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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서로의 신앙생활을 지지하며 영적으로 재충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수어로 깊이 교류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아시아에서도 이런 대회를 꼭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됐죠."
박 신부의 꿈은 사제가 된 지 8년 만에 그의 손으로 이뤄졌다. 2015년 8월 태국 방콕에서 첫 아시아 가톨릭 농인대회를 개최했다. 작게 시작한 대회는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갔고 15∼21일 서울에서 역대 가장 많은 22개국 250여 명이 참가하는 제4회 대회가 열린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의 청각장애인 성당 에파타성당에서 만난 박 신부는 "각국의 농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몸짓과 손짓으로 소통하며 신앙생활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살 때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은 박 신부는 미국 신학교에서 유학한 후 한국 천주교 첫 장애인 사제이자, 아시아 첫 농인 사제가 됐다. 박 신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아시아 각국의 농인 공동체에서 수어 미사와 피정 지도 등 요청이 잇따랐고, 여러 나라의 농인 신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시아 가톨릭 농인대회의 구상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첫 대회는 한국에서 개최하고 싶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 물가가 부담이 될 수 있어 방콕에서 먼저 열었고, 2018년 필리핀 마닐라와 202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 3회 대회가 개최됐다.
박 신부는 "처음엔 청인(농인이 아닌 사람) 분들이 많이 도와주는 형식이었다면, 회를 거듭할수록 농인 분들이 주도적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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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 신자들도 그렇지만 농인 신자들에게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일은 큰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 농인이 평일 내내 청인들과 함께 지냅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늘 답답함을 가슴에 묻고 지내죠. 일요일에 에파타성당에 모인 신자들은 이곳에서만큼은 마음껏 대화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합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밤늦게까지 수어로 수다를 떨다가 다음 주를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지곤 하죠."
이번 대회는 농인 신자들이 국경을 넘어 더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인데, 대부분의 국제 행사가 그렇듯 각국 참가자 간의 원활한 소통이 관건이다.
언어마다 수어도 다른 만큼 '국제 수화'(International Sign)를 대회 공식 언어로 채택했는데, 국내엔 국제 수화 전문 통역사가 거의 없어 해외에서 4명을 초빙했다. 국제 수화가 익숙지 않은 농인도 많기 때문에 영어를 듣고 각국 수어로 통역해줄 청인 봉사자까지 10명 안팎이 대회를 돕는다.
어려움은 있지만 나라별 수어에 비슷한 표현도 많고 참가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이전 대회에서도 "신기하리만큼 잘 통했다"고 박 신부는 전했다.
대회 기간 참가자들은 친교 외에도 수어 교리, 기도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한국 문화 체험 기회도 갖는다. 이번 대회에선 박 신부의 뜻을 발전시키고 이어갈 아시아 가톨릭 농인 협의회(가칭)도 설립한다.
박 신부는 "앞으로는 제가 혼자 끌어가는 것보다 아시아 농인 신자들이 주도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농인 공동체의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번 대회가 설립 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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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장애 신자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 신부는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다양한 나라 농인 신자들로부터 내년 대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농인과 장애인 청년들이 단순히 대회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교회가 앞장서 장벽을 허물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외에도 박 신부의 직·간접적인 노력과 영향으로 가톨릭 농인 공동체엔 최근 여러 성과가 있었다.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를 이끄는 박 신부가 발로 뛰며 건립 비용을 마련해 2019년 본당으로 승격한 에파타성당이 대표적이다. 그가 주임 신부로 있는 이 성당엔 500여 명의 신자들이 속해 있다. 진동을 느낄 수 있도록 종 대신 치는 북 소리 외엔 아무 소리 없이 수어로만 이뤄지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미사'라고 박 신부는 소개했다.
서울대교구에서 미사 수어 통역이 이뤄지는 성당도 개봉동성당, 행운동성당, 등촌1동 성당까지 3곳으로 늘었다.
작년 사제품을 받은 김동준 신부를 포함해 아시아 농인 사제도 5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 농인 사제는 25명가량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벽은 높지만 본인이 그랬듯 "희망을 잃지 말고 문을 두드리라"고 박 신부는 당부한다.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는 그는 "제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농인 공동체의 미래도 많이 변할 것이다. 그 속에서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다 알 수는 없지만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 각국의 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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