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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퇴자금이라도 투자 대상과 인출 방식에 따라 노후 생활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할 때보다 한국과 미국의 주식·채권에 나눠 투자하면 30년간 꺼내 쓸 수 있는 총금액이 약 4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리포트’에서 국내 은퇴자에게 맞는 자산 운용과 생활비 인출 전략을 분석했다. 핵심은 노후자금이 일찍 바닥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필요한 생활비를 충분히 꺼내 쓰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노후자금을 너무 많이 꺼내 쓰면 돈이 일찍 바닥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아끼면 자산이 충분해도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적정 인출률’이다. 은퇴 첫해 보유 자산의 몇 %를 생활비로 쓸지 정한 뒤, 이후에는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꺼내 쓸 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4% 법칙’도 이 같은 접근이다.
은퇴 첫해 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후에는 물가가 오른 만큼 인출액을 늘린다. 다만 미국 시장을 바탕으로 나온 기준인 만큼 국내 자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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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투자했을 때, 모의실험에서 30년간 자산이 고갈되는 사례가 없었던 초기 인출률은 1.9%였다. 자산이 고갈되지 않을 확률을 95%로 설정하면 적정 인출률은 3.1%로 높아졌다. 이는 실험 조건에서 나온 결과로, 실제 투자에서 자산 고갈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대상을 미국으로 넓히자 생활비 인출 여력도 커졌다. 한국 주식·한국 채권·미국 주식·미국 채권에 각각 25%씩 투자하면 같은 성공확률 95% 기준 적정 인출률이 4.4%로 올라갔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할 때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퇴 자금이 1억원이라면 첫해 꺼내 쓸 수 있는 금액이 310만원에서 440만원으로 껑충 뛴다. 30년간 누적 인출액으로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했을 때는 1억 3948만원에 그쳤지만 한·미 분산투자를 병행하면 1억 9800만원까지 늘어난다. 똑같은 원금으로 무려 42%(5852만원)나 더 꺼내 쓰는 셈이다.
은퇴했다고 주식 비중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해답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후가 길어질수록 물가 상승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산을 불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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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식 비중과 인출률을 함께 높이면 생활비로 쓸 돈이 일찍 바닥날 위험도 커진다.
특히 경계해야 할 때는 은퇴 직후다.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자산을 팔면 이후 시장이 회복돼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같은 평균 수익률을 거두더라도 하락장을 먼저 겪는지, 나중에 겪는지에 따라 남는 자산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당장 쓸 생활비 일부를 현금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산으로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시장이 급락했을 때 주식 등 투자자산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인출률은 개인의 생활비와 상속 계획에 따라서도 달라져야 한다.
자녀에게 남길 재산이나 고령기 의료비를 중시한다면 인출액을 낮추는 쪽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은퇴 기간의 생활을 더 중시한다면 자산 고갈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인출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정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은 “은퇴 자산관리의 목적은 자산을 무조건 오래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생활에 충분히 활용하면서 필요한 기간 동안 지속 가능하게 운용하는 데 있다”며 “개인의 연금 소득, 보유 자산, 상속 계획에 맞춘 자산배분과 인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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