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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8개월이 지났다. 78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으로 중대재해 수사도 변곡.을 맞았다. 지난 2일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고용노동부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 여부는 이제 공소청이 가린다. 법원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첫 양형기준안을 내놓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법 시행 뒤 기소된 235건의 공소장과 1심 판결 167건 일체를 입수해 분석했다. 공소장과 판결문 전수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중대재해 처벌의 현주소를 진단한다.<편집자>
"압출기 정비시 작동을 정지했다가 재개할 경우 다시 제품을 생산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돼 근로자들은 평소 '자석 조각'을 안전문의 근접센서에 부착해 센서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방호장치를 정지한 다음 안전문을 열고 들어가 압출기 작동을 정지하지 않은 채 육안으로 기계 내부를 살피며 정비작업을 실시했다."
경기도 화성시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브로텍'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 위반 혐의에 관한 공소사실 중 일부다. 상시근로자 19명인 소규모 회사의 공장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안전문 열림을 감지하는 근접센서에는 '자석 조각'을 붙였다. 자석을 붙이면 문을 열어도 기계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자석으로 무력화된 안전장치는 참혹한 사고를 불렀다. 2024년 6월 회사 생산부장 A씨가 가동 중인 압출기 안에 들어가 냉각호스를 살피다 움직이는 금형 사이에 가슴이 끼여 숨졌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재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CCTV에는 A씨가 .검문을 열며 근접센서 근처에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찍혔고, 사고 뒤 센서 근처에서 자석이 발견됐다. 보고서는 자석으로 센서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A씨가 기계 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으로 '방호장치 기능 무효화'와 정비시 운전을 멈추지 않은 。을 꼽았다. 방호장치 해체 금지와 정비시 운전정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이 사업주에게 지운 의무다.
더군다나 이날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2021년 7월에도 압출기를 정비하던 노동자가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2023년 두 차례의 안전 컨설팅 보고서도 같은 위험을 경고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9월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대표가 방호장치 무력화를 알았다고 보면서도 유족과 합의한 .을 참작했다.
방호장치 무력화, 실형은 단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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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생산 차질' 이유 방치
중대재해 기소 사건의 93%(올해 8월 기준·235건 중 218건)는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검할 의무(시행령 4조3호)를 다하지 않은 혐의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235건의 공소장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방호장치를 끄거나 떼어내거나 고장 난 채 둔 사건이 15건이나 됐다. 안전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조한 사건도 9건이고, 사고 전 같은 회사에서 산재가 발생했거나 노동부·。검기관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 사건이 36건으로 파악됐다.
안전장치는 대부분 공장에서 '걸림돌'로 취급됐다. 산업용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인 '신성산업' 울산공장에서는 2022년 5월 블로우 성형기의 방호문을 열고 걸린 스크랩을 빼던 노동자가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브로텍과 마찬가지로 생산 차질을 우려해 노동자들이 인터로크 센서에 '클립'을 끼워 방호장치를 끈 채 작업했다. .검기관이 같은 문제를 24차례나 지적했지만 대표는 이를 보고받는 체계조차 두지 않았다. 1심은 신성산업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방호장치에 고무호스를 끼우거나 아예 인터로크를 끄는 스위치를 단 업체도 있다. 산업기계부품 제조사인 '동진다이캐스팅'에서는 평소 방호장치에 고무호스를 끼운 채 일했다. 이런 관행은 비극을 낳았다. 2024년 6월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기계 금형 사이에 상체를 넣어 이물질을 확인하던 중 머리가 끼여 숨졌다.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조일알미늄'은 2021년 12월 회전부에 덮개를 달아라는 노동부 시정명령을 받자 안전펜스와 인터로크를 설치하면서 인터로크를 끄는 스위치도 함께 달았다. 2023년 4월 혼자 펜스 안에 들어가 롤의 이물질을 닦던 노동자가 팔이 말려 들어가 숨졌다.
방호장치 무력화로 노동자가 사망해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사건(15건) 가운데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건(기계 부속품 제조사 '지알켐' 대표 징역 10월)에 불과했다. 1심에서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던 자동차부품 제조사 엠텍과 신성산업 대표는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무죄도 나왔다. 과상승 방지장치를 해체한 고소작업대에서 작업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사건으로 기소된 건축공사업체 '비앤더블유이앤씨' 대표는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는 등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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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지적 이력 36건, 반복 사고에 실형 4건
경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한 사업장도 적지 않다. 안전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사망사고를 막지 못해 기소된 사업장은 전체 기소(235건) 중 36건(15%)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사고 전 3년간 끼임 사고가 12건 발생했던 SPL은 외부·자체 .검에서 덮개 개방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받았지만, 인터로크 설비 재고를 쌓아두고도 덮개를 달지 않았다. 2004년 6월 사망사고를 비롯해 기계를 가동한 채 정비하다 끼이는 사고가 다섯 차례 일어난 '삼성포장'에서는 방호장치를 떼어낸 지 한 달 만에 노동자가 기계에 말려 들어가 숨졌다. '삼표산업' 채석장은 사고 열흘 전 덤프트럭이 굴러떨어지고 나흘 전 토사 일부가 무너졌는데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위험요인이나 사망사고가 반복된 사업장의 처벌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1심이 선고된 25건 중 지난 1일까지 실형은 4건(확정 1건)이다. 사망사고 반복 사업장 실형 비율(16%)은 전체 실형(167건 중 11건·6.6%)의 두 배를 넘는다. 다만 1심 실형 7건 가운데 엠텍·신성산업·바론건설 3건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뀌었다.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죄가 나온 사건도 3건(삼표산업·금강공업·현대스틸산업)이다. 현대스틸산업 공장에서는 2018년에 철판이 넘어져, 2022년 4월에는 강관에 끼여 노동자가 숨졌다. 원청 경영책임자는 지난 1일 1심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 묻힌 안전모' 사고 은폐·서류 조작 14곳
사고를 은폐하거나 서류를 조작한 사업장도 노동부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기소 235건 가운데 14건(6%)이다. 하지만 사고 은폐·조작이 밝혀진 사건에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실형은 아리셀(1심 징역 15년→2심 4년)뿐이다. 원청 안전관리자가 위험성평가에 하청 현장소장 서명을 위조한 바론건설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20일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아리셀 참사'가 대표적이다. 1·2심은 2022년 2월 파견노동자의 손가락 끝마디가 잘린 사고를 합의금 3천만원으로 '공상처리'한 것을 산재 은폐로 인정했다. 아리셀 안전보건 담당자가 2023년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고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숨진 노동자의 피를 안전모에 묻혀 현장을 조작한 아파트 관리업체 '광인산업' 역시 수사당국은 엄중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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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경기 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노동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에서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를 받고 창고에 있던 안전모에 재해자의 피를 묻혀 추락 장소에 뒀다. 현장을 훼손한 관리소장은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회사 대표는 법정형 하한(징역 1년)보다 낮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해자가 구급차로 옮겨진 직후 건설사 현장소장이 추락 장소의 혈흔을 물로 씻어 낸 사업장(유강종합건설), 사고 뒤 날짜를 거슬러 작업계획서 38부를 만들어 노동청에 제출한 사업장(유신단열)도 있다. '두레방식품' 대표는 크리스마스에 노동자가 숨진 날 밤 안전띠 없는 지게차 좌석을 안전띠 달린 좌석으로 바꾸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거평엔지니어링' 부사장은 경찰이 자료를 요구하자 작업일보 34장을 새로 만들게 해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첫 양형기준에는 '범행 후 증거은폐'를 형량 범위를 정하는 특별가중인자가 아니라 일반가중인자로만 뒀다.
날짜만 바꾼 위험성평가표 '서류로만 안전'
서류에만 '안전'이 남아 있는 사업장도 기소 명단에 올랐다. '영남염직'은 관련 경력·자격이 없는 경리직원이 위험성평가 계획서를 형식적으로 썼고, 2022년 11월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끼임 위험을 고치지 않았다. 이듬해 7월 원단을 꺼내던 노동자가 회전통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디케이와이테크' 대표는 위험성평가 실시규정만 만들고 평가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 컨설팅에서 전 분야 'D등급'을 받은 공장에서 2024년 12월 노동자가 강판코일에 깔려 숨졌다.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밀금속' 대표는 2023년 위험성평가표의 실시일자만 바꿔 2024년 평가표를 만들었고, '아이유제지'는 순회.검 업무일지에 。검하지 않은 항목까지 '양호'라고 적었다. 영남염직·주밀금속·아이유제지 대표는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업주의 중대재해 대응 방식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촘촘한 수사'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노동감독관이 '칼자루'를 쥔 만큼 위험성평가 지침 같은 절차 마련의 실질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노동부가 만든 수사교육 조직은 수사교육원을 넘어 수사연구원, 나아가 조사연구원이 돼야 한다"며 "수사를 강화하면서 별개의 독립적인 사고 조사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이행의 고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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