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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09 13:47 조회 3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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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서거 200주기이자 브람스 서거 130주기인 내년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이 두 작곡가를 기리는 공연을 꾸렸다.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함께 협주곡의 정수를 보여줬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공연은 베토벤과 브람스를 조명하게 될 클래식 음악계의 내년 풍경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1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베토벤이 자신만의 음악색을 또렷이 드러내기 시작했던 음악 인생 중반부를 알리는 작품이다. 지휘를 맡은 정명훈과 피아노 연주를 맡은 김선욱에겐 익숙한 레퍼토리. 20여년을 이어온 협연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두 음악인이 함께했기에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믿고 보는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실내악과 닮은 협주곡
악단이 끌고 가는 1악장 제시부는 선율의 곡선미가 두드러졌다. 뒤이을 피아노의 박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였다. 김선욱은 명료한 타건을 유지하면서도 건반에 머무는 시간과 잔향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맞췄다. 그렇게 탄생한 소리는 면을 살짝 설익히는 알 덴테 파스타 같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울림이 프라이팬이라면 김선욱은 음 하나하나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연결감도 남길 줄 아는 요리사였다. 악단은 다이내믹(음량 변화)을 조절하며 부드러운 소스처럼 천천히 피아노 소리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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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은 와인처럼 치고 들어온 카덴차(피아노 독주)는 약간의 번뇌로 시작해 결단으로 치달았다. 악단의 소리도 조금씩 숨을 키우며 피아니스트의 결단에 긴장감을 가미했다. 단언적으로 시작한 2악장은 편안해 실내악을 듣는 듯했다. 악단과 피아니스트가 주고받는 음량과 속도, 악절의 구분이 매끄럽게 조응한 덕분이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손으로 현을 튕기는 연주법), 플루트와 바순의 먹먹한 울림이 피아노의 무게감에 푹신함을 더했다.
마지막 3악장은 .층적으로 힘을 키워가려는 인상이 뚜렷했다. 같은 선율을 연주하더라도 강세의 분배가 매번 달랐다. 지휘자가 선율에 순간적인 긴장뿐 아니라 순간적인 이완을 능숙하게 배치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한껏 높이면, 응축된 피아노 소리가 기민하게 파고들어 긴장을 극적으로 해소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만든 피날레는 절제됐지만 확고한 격정에 가까웠다.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끝내자 지휘자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김선욱이 들려준 앙코르는 소나타 ‘비창’ 2악장. 내년 그가 선보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그램을 상상해볼 수 있는 선곡이었다. 그의 앙코르는 조금 수줍게 들려 소박하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협주곡에서 유려하게 표현했던 격정과는 그림이 달랐다. 다채로운 음색 덕분에 피아니스트에게 ‘무대 위의 연기자’란 표현을 붙일 만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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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정명훈
2부에선 악단이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악단의 연주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숨을 쉬며 노래하는 것처럼 넘실거리는 음악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현악기가 부드러운 소리로 목가적인 평온함을 연출하면 그 소리 사이로 금관악기가 살짝 고개를 내밀며 어두운 기색을 드러냈다. 현악의 조화로움이 돋보인 2악장, 목관의 그윽함과 역동적인 리듬이 눈에 띈 3악장 내내 일정한 수준의 절제미가 지켜졌다.
4악장은 정명훈이 음악에 불어넣은 숨결이 더 분명해졌다. 매끄럽게 흘러가다가도 지휘자가 지시한 강세와 휴지가 의외성을 연출했다. 그는 음악의 들숨과 날숨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면서도 절제된 범위 내에서 여유로움을 담아냈다. 마지막 총주가 끝나자 정명훈은 김홍박 호르니스트를 필두로 악기별로 객원을 비롯한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더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관객에겐 그 인사가 그 무엇보다 확실한 호연의 상징이었다.
무대에서 퇴장한 정명훈은 관객의 박수 세례에 돌아오며 기쁜 듯 총총걸음을 보여줬다. 깡충 뛰며 포디움에 다시 오른 지휘자는 앙코르인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으로 단원, 관객과 흥겨움을 나눴다. 지휘자가 퇴장하며 손인사로 끝을 알리자 객석에선 “공연이 끝나서 아쉽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명훈은 오는 10·1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콘서트오페라 <오텔로>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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