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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9-26 19:26 조회 419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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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천 아침 햇살을 받은 광주천. 잔잔한 물 위로 천변의 아파트와 푸른 나무가 거울처럼 비친다
ⓒ 문운주
추석 연휴라고 꼭 멀리 떠나야 할까. 고향을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지만, 북적이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잠시 혼자 걷거나 가족과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을 때도 있다. 차를 타고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집 가까이에도 가을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광주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광주천을 걸어본다. 광주천은 특별한 준비 없이 가볍게 나설 수 있어 좋다. 한 시간쯤 걷다가 돌아와도 되고,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물길을 바라봐도 좋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걷는다면 이야깃거리도 많다. 지금은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 있지만, 예전 이곳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던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흐르는 곳이다.
가을로 접어드는 천변 풍경도 만나고, 물길에 남아 있는 오래전 광주의 모습도 떠올려보는 길이다. 광주천에는 '대추여울'이라는 예쁜 옛 이름도 있다. 한자로는 '조탄(棗灘)'이다. 가을 석양이 물들면 여울의 물빛이 잘 익은 대추처럼 붉어 그렇게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름만 들어도 맑은 물이 여울져 흐르던 옛 광주천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물길은 무등산에서 시작한다. 장불재 아래 샘골의 작은 샘에서 솟은 물이 용추계곡과 제2수원지를 지나 광주 도심으로 흘러든다. 산에서 시작한 작은 물줄기는 광주의 한가운데를 지나 마침내 영산강과 만난다.
두 물길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한 가을 산책
▲ 아침을 여는 광주천 천변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이 조깅과 자전거를 즐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 문운주
가을로 접어든 광주천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0일 아침, 광주천 상류 소태동에서 걷기 시작한다. 소태천이 광주천과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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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으로 내려서자 '깨끗한 소태천, 건강한 광주천'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이 함께 도랑을 가꾸고 생태를 되살린 곳이라고 한다.
안내판에는 이곳에 사는 생물들도 소개돼 있다. 물잠자리와 소금쟁이, 무당개구리, 자라를 비롯해 수달과 삵까지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조사에서는 수서곤충과 양서·파충류, 포유류, 식물 등 모두 229종이 확인됐다고 적혀 있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구렁이와 삵은 2급이다.
안내판을 뒤로 하고 물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물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여름 내내 키를 키운 풀이 천변을 뒤덮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갈대와 억새가 몸을 흔든다.
▲ 광주천 물가에서 백로 한 마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에서 만난 한가로운 초가을 풍경이다.
ⓒ 문운주
몇 걸음 걷지 않아 얕은 물가에 백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재빨리 부리를 내민다. 한동안 먹이를 찾던 백로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웅크린 채 쉬고 있다.
산책길 양쪽에는 초가을 풀꽃이 한창이다. 주걱개망초와 나팔꽃, 강아지풀이 이어지고 곳곳에 달맞이꽃도 눈에 띈다. 이름도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풀꽃도 천천히 걸으니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걸음을 늦추니 사람과 풍경이 보인다
▲ 광주천 광주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천변에는 운동 기구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걷다가 잠시 쉬거나 가볍게 운동을 즐길 수 있다.
ⓒ 문운주
▲ 광주천 층층이 놓인 보를 타고 광주천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광주천에서 물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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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천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물길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벼운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도 있다. 자전거 한 대가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둔치에 마련된 운동 기구에서는 팔을 돌리고 허리를 펴며 몸을 푸는 사람들이 보인다.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거나, 물가를 바라보며 쉬어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운동을 위해, 누군가는 산책을 위해 이 길을 찾는다. 걷는 속도도 머무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그 사이로 물은 말없이 흐르고 갈대와 들꽃은 바람에 흔들린다. 광주천의 아침은 그렇게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빨리 걸으면 운동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풍경이 보인다. 이름 모를 풀꽃 하나, 물 위를 스치는 새 한 마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광주천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천천히 걸어본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다.
멀리 떠나야만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리를 하나씩 지나 도심으로
▲ 광주천 보행교 아래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잔잔한 물 위로 파란 가을 하늘과 도심 풍경이 비쳐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 문운주
▲ 양림다리 광주천 위에 놓인 양림다리. 하얀 아치가 눈길을 끄는 다리를 건너면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이다
ⓒ 문운주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리를 만난다. 태암교를 시작으로 장수교와 방학교, 설월교, 방림교를 차례로 지난다. 차를 타고 건널 때는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다리들이다. 오늘은 다리 아래를 걸으며 하나씩 올려다본다.
다리는 물길 양쪽을 잇고, 사람과 마을을 이어왔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 학교와 시장에 가고 이웃 동네를 오갔다. 광주천을 걷다 보니 다리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림동에 접어들자 '뽕뽕다리'가 떠오른다. 이름부터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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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다리가 많지 않던 시절, 주민들은 이 작은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가고 학교를 오갔다.
조금 더 내려가면 남광교다. 여기서는 물길에 철길의 기억이 겹친다. 옛 남광주역과 경전선 철길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걷고 자전거를 타지만, 한때는 기차가 광주천을 건넜다. 그때 이곳 풍경은 어땠을까.
광주천은 오래전부터 광주 사람들의 삶터였다. 둑과 산책로가 정비되기 전에는 물길이 굽이굽이 흐르고 곳곳에 모래톱과 여울이 있었다. 아이들은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다. 아낙들은 물가에 앉아 빨래를 했다. 그렇게 광주천은 놀이터였고, 빨래터였고, 사람들의 삶터였다.
광주대교 아래, 희경루가 눈앞에
▲ 휘경루 광주천 물길 너머로 보이는 희경루. 조선시대 광주를 대표했던 누각으로, 복원돼 광주공원 인근 광주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 문운주
학강교와 양림교를 지나자 풍경도 달라진다. 무성했던 풀과 나무 대신 도심의 건물들이 가까워진다. 금교와 서석교를 지나면 광주의 오래된 도심 한가운데다. 다리 위로 사람과 자동차가 분주하게 오가지만 광주천은 말없이 흐른다.
광주대교에 가까워지자 광주공원 희경루가 눈에 들어온다. 물길 건너 우뚝 선 누각과 도심의 건물이 한 풍경에 겹친다. 오래된 광주와 오늘의 광주가 마주한 듯하다.
소태동에서 시작한 걸음도 어느새 도심까지 이어졌다. 강아지풀과 갈대, 물가의 백로,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만났다. 천천히 걸었기에 보인 풍경들이다. 무등산에서 흘러온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을도 만나고 광주의 옛 기억도 만난다. 이번 추석, 광주천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주변 볼거리
남광주시장,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사직공원, 광주공원·희경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이 광주천에서 멀지 않다. 산책 전후 한두 곳을 골라 함께 둘러보면 광주의 시장과 근대문화, 역사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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