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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 백팩과 운동화 차림의 젊은 독자가 철학책 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표지에 그려진 책을 펴 목차를 훑더니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걸음 떨어진 동양 철학 코너에도 앳된 얼굴의 독자가 주역 책을 읽는 모습이 보였다. 한때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서’가 이처럼 2030 독자들에게 새롭게 읽히고 있다. 최근 쇼펜하우어와 니체 등 수백, 수천 년 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다룬 철학서가 주요 서。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차지하면서, 이들 책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 독자들에게도 이목이 모이는 중이다.
◇ 철학책 구매 10명 중 4명이 젊은 층… 젊어진 철학서= 교보문고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판매된 철학서의 구매자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가 44.7%를 차지했다. 이 중 10대가 7.3%, 20대가 15.4%, 30대가 22%였다. 젊은 독자층의 철학서 구매 비중은 최근 몇 년 새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30대 이하 비중은 2022년 35.3%였다가 올해 44.7%까지,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고전·철학 분야 서적의 전통적인 독자층이 40∼60대에 주로 형성돼 있다는 인식을 깬 셈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구매 비중은 40대(22.2%)와 비슷하고, 50대(21.1%)보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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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60대 이상은 12.1%로, 2022년 18.9%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젊은 독자의 부상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20∼30대가 철학을 ‘현실을 견디기 위한 사유의 틀’이자 ‘자기 삶을 해석하는 도구’로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노동과 생활의 불안이 커지면서 삶의 방향을 철학에 묻고 싶어 하는 청년층의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으로 니체의 책을 구매했다는 한 30대 독자는 “요즘 주변 상황이 너무 빠르게 변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니체 책을 추천받아 목차를 살펴보니 지금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원전을 그대로 읽기보다 핵심 내용을 선별해 쉽게 풀어쓴 ‘편역서’ 출간이 활발해진 것도 젊은 독자들이 철학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원전 그대로의 순서를 따르기보다 자아·관계 등 주제별로 책을 편집한 경우도 눈에 띈다. 이들 책은 기존 철학서의 깊이와 무게를 따르기보다는 일종의 ‘자기계발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철학의 대중화와 단순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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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1위가 철학서… 시장 확대엔 회의론= 젊은 독자들의 구매에 힘입어 대중적인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쇼펜하우어와 니체, 세네카까지 특정 철학자의 책이 화제가 되면서 주목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9월 수 주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니체의 초월자’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지난 2024년부터 서.가에 불어닥친 쇼펜하우어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9월 16일까지 출간된 철학서는 657건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았다. 지난 2022년 같은 기간 동안 출간된 철학서는 558건, 2023년 563건, 2024년 625건, 2025년 569건이었다.
특정 철학서들이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전체 철학서 시장의 규모가 커졌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교보문고가 지난 3년간 철학 분야 서적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해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수 장원영의 추천으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등이 크게 유행했던 2024년의 경우 철학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9.8% 급증했다가, 이듬해인 2025년에는 전년 대비 10.2% 줄어들었다. 2026년에는 다시 1.9% 늘어난 상황이다. 범위를 철학·종교 분야로 넓혀보면, 판매량이 다소 감소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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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기준 철학·종교 분야 서적 판매액은 2024년 상반기 약 395억3000만 원에서 2026년 상반기 372억5000만 원으로 줄었다.
◇ 대입에서도 확인된 철학 열풍… 효용 중심 접근은 경계해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철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대학가 입시 풍경에서도 확인된다. “졸업하면 밥 굶는다”며 외면받던 대학 철학과의 경쟁률이 폭등하는 것도 최근의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9일 마감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결과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15.44대 1로 인문계열 학과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2021학년도 ‘10대 1’을 넘은 후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고려대 철학과도 올해 113대 1, 연세대 철학과는 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AI 기술 발달 속에서 어학 등에 지원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반면, 철학의 경우 AI로 대체되지 않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전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과가 수험생들에게 AI 시대에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전공으로 떠오르고 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분석도 있다. 철학과에서 논리적 글쓰기, 추론 능력 등을 훈련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젊은 세대가 철학의 ‘효용성’을 중심에 두는 경우가 두드러지는 데 대해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지고 있다. 교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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