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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를 둘러싸고 19세기에는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졌고, 20세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결이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이 자원과 시장, 군사적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를 향한 외교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아프리카가 다시 강대국 외교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8~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3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프리카 48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22개국은 국가 정상급 인사를 파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며 무역과 에너지,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회의에서는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과 아프리카의 국제기구 대표성 강화를 촉구하는 선언도 채택됐다.
아프리카를 둘러싼 강대국 경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세기에는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졌고, 20세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결이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이 자원과 시장, 군사적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아프리카 국가들도 여러 강대국과 협력하며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냉전 대리전으로
아프리카가 강대국 경쟁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력이 커진 유럽 국가들은 원료 공급지와 상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1884~1885년 열린 베를린 회의는 이러한 식민지 분할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 주민들의 의사와 기존 정치·사회적 경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배권 확보에 나섰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에티오피아와 라이베리아 등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부분이 유럽의 식민 지배 아래 놓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 열강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민족해방운동이 확산하면서 아프리카 각국이 잇따라 독립했다. 특히 1960년에는 17개 아프리카 국가가 독립해 '아프리카의 해'로 불렸다. 그러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아프리카는 곧 냉전의 무대가 됐다. 미국과 소련은 신생 독립국들을 자국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원조와 무기 지원, 군사고문 파견 등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앙골라 내전이다.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앙골라에서는 경쟁 정치·무장세력 간 내전이 벌어졌다. 소련과 쿠바는 앙골라 인민해방운동(MPLA)을 지원했고,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이에 맞서는 세력을 지원했다. 아프리카 내부의 권력투쟁이 냉전의 국제적 대결과 결합한 것이다.
소련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등에도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 역시 전략적 요충지와 친서방 정부를 지원하며 대응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은 이뤄졌지만, 강대국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소련의 빈자리로 돌아온 러시아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의 아프리카 영향력은 크게 약화했다. 경제적 혼란과 국력 쇠퇴로 해외 원조와 군사협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사이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러시아가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푸틴 집권 이후다. 특히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 러시아로서는 새로운 시장과 외교적 협력국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2019년 첫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2023년 두 번째 회의에 이어 올해 세 번째 회의가 열렸다. 러시아는 무기 수출과 군사훈련, 원자력발전, 광물 개발, 곡물 공급 등을 협력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헬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에서는 군부가 집권한 뒤 프랑스 등 기존 서방 협력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의 안보협력을 확대했다. 러시아는 과거 바그너그룹에 이어 국방부 통제 아래 있는 아프리카 군단 등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영향력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에 따르면 2025년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교역 규모는 약 270억 달러로, 중국과 EU의 대아프리카 교역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이 경제 전반의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국제질서 주체로 발돋움하는 검은 대륙
오늘날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는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석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코발트와 구리, 망간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외교적 영향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아프리카 54개국은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국제적 제재와 분쟁 관련 결의, 국제기구 개혁 논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EU도 아프리카와의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인프라와 무역, 미국과 유럽은 투자와 개발협력 및 안보, 러시아는 군사협력과 에너지 등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협력 분야는 서로 겹치며 경쟁 양상도 국가별로 다르다.
주목할 대목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태도다. 과거 식민지배와 냉전의 경험을 가진 이들은 특정 강대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관계를 맺으며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확인됐다. 아프리카연합(AU)은 각국의 주권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광물자원의 현지 가공과 산업화, 기술 이전, 국제금융질서 개혁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단순한 원료 공급지에서 벗어나 경제적 부가가치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군사정권과 외국 군사세력의 결합이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외투자에 대한 의존과 자원개발 이익의 불균등한 분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과거와 현재의 차이는 분명하다. 19세기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에 의해 분할됐고, 20세기에는 냉전의 대리전이 벌어졌다. 21세기 아프리카는 여전히 강대국 경쟁의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그 경쟁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던지는 역사적 질문도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는 또다시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인가, 아니면 강대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힘을 키울 것인가. 과거의 역사가 외부 세력의 지배와 경쟁에 초。을 맞췄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아프리카 국가들 자신의 선택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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