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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전막 공연을 향한 4년 대장정의 첫발을 뗐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전막 초연(1876년) 15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1부 ‘라인의 황금’( 포스터)을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니벨룽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약 2시간30분)을 시작으로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이클이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15시간에 달하는 연주 시간과 총체 예술의 정。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국내에서 바그너 오페라는 거대한 제작 규모와 전문 성악가 기용의 난. 등으로 공연 자체가 드물었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1974년), ‘로엔그린’(1976년), ‘탄호이저’(1979년) 등 초기작 3편의 한국어 번안 공연으로 출발한 국립오페라단은 2013년 ‘파르지팔’을 기。으로 독일어 원어 자체 제작을 본격화하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2015년), ‘로엔그린’(2016년), ‘탄호이저’(2024년), ‘트리스탄과 이졸데’(2025년) 등 레퍼토리를 꾸준히 넓혀 왔다.
하지만 바그너 예술의 정.인 ‘니벨룽의 반지’는 2005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2022년 요나 김이 연출한 독일 만하임 극장의 내한 공연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터라, 국립오페라단이 자체 역량으로 추진하는 이번 첫 전막 도전은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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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작의 문을 여는 ‘라인의 황금’은 비극의 서사적 출발。이다. 난쟁이 니벨룽족의 알베리히는 라인강의 세 처녀들로부터 황금을 훔쳐 반지를 만들고, 신들의 왕 보탄은 거인 형제에게 발할라 성 건축 대가를 치르고자 불의 신 로게의 꾀를 빌려 반지를 강탈한다. 알베리히가 반지에 건 저주는 거인 형제의 살인으로 즉각 실현되지만, 신들은 암운을 외면한 채 발할라 성으로 행진하며 극이 끝난다.
지난 28일 전막 프레스콜을 통해 미리 만난 ‘라인의 황금’은 현대적인 해석과 파격적인 미장센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으로 호평받았던 이탈리아 연출가 로렌조 피오로니는 신화의 틀을 깨고 자본과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정조준했다. 피오로니는 라인의 처녀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오프닝과 발할라 입성을 음산한 장례 행렬로 바꾼 결말 등으로 권력욕의 파멸을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무대 위 ‘라이브 카메라’가 다소 산만함을 남겼으나 사무엘 윤(알베리히), 올렉산드르 푸슈냐크(보탄) 등 주역진의 탄탄한 기량은 무대를 든든하게 받쳤다.
다만 이번 대장정을 둘러싼 안팎의 시선에는 우려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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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전작 연출을 피오로니에게 일임하기로 했으나 신임 단장 취임 이후 연출가를 교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 측은 “매 편 다른 연출가로 갈지, 내년 연출가가 후속작을 이어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음악적 라이트모티프(유도 동기)와 무대 미학이 4편 전체에 걸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하는 유기적인 작품이다. 새로운 연출가가 남은 3편을 이어 맡더라도 이미 1편 피오로니의 해석과 무대 문법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대작 사이클 도중 연출가를 바꾸는 것 자체가 세계 오페라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무대 콘셉트가 흔들리면 캐릭터 구축과 음악적 호흡마저 흔들리게 된다. 결국 전임 단장이 수립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후임 단장이 취임과 동시에 뒤엎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4부작을 각기 다른 연출가에게 맡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1999~200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극장의 복수 연출 시도는 클라우스 체흘라인 극장장의 확고한 콘셉트와 지휘자 로타어 차그로제크의 강력한 음악적 통솔 아래 4편을 하나의 대안적 담론으로 엮어낸 정교한 기획이었다. 중국 국가대극원(NCPA) 역시 2013~2017년 자체 제작 현실을 감안해 처음부터 편당 각기 다른 해외 제작진을 기용하는 독립 프로덕션 방식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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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한 연출가에게 전편을 맡기기로 공언했다가 수장이 바뀌자마자 계획을 뒤엎은 국립오페라단의 행태는 해외 선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중도 파행’에 불과하다. 기관장 교체에 따라 국립예술단체의 장기 프로젝트가 일관성 없이 바뀌는 것은 후진적 관행이라는 지적을 면하 어렵다.
자체 전용 극장이 없어 레퍼토리를 장기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4편을 합해 50억원 안팎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편당 4회 남짓의 짧은 시즌이 끝나면 무대 세트와 소품은 대부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보관용 창고 유지비 부담 탓에 5년 이상 보존조차 어려운 현실 속에서 2013년 ‘파르지팔’ 초연 무대 역시 재공연 기회를 잡지 못하고 곧바로 폐기 처분됐었다. 국내 오페라 저변이 얕은 데다 바그너 작품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까지 감안할 때, 앞으로 4부작 완결 후 이를 온전히 재공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귀중한 공공 예산이 미래의 자산이 아닌 ‘일회성 소비’로 소진되는 셈이다.
초연 150주년에 맞춘 첫 자체 전막 도전이라는 역사적 쾌거 뒤에는 수장 교체에 따른 연출 변경 논란과 세계관의 파편화, 극장 인프라의 부재라는 씁쓸한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 전시 행정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한국 오페라의 이정표로 남기 위해선 연속성 있는 제작 시스템과 장기적 비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시급하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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