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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도 ‘그냥’ 버릴 수 없다. 금속을 깎아낸 찌꺼기인 절삭칩에는 절삭유·습동유·유압유 등이 섞인다. 고철업자를 통해 칩을 처리하려면 비용이 든다. 권혁운 두원정공 총괄사장은 절삭칩 사진 아래 “처리할 수 있도록 지침을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프린터며 모니터 중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집기를 중고로 내다 팔기 위해 허락을 미리 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건당 소액일지라도 두원정공 파산재단에 그 가치를 귀속시키려 합니다.” 다음 목표로는 폐전선을 모아 매각하는 구상을 적었다. “철저히 금원을 관리하여 전액 파산재단에 귀속하는 것으로 전사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권 사장의 업무는 두원정공이 파산선고를 받은 2025년 12월26일 이후 보고를 받는 데서 보고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경영 현황 및 자산매각 진행 과정을 매주 작성해 파산관재인에게 보낸다.
파산선고를 받은 회사의 재산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간다. 파산관재인은 회사에 남은 재산을 관리하고 현금화해 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채권자에게 나눠준다. 공장이 멈추고 노동자가 떠난다. 공장 부지가 팔리고 기계와 재고가 처분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파산 과정이다.
두원정공은 기존 파산 사업장과는 ‘다른 길’을 내고 있다. 파산선고 뒤에도 노동자들은 공장에 출근했다. 오늘도 147명이 디젤 차량에 들어가는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한다.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들여오고 기계를 돌리며, 완성된 제품은 고객사에 납품한다. 파산 뒤 노동자들은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썼다. 파산관재인의 판단에 따라 계약기간 중에도 고용이 만료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래도 벌써 네 번째 근로계약이다. 이로써 일단 올해 12월까지는 공장이 ‘계속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파산 사업장의 계속영업이 법에 없는 예외는 아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은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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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이다. 법 어디에도 구체적인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를 몇 차례 연장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수익을 충족해야 하는지 등도 여백으로 남아 있다. 이를 채무자회생법의 빈틈이라거나 구멍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두원정공에서는 법이 구체적으로 채우지 않은 이 부분이 오히려 계속영업의 가치를 판단할 ‘여지’로 작동했다. 회사와 노조에 따르면, 2023년 시작된 회생 절차가 끝나기 전부터 파산 이후에도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방안을 법원과 논의해왔다.
채무자회생법은 망한 회사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는 법이 아니다. 남아 있는 재산의 가치를 보존·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절차다. 대부분의 파산기업에서는 공장을 멈추는 것이 그 목적에 부합한다. 영업을 계속하면 임금과 원재료비, 전기료 등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을 돌려서 얻는 가치가 그 비용보다 크다면 계산은 달라진다. 두원정공이 바로 그 사례다. 영업을 계속해 만들어내는 가치가 회사를 해체해 자산을 개별 매각했을 때보다 크면, 계속영업은 파산의 목적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
두원정공이 생산하는 주력 제품은 디젤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다.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되고, 디젤엔진에서도 전자식 연료분사장치(커먼레일)가 일반화되면서 두원정공이 속한 산업의 수명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의 수명이 다해간다고 해서 수요가 어느 날 갑자기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두원정공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 구매 담당자는 8월18일 두원정공에 ‘영업계속 및 근로계약 연장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파산선고 이후에도 두원정공의 안정적인 부품 공급 덕분에 주요 차종의 생산을 계획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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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생산체계 유지가 필요하며, 두원정공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을 “최소 6개월 이상 연장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근로계약 연장이 향후 2·3차 협력사의 생산과 경영계획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두원정공의 계속영업은 파산기업의 가치가 토지와 기계, 재고의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이 있음 역시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두원정공 공장 안에는 30~40년 넘은 설비가 적지 않다. 매뉴얼을 읽는다고 바로 돌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가 내는 소리를 듣고 이상을 알아채고, 고장 난 계측기를 대신해 제품 상태를 판단하며, 단종된 부품을 대신할 방법을 찾아내는, 노동자가 오랫동안 몸에 익힌 ‘숙련’이 필요하다. 퇴직한 노동자들을 다시 불러 일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회사를 잘 끝낸다는 것
두원정공에서 제품을 팔아 번 돈은 회사 통장에 쌓이지 않는다. 파산관재인이 관리하는 임치금 계좌로 들어간다. 원재료를 사거나 영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려면 회사가 필요한 금액을 파산관재인에게 보고하고 관재인의 관리 아래 집행한다. 그래서 파산 뒤에는 영업이익 못지않게 자금 수지가 중요하다. 임금과 재료비 등을 지급하고도 파산재단에 적립되는 돈이 늘어나면 그만큼 채권자들에게 나눠줄 재원도 많아진다. 권 사장은 2026년 매출을 441억원 내외로 예상한다. 파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노동자들 역시 주요 채권자다. 이들은 두원정공이 파산하면서 회사가 외부 연금 운용사에 적립해놓은 퇴직금의 약 52%를 정산받았다. 받지 못한 퇴직금 48%, 약 80억원이 채권으로 신고돼 있다. 최종 배당 절차가 이뤄지면 노동자들은 채권자로서 아직 받지 못한 퇴직금을 변제받는다. 파산재단에는 다른 권리관계와 비용도 얽혀 있고, 배당은 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이뤄지므로 전액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파산재단의 재산이 늘어날수록 나눌 수 있는 전체 재원 역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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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자신에게 돈을 빚진 회사에 출근해 그 돈을 갚을 재원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파산 뒤 공장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파산시켰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두원정공의 위기는 파산선고 이전부터 누적됐다. 기술 전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회사는 여러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노조도 경영에 관여하며 양보교섭과 자구책을 마련했다. 임금과 상여 일부를 포기하고 회사와 함께 버텼다. 2018년에는 파산신청까지 갔다가 노사가 서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만들면서 철회되기도 했다.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을 냈지만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지급 임금을 둘러싼 일부 노동자들의 소송과 강제집행도 취약한 현금흐름을 압박했다.
12월까지 다시 3개월이 두원정공 앞에 놓여 있다. 공장을 인수할 새 주인을 찾으려 박창엽 대표이사와 권혁운 사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물론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주문이 줄거나 원재료비와 임금 등 계속영업에 드는 비용이 커져 공장을 돌리는 것이 오히려 파산재단의 가치를 줄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네 번째 근로계약서 역시 공장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그때까지 계속영업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한시적인 계약이다.
2016년 선임돼 파산 직전까지 사외이사를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장석우 변호사는 두원정공이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회생에 실패해 파산에 이르더라도 곧바로 생산조직을 해체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동안 영업을 계속하며 M&A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장 변호사는 “중요한 한 걸음이고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업장이 또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를 무조건 살리는 것도, 파산과 동시에 산산조각 해체하는 것도 아닌, 잘 끝낼 시간을 만드는 것. 두원정공은 채무자회생법이 남겨둔 여지와 함께 ‘연착륙’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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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못했고,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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