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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0 07:38 조회 2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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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가야산의 천년고찰 해인사에는 죽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서 있는 거대한 나무가 있다. 나무가 이 자리에 심어진 것은 신라 애장왕 때다.
애장왕은 서기 800년에 13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신라 제40대 임금이다. 애장왕은 관례에 따라 혼례를 치렀는데, 얼마 뒤 왕후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 임금은 백방을 수소문했지만, 왕후의 병이 차도를 보이지 않아 마침내 불가를 찾게 됐다.
그때 가야산에는 법력이 높은 것으로 널리 알려진 순응(順應)과 이정(利貞)이라는 두 스님이 있었다. 임금은 그들을 찾아가 왕후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스님들은 왕후의 병을 낫게 할 기도에 전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후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애장왕은 보은의 사례로 가야산에 큰 절을 지으라고 명했다. 해인사의 창건 설화다. 애장왕은 해인사를 자주 찾았고, 손수 좋은 나무를 절집 주위에 심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무려 1200년 전의 일이다.
세월 흐르며 그때의 나무들은 모두 죽었다. 그 가운데 한 그루가 간신히 고사목으로 남아 있다. 옛 임금의 설화를 일러주는 유일한 증거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오르다 오른쪽에서 만나게 되는 우람한 고사목이다. 생명은 잃었지만, 그의 품에는 임금의 손길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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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허옇게 말랐지만, 줄기만으로도 주변의 살아있는 나무를 압도할 만큼 융융하다. 가히 ‘왕의 나무’(사진)라 할 만한 기품을 갖추었다. 둥치의 둘레는 5m를 훨씬 넘고, 높이도 7m 가까이 된다. 고사목이 된 ‘왕의 나무’의 존재감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할 만큼 도드라진다. 생명의 끈을 내려놓았지만, 나무는 죽어서도 임금의 자취를 잃지 않았다.
나무 앞에 서서 가만가만 나무 줄기 안에 들어 있을 세월의 흐름을 마주하면 그 안에 깃든 1200년 전 어린 임금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사람살이 들고남이 고스란히 살아 나오는 듯하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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