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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하면 사람들은 먼저 문경새재를 떠올리지만, 문경이 예로부터 그릇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문경의 도자 생산은 고려시대 청자에서 시작해 9백 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궁궐에 바치던 관요(官窯)와 달리 문경의 가마는 백성이 밥상에 올리는 사발과 대접, 종지를 구운 민요(民窯)였다. 올해 5월 문경새재에서 28회째 찻사발축제가 열렸다. 축제에는 생활도자기로 한 상을 차려 보이는 '한상차림전'이 기획전으로 마련되었다. 찻사발의 고장이 일상의 식탁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 식탁에 장작불로 구운 그릇을 올리겠다는 사기장이 있다. 지난 9월 중순, 문경읍 여우목로에 있는 ㈜다미의 김선식(김선식 경상북도 무형유산 사기장) 대표를 만났다. 마을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중턱에 공장이 나타난다. 입구에서 장작을 쌓아 둔 적치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재소에서 규격대로 켠 적송이 철제 틀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 공장은 지난 몇 해 동안 매출이 없었다. 연구와 설비에 많은 자금이 들어갔지만, 직원 은 한 사람도 내보내지 않았다. 아홉 대째 장작불을 이어 온 집안의 여덟 번째 사람이, 왜 공장을 지었을까. 김 대표는 도자기가 일상에서 쓰이려면 대량생산이 필수라고 답했다. 작품은 지금도 관음요 가마에서 굽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한다. "지금은 생활자기로 대중화를 시킬 때입니다." 다만 장작불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저는 이거 아니면 앞으로도 안 합니다." △아홉 대(代)를 이어온 관음요 관음요의 뿌리는 조선 영조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에서는 1730년 무렵에 태어난 김취정을 1대로 꼽는다. 3대 김영수가 19세기 초 문경읍 관음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관음요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장은 뒤에 문경읍 갈평리로 옮겨 지금도 작품을 굽는다. 공장은 이곳이 아닌 여우목로 산중턱에 있다. 대마다 남긴 것이 있다. 4대 김낙집은 집안에 남은 가장 오래된 유물인 백자경신명발을 만들었다. 5대 김운희와 6대 김교수를 거쳐, 7대 김복만은 도자 그림으로 이름을 얻었고 초벌구이와 그림을 도맡았다. 2002년 김복만이 예순아홉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를 이은 가업이 8남매의 막내 김선식에게 넘어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반도체 회사에 2년을 다니다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 1992년이다 아쿠아슬롯2 . 이후 15년 동안 가마 옆에서 쪽잠을 자며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는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황토를 덧발라 대나무 잎 모양을 낸 댓잎자기로 2006년 특허를 받았다. 청화백자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경상북도 무형유산 사기장에 지정되었다. 스스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작업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이 집안의 가업계승은 같은 그릇 만들기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새로운 주인이 세워질 때마다 창조적인 변화가 보태졌다. 공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9대는 아들 김민찬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아버지의 공장에서 함께 일한다. 그가 공장을 지은 이유의 하나도 아들이다. 아들이 물려받더라도 힘들지 않게, 아들 세대의 정체성을 살려 주고 싶었다고 한다. △양사기에서 코로나까지, 흔들린 전통 도자 그의 이야기는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기에 '양사기'가 들어왔다. 가스나 기름으로 구운 대량 생산품이다. 얇고 가벼웠다. "저희 재래식 그릇은 무겁고 두껍잖아요. 그런데 얇고 가벼운 양사기를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오면서 그게 히트를 칩니다." 재래 도자는 그때부터 하향세였다. 88올림픽 무렵 차 마시기 바람이 불어 찻사발 수요가 잠깐 살아났다. 그러나 유행은 곧 커피로 흘렀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수천에서 수백만 원 하는 달항아리나 찻사발이 과연 소비되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었죠. 3년 동안 손님이 없었으니까요." 더 힘든 것은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다. "10년 전, 15년 전만 해도 무거워도 비싸도 좋다, 희소성이 있으니 소장해야 한다고 했죠. 그분들이 70대, 80대가 되어 2선으로 물러났어요. 젊은 친구들은 달라요. 아무리 비싸도 살 건 삽니다. 단, 자기한테 좋아야 해요. 디자인이 좋고 가볍고 기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문경 도자기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그는 진단한다. 백 년 전 재래 그릇을 밀어낸 조건이 다시 눈앞에 와 있었다. △장작을 버린 세계에서 코로나가 끝나기 전부터 그는 해외로 나갔다. 유럽과 미국, 중국을 돌며 각국의 생활자기를 살폈다. "가 보니까 전부 가스나 전기로만 굽더군요. 중국 도자의 본산 경덕진도 연기가 난다고 지금은 장작을 쓰지 않아요. 릴게임사이트 가스로 구우면서 자기들은 전통이라고 주장하죠." 그가 꼽은 것은 로얄코펜하겐, 웨지우드, 에르메스였다. 이들은 가스와 전기로 굽고도 성공을 거두었다. "비결이 뭔가. 현란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문경으로 내려와 사업을 시작했다. 유럽 도자기도, 중국 도자기도 능가하는 생활자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청화백자가 문경의 강。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청화백자 사기장이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고 했다. 문경만의 도자기를 살리는 열쇠는 장작가마이고, 그러려면 장작가마로 구운 그릇이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업은 두 원칙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은 바꾸되 불은 바꾸지 않는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장작불의 효용 장작이 좋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는 그 말에 데이터가 붙어야 한다고 했다. "그냥 경험상 좋다, 맛도 좋아진다, 도자기가 숨을 쉰다, 이런 건 말로만 하는 거예요. 데이터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가 찾은 것은 명지대 세라믹디자인공학과 이병권 교수의 연구였다. 그 연구에 따르면 장작가마에서 구운 그릇은 흙 속 탄소의 반응으로 강도가 1.2배에서 1.5배 높아지고 무게는 줄어든다. 음식의 쓴맛과 떫은맛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문경시도 이 내용을 확인하고 연구 용역을 공식 발주해 지금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환경 논리도 있다. 가스나 전기로 구우면 이산화황이 나오지만, 소나무 가마에는 그것이 없고, 대신 나무 재 그을음이 내려앉아 땅의 비료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게 친환경적인 소성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불을 때는 방식은 달라졌다. "지금은 제가 불을 안 땝니다." 가마의 온도, 나무의 양, 기후, 공기의 양. 이 네 가지를 3년 동안 연구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었다. 그래서 직원이 불을 때도 이상이 없다. 나무 공급도 지게차로 자동화했다. △장작불로 만드는 생활자기 공장을 짓기 시작하자 말이 돌았다. "처음에는 모두 미쳤다고들 했어요. 저 친구 가스가마로 대량생산 하려고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죠. 그래도 9대까지 내려온 도예 가문의 자존심 하나로 버텼습니다. 장작가마로 9대까지 왔는데 제가 왜 그 짓을 하겠습니까." 그 뒤 2년 반은 개발로 지나갔다. 직원은 여덟 명이었다. "그 사람들이 기술자들인데 내보낼 수가 없어요. 릴게임정글북 그래서 2년을 버텼습니다." 돌파구가 된 것은 지난해 경주 APEC이었다. 외교부 공모를 거쳐 회의에 쓰는 그릇을 협찬하며 생활자기의 기본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생산만 하면 줄을 서서 기다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가스나 전기나 똑같지, 장작이라고 뭐가 다르냐는 겁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호감도가 자꾸 떨어졌죠."올여름에야 생산이 제대로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전통이 가 닿으려는 자리 이달 중 그의 장작가마 도자기가 문경에서는 처음으로 홈쇼핑에 오른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가 가려는 방향은 방송과 상관없이 분명하다. 꿈이 셋이라고 했다. "하나는 장작가마 도자기의 우수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거예요. 팔리든 안 팔리든요. 둘째는 대중화입니다. 셋째는 국내에서 자리 잡으면 외국으로 가는 거고요. K도자기를 수출하는 거죠." 그는 K푸드, K주류, K컬처를 짚으며 말했다. "음식이 중요한데 그 음식을 받치는 그릇은 아직까지 없거든요. 그 그릇은 다 장작으로 구워야 합니다." 밥과 국, 물 한 잔이 놓이는 식탁. 그가 닿으려는 곳은 전시장의 진열대가 아니라 일상의 밥상이다. 한식을 받치는 그릇이 식탁에서 쓰이지 않으면 전통은 박물관에 남는다. 그는 장작가마를 박물관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오래된 미래 연암 박지원은 옛것을 본받되 변할 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짓되 법도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 법고창신의 뿌리다. 김선식의 법고창신은 이번에는 그릇 한 .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 전체에 걸려 있다. 석고 틀로 빚고, 나무는 지게차가 나르고, 불은 데이터로 다스린다. 디자인은 새로 짠다. 바꾸지 않은 것은 소나무와 흙과 불이다. 그 선택이 묻는 것이 있다. 무형유산은 사람의 손과 감각에 깃든 기술이다. 그런데 그는 불 때는 감각을 수치로 옮겨, 직원 누구나 같은 불을 땔 수 있게 했다. 한 사람의 기술이 공유되는 체계가 될 때, 그 안에 전통의 무엇이 남는가. 답은 아직 없다. 그릇이 식탁에 오른 뒤에야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홉 대를 이은 집안이 전통을 지키는 일에 머물지 않고, 그 전통을 다음 세대가 쓸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일에 나섰다는 .이다. 오래된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모습, 적치장에는 규격대로 켠 소나무가 정연히 쌓여있다. 자리를 잡으면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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