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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장애인 활동가들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2020년 코로나가 대구를 강타했을 때 대구 장애당사자들이 집에 고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모금해서 생필품을 보냈다. 이후 2024년 10월, 무의(사단법인, '턱 없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이동권과 접근권 개선에 기여하는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하는 단체)가 서울시와 함께 연 '모두의 1층' 접근성 포럼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활동가가 왔던 지역이 바로 대구였다(기자주: '모두의 1층'이란 무의가 지역 경사로 확대와 관련 법제도 확산을 위해 변호사(두루), 건축사(브라이트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 '모두의 1층'은 2023년 서울 성동구 경사로 설치지원조례를 이끌어냈고 2024년 서울시와 함께 한 사업에서는 전국 최초로 9개의 경사로 도로.용허가를 받는 한편 경사로 설치 길라잡이 e북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2026년에는 은행권 중심의 금융노사가 공동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대구·인천·광주·목포·안성 등 전국 8곳 장애당사자 활동가들을 접근성 전문가로 양성하고 맞춤형 경사로를 놓는 '모두의 1층X로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무의가 전국 8개 지역에서 경사로 확산 사업인 '모두의 1층X로컬' 사업공모를 했을 때 가장 먼저 지원한 지역 중 하나도 대구였다. 대구 3개 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모아 '모두의1층X로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다릿돌장애인자립센터(이하 다릿돌센터) 이민호 팀장은 9월 수성구 '경사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경사로를 놓는 데 진심인 이민호 팀장을 지난 9월 15일에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민호다. 2012년 1월에 자립생활센터 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15년 차다. 그 전에는 서울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 작업을 3~4년 했다." -음악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다. "어릴때 피아노를 좀 배웠고 한국재활복지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록, 팝 메탈, R&B를 좋아했고 스티비 원더, 오아시스, 본 조비 같은 음악을 즐겨 들었다. 2006년 재학 중 'Z'라는 록밴드 보컬로 대학가요제에도 나갔다. 이때 밴드를 같이 했던 시각장애인 선배가 먼저 서울에서 복지관에 취직하게 됐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 복지관에서 일하게 됐다." - 서울에서 일하시다 대구로 내려오신 이유는? "서울은 물가가 높고 생활 자체가 피곤했다. 마침 부친상을 겪으면서 고향인 대구로 내려오게 됐다. 특수학교 친구들이 대구의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다릿돌센터에 입사했다. 시설에서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하루 만에 치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21세기에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대구에서 활동을 결심했다." -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광화문 지하도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촉구 농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2월 추위에 농성장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이 잊히지 않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무렵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도 명절에 고속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며 교통약자 이동권 시위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시간은 걸렸지만 2021년 12월 31일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버스가 노후화되어 폐차하고 새로 버스를 투입할 때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로 바꾸는 것)를 포함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서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현장 가 보면 경사로 설치에 걸림돌 많아" ▲  다릿돌장애인자립센터 이민호 팀장. ⓒ 이민호 - 이번 사업에도 참여하는 '대구 사람센터(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예전에 대구 GS25 편의.을 대상으로 경사로 전수조사를 했다. 그걸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대구 동구청에서 경사로 설치 사업(턱이 있는 매장에 구청에서 비용을 지원해 휠체어가 들어가도록 경사로를 놓는 사업)을 작게 할 때 센터가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고, 구청과 경사로 설치를 원하는 상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구청이 요청한 건 아니고 우리가 자청해 2023년 동구 상가 30여 곳을 조사했다.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폐업한 곳을 빼고 처음에는 5곳을 설득해서 경사로를 설치했다. 사장님들을 설득하면서 명함과 전단지를 나눠 드렸더니 주변에 입소문이 나서 4곳 정도가 더 늘었던 경험이 있다." - '모두의 1층X로컬' 사업 당시 가장 먼저 참여신청을 한 곳이 대구였다. 프로젝트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막상 현장을 가 보면 경사로 설치에 걸림돌이 많다. 경사로 설치를 설득하러 동네 가게에 방문하면 사장님들이 '여기 경사로 놓을 수 있는 것 맞아요?'라고 질문하신다. 그럴 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어려웠다. 건축사 교육을 통해 경사로를 법적으로 안전하게 설치하는 기준과 경사로가 도로를 .유하게 될 때 도로 。용 허가 신고 방법 등을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는 실무적 갈망이 있었다. 2024년 서울에서 경사로 9개 도로.용허가를 한꺼번에 받은 사례를 만든 모두의 1층 팀이 맞춤형 경사로 놓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준다고 하기에 올해 기꺼이 신청했다(기자주-경사로 도로。용허가는 이후 민원 등을 우려해 지자체 도로과에서 잘 내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업에는 다릿돌센터(동구), 사람센터(중구), 다사센터(달성군)가 연대하여 참여한다. 각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경사로 설치를 설득하는 한편,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곳 데이터는 따로 모아 지도 제작을 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여러 전문 교육을 받았다. 접근성 데이터 관리 방법은 무의에게, 맞춤형 경사로를 제대로 놓고 어떤 경우에 도로。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는 건축사님에게, 지역에서 법제도 확대 방법에 대한 건 변호사님에게 교육받았다. 교육 후 교육장 주변으로 현장 실습도 나갔다. 건축사님이 대동해 직접 줄자를 들고 경사로를 제대로 설치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어렴풋이 알던 것을 전문가에게 제대로 교육받으니 만족스러웠다." "문화적·환경적 요인들까지 법으로 함께 개선해야" ▲  '모두의1층X로컬' 사업에서는 경사로 확대를 위해 건축사가 직접 지역 장애인 활동가들을 교육한다. 지난 7월 모두의1층X로컬 대구 교육에서 이충현 브라이트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경사로 설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홍윤희 - 휠체어 이용 당사자로서 동네 。포에 '경사로를 놓아 보라'고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설득 비결이 있다면? "가게 입구부터 휠체어 접근이 어려우니, 처음에는 전화로 소통하는 방법을 많이 썼다. 휠체어 접근 가능한 식당을 이용하면서 동네 주민으로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니 노골적인 거부감이 줄었다." - 장애인 당사자로서 '모두의 1층 X 로컬' 사업 참여의 의미를 찾는다면? "경사로 사업은 장애인을 위한 시혜적인 정책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번 '모두의1층X로컬' 사업은 지역 장애인 단체가 직접 건축과 법 지식을 갖추게 돕고 경사로 설치 데이터 수집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 지원받은 맞춤형 경사로 10개를 설치한 매장을 포함해 우리가 수집한 정보를 네이버 지도에 넣어 계속 업데이트하면 지역에서 경사로를 확대하는 데 마중물이 될 거라 본다. 그 뒤로는 우리 힘으로 접근성 개선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 이번 사업 목표 중 하나가 각 지역에서 경사로 확대 조례 등을 실제로 이끌어내는 것인데 수성구에 실제 조례를 이끌어 내셨다. "평소 동네 주민으로서 경사로와 인도 문제를 계속 SNS에 올렸는데 그 활동을 눈여겨 봤는지 수성구 김두현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당선 직후 내게 직접 연락을 해 왔다. 당시 '모두의1층X로컬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던 터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를 만들기로 하고 두루 변호사님들이 공유해 준 서울 성동구 조례를 비롯해 '모두의1층X로컬' 사업 자료를 드렸는데 발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셨다(기자주- 이 발의안은 실제 9월 회기에 통과됐다). 수성구에서 경사로 설치 사업이 확정되고 예산이 편성되면 시행 주무 부서인 장애인복지과와 만나서 실제로 사업을 어떻게 집행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아마도 수성구 일대를 돌면서 경사로 설치 홍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 이번 '모두의 1층 X 로컬' 사업을 통해 경사로가 없는 상가 데이터도 모으고 있는데. "대구 3개 지역에서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상가 데이터 수 백개를 모았다. 개선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  '모두의1층X로컬' 사업에 참여하는 대구 장애인 접근성 활동가가 경사로가 놓인 한 편의.의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한 정보는 자체적으로 지도를 만들어 지역 장애시민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 이민호 - 마지막으로 지역 장애 접근성 확대를 위해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더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면? "동네 가게(근린생활시설)의 경우, 경사로 같은 장애 편의시설 설치 의무에 있어 바닥 면적 50제곱미터(약 15평) 미만 매장은 해당되지 않는 독소 조항이 있다. 예전에 가게 앞 턱은 침수를 막거나 마케팅 효과 때문에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이런 턱이 이동약자는 물론 비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막고 있다. 옛날 음식。들 중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 형태도 많은데 바뀌어야 한다. 어르신들 앉았다 일어나시기에도 좌식보다는 입식이 낫지 않은가. 캠핑장이나 교외 식당들은 또 어떤가. 가게 앞에 파쇄석이나 자갈을 깔아 놓아서 휠체어나 유아차로 접근하기 힘든 데가 많다. 경사로 설치뿐 아니라 이런 문화적·환경적 요인들까지 법으로 함께 개선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를 한 후 그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다시 살펴봤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는 영상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흔히 '장애인 활동가'라고 하면 비장애인들은 몇 가지 고정관념만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을 친구로 두지 않은 사람들은 '이웃'으로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이민호 팀장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엔 그가 장애인 권익옹호활동을 하는 사진이 단연 많지만, 동네 가게 주인을 어떻게 '꼬드겨서' 경사로를 놓게 할지 고민하는 모습, 자녀들이 이 팀장 휠체어 뒤에 타고 외출에 나서는 모습도 있다. 사진을 훑어 내려가다가 보면 접근성 확대라는 게 거창한 구호처럼 느껴지지 않고 이민호라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임을 저절로 알게 된다. 그가 오늘도 '모두의 1층'을 외치며 경사로 설치를 설득하는 이유는 '장애인 활동가'라는 이름을 넘어 '정말로 이민호라는 사람'이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정글북릴게임 . 모를 했을 때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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