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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사님한테 받은 걸 다 못 갚아. 나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죽을 사 왔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곡성의 한 경로당에서 지난 14일 만난 백형례(86)씨가 이형균(53) 선한농부교회 목사의 손등을 연신 쓸었다. 이 목사는 백씨의 말에 “별것도 아닌데”라며 손사레를 치고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또 말해달라”며 웃었다. 며칠 전 이 목사가 백씨의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전복죽을 들고 병문안을 온 것이었다.
이 목사가 백씨의 안부를 들은 건 달걀을 배달하며 마을을 돌아다닐 때였다. 그가 키우는 닭 900마리는 자비량 목회의 기반이자 주민과 만나는 통로다. 오전에는 사료를 주고 알을 거둔 뒤 달걀을 택배로 보내고, 다시 닭을 돌본다. 그사이 주민을 찾아 안부를 묻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달걀 배달부가 된 목사
그가 이곳에 온 건 13년 전이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청·장년부를 맡아 사역하다가 교회의 수직적이고 제도화된 분위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게 계기였다. 서울을 떠나 충북 보은의 기독교 농업공동체에서 1년 동안 양계와 농사를 배웠다. 복음화율이 낮은데 교회도 없는 농어촌 지역을 찾다 만난 곳이 바로 곡성이었다.
이 목사는 자연을 돌보는 과정에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지역과 상생하자는 목회 원칙을 세웠다. 농촌에서는 농사가 목회의 절반이라는 생각도 이 원칙에 비롯됐다. 그중 양계는 생계와 전도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달걀을 판매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생활이 안정됐고 주민에게 선물하며 접.을 넓혔다. 건강한 달걀을 키우기 위해 친환경적 사육 방식을 고민하고 사료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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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산한 달걀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고 종종 닭을 잡아 함께 식사하며 교회와 마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게 일상이 됐다.
진진남(85) 선한농부교회 권사도 처음엔 그를 목회자가 아닌 양계업자로 알았다. 고구마를 캐고 있던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하고 대신 수확한 작물을 팔아주고, 길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차를 세워 인사하는 싹싹한 젊은이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차츰 마을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못 보던 벽화가 생기고 낡은 집은 수리를 거쳐 새집처럼 변했다. 사람이 빠져나가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놈’ ‘자네’라고 불리던 그가 ‘목사님’으로 불리기까지 8년 가까이 걸렸다. 이 목사는 “주민 삶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목사는 이방인으로 남는다”며 “가장 궂은 일, 힘든 일을 도맡아 할 수만 있으면 농촌마을에서 교회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50명과 예배 드리기까지
13년 전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내건 이름은 ‘선한이웃공동체’였다. 함께 일하며 마을을 가꾸는 공동체를 꿈꿨기 때문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을회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었지만 공간을 빌리지 못했다. 결국 3년에 걸쳐 작은 예배당과 사택을 손수 지었다. 아내가 설계하고 이 목사와 그의 아버지, 다섯 자녀가 힘을 보탰다.
처음에는 가족과 주민 한 명이 예배 드렸지만 현재는 50명이 넘는 공동체가 됐다. 순창 임실 순천 광주 등 인근 도시에서도 출석하는 교인이 생겼다. 예배와 식사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 목사는 1년 6개월간 새 예배당을 또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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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이름은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요 15:1)는 말씀에서 따와 선한농부교회가 됐다.
일자리로 마을을 살리다
이 목사는 주민 일자리를 만드는 ‘곡성선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가칭)’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장아찌와 두부, 김치 등을 만들어 노년층과 귀농∙귀촌 주민이 생활비를 벌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다. 이 공동체와 함께 인구 1100여명의 고달면에서 사라진 이발소 빵집 카페 등의 생활공간을 되살리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교회에는 전문성과 인적 자원을 나누는 동역을 요청했다. 제빵 기술을 가진 이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주민과 빵을 만들고 기술을 전수하면, 이후 주민이 운영하면서 자립하는 식이다. 상담소 ‘생기’와 교회 공간을 활용한 마을 영화관은 운영을 시작했다. 상담에는 상담교사인 아내와 상담 자격을 갖춘 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목사가 일자리와 생활공간을 되살리려는 것은 함께 살아갈 이들이 줄고 있어서다. 그는 “마음속에는 꿈이 벅차오르는데 이를 함께할 이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외지인들이 찾아올 만한 마을을 가꾸려는 이유다. 지원받아 확보한 조경수와 유실수 등 4000여 그루의 나무도 심을 계획이다. 당장 나무를 팔아 수익을 내기보다 5년, 10년 뒤 마을 풍경을 바꾸는 데 뜻을 뒀다. 지금 심는 나무가 자라 자녀 세대 때는 누군가 다시 들어와 살 때 기댈 언덕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 목사에게 목회는 “내 가족을 돌보는 사역이자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모를 심고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며 농산물을 팔아주는 일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사랑으로 이들의 종이 되면 그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종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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