선빈은 “숙소에서 바로 준비하고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며 “선배님들과 촬영할 때를 떠올리면 웃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피곤할 때도 함께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가 올라갔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영화만큼 유쾌했다”고 회상했다.
김영민은 극 중 박경태 역을 맡아 블랙코미디의 결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중간에 촬영에 합류해 이미 만들어진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려고 했다”며 “사건 전후의 변화를 어떻게 더 재미있게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촬영을 앞두고 몸을 만들었던 일화도 전했다. 김영민은 “노출 장면이 있어 걱정했는데 태권도원에 운동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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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근육을 단련하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서 유재명 배우도 아령을 들고 있더라”며 “문주열과 박경태처럼 함께 운동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전석호는 여러 인물을 지켜보는 자신의 캐릭터가 관객의 시선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작품에서 여러 상급자를 모셨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좋을 때도 있고 보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런 감정을 더 거침없이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선빈은 최시원과의 재회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선빈은 “촬영 당시가 ‘술꾼도시여자들’ 다음 해여서 차 안에서 함께 촬영할 때는 아직 그 작품을 찍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이라 친척과 촬영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로 만나니 신선했다”고 전했다.
수능 출제 본부를 구현하기 위한 사전 조사도 이뤄졌다. 이용재 감독은 실제 출제위원의 방송 출연과 관련 서적을 참고하고, 출제 경험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40일 동안 벌어지는 일을 영화에 압축하다 보니 생략과 과장이 많았다. 실제 출제위원은 30~40명 정도지만 영화에서는 10명 안팎으로 줄였다”며 “세부적인 고증보다 그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도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분이 좋은 문제와 공정한 시험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지는 않았다. 관객들이 부담 없이 웃으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선빈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은은한 감동도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으며, 김영민은 “블랙코미디는 관객의 웃음과 함께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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