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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02 15:46 조회 192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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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34번째 레터는 3일 토요일 개봉하는 톰 크루즈의 신작 ‘디거’입니다. 원래 ‘가능한 사랑’ 보내드리려 했는데 ‘디거’ 보고 변심했습니다. 톰형 내한 기사 보고 ‘디거’ 영화 어떨지 궁금해지신 독자님들께 외칩니다. “톰형 연기가 미쳤어요!” 해외 반응이 극호와 불호로 갈리는데,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반전이 있습니다. 까맣게 모르고 보셔야 재밌어요. 여러분의 감상을 위해 스포 없이 이번 레터 가보겠습니다.
첫 문단에 말씀드린 대로 ‘디거’의 해외 리뷰는 극명하게 갈려요. 실망할 각오를 하고 봤는데, 저는 이번에도 소수 의견인지 무척 좋았습니다. 왜 좋았는지를 설명하려면 이 영화의 핵심 스포를 해야 돼서 이거 어쩌나 난감합니다. ‘그 영화 어때’ 오랜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전 잘 만든 영화는 스포 알고 봐도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디거’는 지극히 예외적으로 내용을 진짜 모르고 보셔야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시작하면 “다른 관객을 위해 스포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작진 공지가 가장 먼저 뜨는데요, 너무 호들갑 아닌가 했어요. 아니었습니다. 전체 이야기 구조를 좌우하는 반전이 있거든요. 그것도 뒤가 아니라 앞에 나옵니다. 전혀 모르고 보다가 “이거 뭐지?” 깜짝 놀랐어요. 아, 이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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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로 치면 서술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 보시려면 진짜 모르고 관람하시는 게 맞겠다 했어요.
얼마 전 SNS에 한참 떠돈 ‘디거’ 루머가 있었는데, 사실은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라는 소문이었습니다. 예고편을 뜯어본 일부 팬들이 어쩐지 그런 분위기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한 거죠.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관객이 안 드니까 개봉 전까지 숨기는 거라는 루머였는데, 결론만 말씀드리면 뮤지컬 영화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문제의 반전을 접하니 알겠더라고요. 꽤 실험적인 시도라 할 수 있는데 덕분에 불호 평론가들이 어수선하다 산만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좋아 쪽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일지 직접 보시고 판단을.
이야기가 무엇인고 하니, 석유 재벌이 주인공입니다. 이름이 디거(Digger)인데, 땅파는(dig)게 일이기도 하고 이름이기도 해요. 할아버지대부터 유전 개발에 뛰어들어 어마어마한 부를 이뤘는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시추 사업을 어마어마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업 중 상당 부분이 검은 거래와 연관돼 있고, 그러다보니 대통령과도 막역하고요. 그런데 그린란드 시추 작업 중에 균열이 생깁니다. 처음엔 작은 규모라 무시하려 했는데 이게 .. 커지더니 어느 날 엄청난 재앙이 닥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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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초기에 막을 수 있었는데 욕심을 부리다 그만 폭발까지 이어지고, 그 여파로 전 세계에 재난이 닥칩니다. 과연 디거가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느냐. 보시면 압니다.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톰 크루즈 연기입니다. 이 정도로 고난도 연기력이 요구되는 역할은 대사 한 줄 한 줄이 도전이었을텐데, 자신의 신체를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공감각적인 에너지로 펼쳐보이는 대배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고편에도 나온 연설 장면은 손짓 한 번에도 빨려들어갈 것 같았어요. 마지막 모습은 실로 처연해서, 그가 아니면 이 역을 누가 했을까 싶었습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 저는 톰 크루즈가 ‘매그놀리아’에서 아카데미상을 못 받은게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어서 그에게 연기상을 줘야 그나마 정의 구현이 아닐지. 알 파치노도 아카데미 오판으로 ‘대부’로 연기상 못 받고 ‘여인의 향기’로 받았죠. ‘여인의 향기’ 연기가 더 좋아서? 물론 아니죠. 줘야할 때 못 줬는데 안 주면 말이 안 되니까 나중에 어떻게든 준 거죠. 톰 크루즈에게도 이제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요. ‘디거’ 보시면 동감하실 분들 있을 걸로 믿습니다.
장르적으로 보면 블랙 코미디인데, 이 부분도 크게 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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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리뷰에서는 하나도 안 웃긴다고 하고, 또 다른 리뷰에서는 “이게 안 웃기면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하고요. 말씀드렸듯 정말 극과 극. 거의 나홍진 감독의 ‘호프’ 비슷한 격차네요. 저는 무척 웃겼습니다. 대놓고 웃음을 노린 장면이 있는데, 배우들이 다들 정색하고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웃겨요.
‘호프’ 말씀드렸는데, 영화 중간에 ‘호프’에 나온 대사와 똑같은 대사가 나와서 우연의 일치겠지만 놀라기도 했습니다. 호프 엔딩 대사 중에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조르 여왕의 대사 있잖아요. 제가 ‘그 영화 어때’ 레터에서 한참 말씀드린. 톰의 ‘디거’ 대사 중에도 나옵니다. 그리고 심지어 호프(Hope)가 ‘디거’의 아주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해요. 이 부분은 자세히 설명드리면 스포일 수 있어서 이렇게만.
아니 기자 양반, 전부 스포라하고 말을 못할 거면 애초에 왜 얘길 꺼냈소, 하실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어쩔 수가 없네요. 진짜 모르고 보셔야 재밌게 보실 수 있고, 감독과 각본가가 왜 이런 얘기를 이런 식으로 했는지가 주제와도 연결되기도 하고요. 50년 가까이 영화에 모든 걸 바쳐온 대배우 톰 크루즈의 역작, 이번엔 그가 꼭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기를 응원하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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