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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03 23:45 조회 149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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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항이(부캉이)의 출현이 뜨거워진 한반도 바다가 보내는 첫 경고는 아니다. 강원 삼척에 사는 지인은 번개시장 좌판에 등장한 아열대 어종 사진을 연일 SNS에 올리고, 제주도에서 산호 탐사와 보호 활동을 하는 동료는 올라가는 수온에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연산호의 모습을 전한다. 육지로 눈을 돌리면, 이미 오래전부터 급증한 꽃매미나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기후변화의 한 단면이었다.
하지만 부산 북항 수로에 들어온 상어가 한반도 온난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에는 많은 이들이 전에 없는 관심을 보이며 크게 호응하고 있다. 식인상어라고는 하지만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부캉이의 귀엽고도 비범한 자태와 몸짓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부캉이가 시민들에게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초대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들 수 있다. 동남해안에 출현 빈도가 높아진 상어와 참치, 종잡을 수 없어진 장마, 네팔의 홍수 사태, 실패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미흡한 탄소중립법 개정,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가스발전 증가 전망은 모두 긴밀히 연결돼 있다. 부캉이를 애정하는 이들은 이런 연결을 이해하고 기후행동에 한 발짝 더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기후변화가 현실이고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부캉이와 기후정책 사이의 거대한 심연은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 둘의 연결을 환기하고 그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9월2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오버슈트’ 보고서를 보자. 지구온난화의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상승이라는 목표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워졌으며, 이제는 1.5도를 넘어서는 ‘오버슈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보고서의 의미를 비중 있게 전했지만, 놀랍게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회의원 누구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분명한 의지와 신호를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유효한 기후행동에 나서기란 난망한 일이다.
윌리엄 램 등이 2020년 소개한 ‘기후 지체 담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기후정책과 행동을 미루거나 방해하는 논리를 뜻한다. 이런 담론은 다른 사람이나 국가에 ‘책임 돌리기’, 필수적인 급진적 전환을 회피하는 ‘미온적 방안에만 몰두하기’, 대응 행동과 정책의 ‘부작용 강조하기’, 기후변화 완화가 불가능하다며 포기하는 ‘투항하기’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부의 기후정책 실패 또한 이러저러한 기후 지체 담론과 무관하지 않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고, 이를 세부 정책으로 연결하는 고리도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후부만의 일, 그중에서도 일부 공무원의 일로 여겨진다. 그마저도 개발과 성장 논리의 위세에 눌려 지체를 넘어 속박된 것이 현실이다. 부캉이가 보내온 것은 그래서 절반의 초대장이다. 이제 기후 지체 담론을 뛰어넘는 。프가 필요하다.
김현우|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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