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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문제가 돼 무죄가 선고되는 사건 10건 중 7건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인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지난 2일 검찰 수사권이 폐지돼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대부분의 수사를 맡게 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문제가 돼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가 법률 데이터 기업 ‘엘박스’를 통해 지난해 위법 증거 수집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형사 판결 41건을 분석한 결과, 경찰이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증거를 수집한 과정이 문제가 된 판결이 28건(68%)이었다. 위법 증거 수집에 따른 무죄 판결이 10건뿐이었던 2015년과 22건이던 2020년에도 수사기관별로 구분해 보면, 경찰과 특사경 수사가 문제 된 게 약 70% 수준이었다.
과거에는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며 증거 수집 과정 등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졌다. 이어 이재명 정부 들어 수사(경찰·중수청 등)와 기소(공소청)가 분리되면서 앞으로는 형사 재판에서 공소청 검사가 경찰 등의 수사 기록만 보고 범죄 혐의를 입증해 나가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어도 검찰이 보완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증거를 수집하는 주체(경찰)와 이를 바탕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주체(검사)가 분리돼 기소하는 것도, 유죄를 입증하는 것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법 증거 기준, 20년간 판례뿐… 현장 혼선 줄이려면 법제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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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관여하던 검사와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는 증거를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앞으로 형사 재판에서 ‘위법 증거 수집’ 문제가 더 논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는 직접 수사는 물론 보완수사까지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검사가 경찰 등이 수사한 과정이 적법한지를 면밀히 살피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손을 뗀 공소청 검사가 기소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이는 결국 범죄를 제대로 밝혀내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장 범위 무시하고, 절차 빼먹고
법조계에선 “경찰과 검찰은 증거를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한다. 한 법조인은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직접 다투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판례가 바뀌어도 이를 현장 실무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위법 수집 증거가 문제가 돼 무죄가 선고된 사건의 약 70%가 경찰(특별사법경찰관 포함)이 수사한 사건인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경찰은 2024년 5월 길거리에 성매매 전단지를 뿌린 유흥업소 직원 A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A씨에게서 휴대전화를 뺏은 뒤 법원에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휴대전화 원본은 압수하지 말고, 전단지 관련 내용만 복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뒤지다가 그와 동료들이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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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은 법원에서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새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영장 집행을 미룬 채 피해자를 찾아가 고소장을 받는 등 관련 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경찰은 또 이미 관련 증거를 선별해놓고 A씨가 증거 선별 과정에 참여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 이 사건 재판부는 “경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법원의 영장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촬영 영상은 물론 관련 진술과 자백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빠뜨린 핵심 증거가 검찰 단계에서 드러난 일도 있다. 작년 12월 경찰은 50대 남성이 상속 문제로 다투던 조카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살해하려 한 현장에서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등 증거를 수거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에게 ‘압수물 목록’을 교부하는 절차도, 불이 붙은 흔적이 있던 피해자 。퍼 감정도 빼먹었다. 이에 검찰은 “압수 물품을 피의자에게 돌려준 뒤 다시 받고, 。퍼에 대한 추가 감정을 실시하라”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렇게 증거를 보완한 뒤에야 지난 5월 이 남성을 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검사와 공판검사가 달라서 공소 유지에 빈틈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수사 기관(경찰·중수청 등)과 공판 기관(공소청)이 다르니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위법 증거 수집 기준 법제화해야”
‘위법 수집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은 2007년 6월 신설됐고, 그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관련 첫 판례를 내놨다. 이후 우리나라에선 20년 동안 판례를 통해 사실상 ‘압수수색법’을 보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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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수사기관이 증거 수집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킬 수 있게 구체적인 전자정보 압수수색 절차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증거 등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관련된 정보인지 판단하는 기준,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벗어난 범죄의 단서를 발견했을 때 새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시., 사건 관계자에게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았을 때 수사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 등을 법으로 명확히 정하자는 것이다.
법관이 수사기관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수사 담당자 등에게 관련 설명을 듣는 사전심문제도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법관이 수사기관에게서 압수할 정보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방식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서 영장에 압수수색 범위를 분명하게 적시해 위법 증거 수집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사전심문을 거쳐 발부된 영장대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면, 향후 재판을 맡은 법원도 증거 수집을 쉽게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도 압수수색 계획과 집행 방법에 관한 매뉴얼을 정비하고, 집행 전과 진행 중에 법률 전문가의 .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할 때 공소청 검사와 협의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공소청으로 넘기기 전에 증거 수집 과정 등이 적법한지 함께 .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 내부적으로 적법 절차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을 갖추는 한편, 결국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를 결정하는 공소청과도 잘 협의해 수사한 결과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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