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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8회 작성일 26-09-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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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앙아시아까지 온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사를 한반도 안에서 배우는 데 익숙하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배우고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공부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그 너머에도 오래전부터 사람과 물건, 문화가 오간 길이 있었다. 이번 공정여행에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세 나라를 선택한 이유도 그 길을 직접 따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실크로드가 있었다. 비단과 물건만 오간 것이 아니라 사람과 종교, 언어와 기술, 음식과 문화가 함께 움직였던 길. 그런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자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오래된 역사보다 중앙아시아를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중앙아시아와 실제 모습 첫 여행지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였다.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를까. 사막과 초원, 이슬람 문화, 조금은 낯선 '-스탄'의 나라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 도시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삶도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공정여행에 참여한 학생 소금은 말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우즈베키스탄은 그냥 너무 뜨겁고, 사막 같은 그런 곳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실제로 도착한 뒤에는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달라 놀랐다"고 했다. 다솜 역시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실제로 마주한 풍경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직접 가보지 않은 나라를 우리는 몇 장의 사진과 뉴스, 익숙한 이미지로 쉽게 상상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이미지가 그 나라 전체의 모습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타슈켄트를 직접 걸어보니 오래된 이슬람 문화의 흔적과 소비에트 시기의 건축,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이 한 공간에 함께 있었다. 초르수 시장에는 장을 보는 사람들의 일상이 있었고, 거리와 공원에는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거리에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  타슈켄트 미노르 모스크 앞에서 뛰어오른 동백학생. ⓒ 이임주 낯설다고 생각했던 곳에 도착해 보니 낯선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백학생들은 여행을 갈 때마다 따라다니는 소비적 여행이 아닌 자신이 맡은 도시와 장소의 가이드가 된다. 여행 전 자료를 찾고 공부한 뒤, 실제 그 장소에 도착하면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설명한다. 몇 분의 설명을 위해 꽤 많은 자료를 찾아야 한다. 학생 다솜은 이번 여행을 거치며 역사 유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원래 역사 유물이나 건축물에 큰 흥미가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많이 관심이 생겼어요. 역사를 공부하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차이가 정말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책에서 읽었던 역사가 실제 장소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고대 한반도의 흔적 타슈켄트를 떠나 사마르칸트로 이동했다. 사마르칸트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의 이름 자체를 '문화의 교차로'라고 붙였을 만큼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고 문화를 나누었던 도시다. 울루그벡 천문대와 레기스탄 광장을 둘러본 뒤 찾은 곳은 아프라시압 박물관이었다. 우리가 특히 눈여겨본 것은 아프라시압 박물관의 7세기 궁전 벽화였다. 7세기 무렵 그려진 궁전 벽화에는 사마르칸트를 찾아온 여러 지역의 사절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서벽에 그려진 두 인물은 복식과 모자의 형태 등을 근거로 고구려 사절로 널리 해석돼 왔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의 오래된 벽화에서 고대 한반도의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묘했다. 우리는 고구려를 배울 때 주로 한반도와 만주, 중국과의 관계를 떠올린다. 그런데 사마르칸트까지 와서 고구려인의 흔적을 마주하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의 지도가 조금 달라 보였다. 학생 다올은 실크로드를 직접 걸었던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거닐고 있는 이곳이 옛날에는 어마어마한 교역의 장이었을 것을 생각하고 떠올리니 왠지 웅장해졌어요. 사실 잘 모르는 역사였어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박물관도 가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얼마나 대단한 역사인지 알게 되었어요." ▲  사마르칸트의 구르 아미르 영묘. 아미르 티무르가 잠든 곳이다. ⓒ 이임주 처음에는 중앙아시아 자체가 낯선 학생들도 많았다. 학생 오리도 "그냥 들어보기만 했지 따로 찾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이번 공정여행 덕분에 모르는 나라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올과 오리의 말처럼, 이번 여행은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을 직접 공부하고 걸어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익숙하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실크로드의 흔적을 따라가고 오래된 유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중앙아시아는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멀고 낯선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중앙아시아가, 알고 보면 우리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역사의 공간이기도 했다. 고유하지만 완전히 따로 있지는 않은 문화 사람이 이동하면 문화도 함께 움직인다. 음식과 옷, 음악과 종교, 언어와 기술이 새로운 곳으로 건너가고, 그곳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문화는 분명 저마다 고유하지만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지는 않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래된 문화의 이동과 함께 지금의 모습도 만났다. 타슈켄트의 세종학당과 한국교육원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만났다. 현지 학교 학생들은 우리를 위해 한국어로 학교 소개를 준비했고, K-pop이 나오면 긴 설명 없이도 금세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러 온 우리 앞에, 다시 한국의 언어와 문화가 있었다. 시대와 방식은 달라졌지만, 사람과 함께 문화도 이동하고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문화가 저마다의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전부터 서로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길을 따라 부하라로 향했다. ▲  부하라의 오랜 통치 중심지였던 아르크 성 앞에 선 동백작은학교 학생들. ⓒ 이임주 2천 년의 시간을 품은 도시, 부하라 사마르칸트에서 아이다쿨 호수 인근 유르트까지 다섯 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다시 그곳에서 부하라까지 긴 길이 이어졌다. 차창 밖으로 사막과 평원이 오래 이어졌다. 지금처럼 자동차도, 잘 닦인 도로도 없던 시절에는 이 길을 어떻게 오갔을까. 어떤 물건을 싣고 어디까지 갔을까.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 다른 시공간을 오가는 상상을 하며 도착한 부하라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또 다른 시간이었다. 부하라는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실크로드의 도시다. 유네스코는 부하라를 중앙아시아에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가장 온전하게 간직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설명한다. 아르크 성과 칼란 미나렛, 오래된 마드라사와 좁은 골목이 이어졌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박물관 같았다. 오래된 건축물 하나를 찾아가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골목을 돌면 또 다른 유적이 나타나고, 그 길을 다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수백 년 전에 세워진 건축물과 더 오래된 도시의 흔적 속을 직접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학생 다솜도 부하라와 사마르칸트를 인상 깊은 장소로 꼽았다.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부하라와 사마르칸트의 건축물들은 보는데 정말 입이 안 다물어졌어요. 예전의 모습들을 계속 상상하면서 길을 걷게 되었어요. 직접 보고 그 길을 걸으며 느끼는 것들이 많았어요." ▲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구시가지. 멀리 칼란 미나렛과 푸른 돔들이 보인다. ⓒ 이임주 오래된 역사만큼 오래 남은 사람들 이번 여행에서는 유적만 찾아다니지 않았다. 타슈켄트의 세종학당과 한국교육원, 5번 학교에서 현지 청소년들을 만났고, 아리랑요양원에서는 중앙아시아에 정착해 살아온 고려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려한글학교 학생들과도 만났다. 실크로드를 따라 오래전 사람들의 이동을 공부하다가, 전혀 다른 이유로 중앙아시아까지 오게 된 사람들의 삶도 직접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친 학생들의 글을 읽어보니 오래 남은 장면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솜은 말했다. "여행을 마치고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역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어요. 예상치 못했던 만남의 순간들이 전부 큰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타슈켄트 5번 학교 학생들이 한국어로 학교 소개를 준비해준 일을 떠올리며 동백 학생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꼭 배워야 할 환대의 태도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세종학당과 5번 학교, 아리랑요양원, 알마티 고려한글학교 등 여러 차례의 교류를 이번 여행의 특별한 경험으로 꼽았다. 외국어 때문에 대화가 쉽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오래 남았다고 했다. 역사를 공부하러 간 여행에서 결국 사람을 가장 많이 기억하게 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외우는 역사에서, 연결하고 감각하는 역사로 여행 전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타슈켄트의 거리를 걷고, 사마르칸트에서 오래된 벽화를 만나고, 부하라의 길을 걸으며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곳에는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있었고, 그 안에는 한반도와 이어지는 흔적도 있었다. 오래 전 실크로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갔듯, 지금도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익숙한 역사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금 더 넓은 곳에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사람들의 이동을 직접 만나보는 것. 이번 여행은 그 오래된 시간과 현재를 오가며 연결했던 소중한 배움을 넘은 역사를 감각하는 시간이었다. 역사는 학생들에게 낯선 이름과 지명을 외워야 하는 과목이었다면, 길 위에서의 배움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상상하고 연결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또 어떤 시간 위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중앙아시아에 온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우즈베키스탄을 지나 키르기스스탄의 대자연과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낯선 문화와 삶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여행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는 곳이다 릴게임야마토 .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https://www.dongbaekschool.com/ ▲  타슈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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