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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와 떠난 아내를 찾아달라는 의뢰. 사라진 여자는 자신을 찾아오라는 듯 전보를 남긴다. 탐정은 통역사와 함께 그 흔적을 따라 눈 덮인 숲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길수록 사건의 실체는 선명해지는 대신 흐려진다.
멕시코 작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의 소설 '타이가 열병'(물결。)이 안태운 시인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가르사의 작품으로, 실종자를 찾는 탐정의 여정에 사랑과 광기, 탈출의 충동을 겹쳐 놓는다.
이야기의 무대인 타이가는 북방의 냉대 침엽수림이다. 소설 속 숲에는 늑대가 맴돌고, 술에 취한 벌목꾼들이 횃불을 들고 다닌다. 탐정과 통역사는 이곳에서 사라진 남녀를 수소문하지만 주민들의 말은 종잡기 어렵다. 단서가 쌓여도 사건을 설명할 질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제목의 '타이가 열병'은 견디기 어려운 불안 속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벗어나려는 충동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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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는 타이가를 떠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도 감행한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군가를 찾아 숲으로 들어가는 탐정의 움직임과, 그곳에서 달아나려는 사람들의 충동이 교차한다.
이 여정에는 익숙한 동화의 흔적도 스며 있다.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빨간 모자의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불길한 기운을 드리운다. 숲에서 길을 잃고 위협적인 존재와 마주하는 동화의 장면들은 실종 사건을 좇는 탐정의 경험과 포개진다.
작품은 탐정소설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서는 독자의 기대를 비껴간다. 증언과 기록을 모을수록 진상에 가까워지는 대신, 말과 흔적이 뒤엉키며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일이 곧 진실에 접근하는 일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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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안태운 시인은 "탐정과 독자도 그 흔적을 밟아가지만, 뒤를 좇을수록 사건의 윤곽이 또렷해지기보다 그것을 둘러싼 말과 기록이 오히려 뒤엉킨다"며 "'타이가 열병'은 탐정소설이 약속하는 명료함 대신 혼란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호함은 시적인 문장과 어우러져 작품의 분위기를 만든다. 누아르의 긴장과 잔혹 동화의 불안이 맞물리면서, 독자는 사건의 해답뿐 아니라 떠나는 사람과 뒤쫓는 사람의 마음에도 시선을 두게 된다.
가르사는 소설가이자 시인, 번역가이며 역사학자다. 문학과 역사, 창작과 연구를 오가며 소설·시·비평·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써왔다. '타이가 열병'은 작가가 스스로 가장 "픽션다운 픽션"에 가깝다고 말한 작품으로, 영어로 번역된 뒤 2018년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또 다른 대표작 '릴리아나의 무적의 여름'은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동생의 삶과 사건을 다룬 책이다. 여성 살해 문제를 짚은 이 작품으로 202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새로운 의문이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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