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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 초기 작성되는 수사 기록과 통계에는 ‘작업자 부주의’, ‘발 헛딤’, ‘조작 미숙’ 등 개인의 과실을 지목하는 문구가 빈번하게 쓰인다. 그러나 일반에 드러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의 재해원인조사 의견서는 달랐다. 재해의 직접적 원인은 설비 자체의 공학적 결함과 사고 방지 체계가 결여된 안전 시스템에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6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5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한다. 공개된 보고서는 모두 2024년 발생 사고로서 판결이 확정된 중대재해 사건 51건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7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24년 6월 경기 화성 소재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A사에서 일하던 상용직 근로자가 성형기(블로우몰딩기) 내부를 。검하던 중 금형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사고 설비 .검문 상단에는 문 개방 시 작동을 정지시키는 고주파 발진형 근접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센서는 5mm 이내로 금속체가 접근할 때 발생하는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개폐를 인식한다.
공단 직원과 경찰의 합동 조사 결과, 좌측 근접센서 표면에서 지름 2cm 규격의 자석이 확인됐다. 자석이 부착되면서 문이 열린 상태에서도 센서 램프가 。등을 유지해 기계가 멈추지 않았다. 외형상 근로자가 자석을 붙인 행위로 보이지만, 공학적 분석 결과는 설비 관리의 결함을 지목한다. 플라스틱 용융 성형기는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냉각 후 재예열할 경우 원료 손실과 수 시간의 가동 중단이 발생하는 구조다. 제품 온도가 상승해 불량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라인을 멈출 권한과 표준작업절차가 부재했던 것이다.
안전설비 기준 관.에서도 취약。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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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석으로 손쉽게 우회 가능한 단순 근접센서를 인터록 방호장치로 방치한 ., 전용 키 없이는 해제할 수 없는 무력화 방지 스위치나 물리적 래치 장치를 적용하지 않은 。, 정비 시 전원을 차단하고 자물쇠를 채우는 LOTO(Lock Out-Tag Out) 관리 체계가 없었던 。이 사고를 유발한 핵심 결함으로 보고서에 기록됐다. 기계는 문 개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좌·우측 금형 간격(최대 1.3m)을 33cm로 좁히며 근로자를 압착했다.
2월 충남 아산 소재 화학비료 제조업체 B사에서 발생한 지붕 추락사 역시 보행 환경의 물리적 결함이 원인이었다. 지상 4.7m 높이의 창고 지붕에서 노후 채광창을 해체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공단 직원이 현장을 실측한 결과, 지붕 위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던 철골(ㄷ형강) 간 나사못 구멍 간격은 91cm였다. 대한인간공학회 학술 논문에 수록된 40~50대 한국인 남성의 평균 보폭(74cm)보다 17cm 넓었다. 근로자는 9도의 지붕 경사각에서 정상 보폭을 17cm 이상 초과해 무리하게 다리를 뻗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신체 중심을 잃고 딛게 된 채광창의 두께는 1~1.13mm에 불과했다. 2016년 설치된 노후 플라스틱 채광창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추락이 발생했다.
4.7m 높이 추락 시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력은 약 2906kg으로 인간 두개골 한계 충격력(200kg)을 상회했다. 하지만 작업 발판이나 추락방호망, 안전대 부착설비 등 기초적인 추락 방지 시설은 구비되지 않았다. 결국 근로자의 실수가 아닌 인간의 신체 한계를 초과하도록 설계된 환경이 추락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4월 경기 화성 소재 콘크리트 블록 제조업체 C사에서 발생한 자동 적재기 끼임 사망 사고는 제어 시스템의 알고리즘 오류와 안전 방책 결함이 결합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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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직원이 사고 상황을 현장에서 재현한 결과 1번 센서 부근에서 벽돌 1장이 누락될 경우 컨베이어가 정해진 규정(6줄)을 초과해 최대 12줄까지 벽돌을 이송하는 프로그램 에러가 확인됐다.
사고 당시 7줄의 벽돌이 진입하며 2번 센서가 이를 인식해 기계가 정지했다. 운전원이 큐빙기 전원을 끄지 않은 자동모드 상태에서 7번째 줄 벽돌을 치우자 2번 센서 감지가 해제됨과 동시에 큐빙기는 정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하강 동작을 시작했다. 바닥 청소 등을 위해 상체를 기울이고 있던 근로자는 큐빙기 본체와 컨베이어 사이에 협착됐다. 특히 이 설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용 로봇’에 해당했다. 그러나 가동 범위 내 출입을 막는 1.8m 안전 방책이나 출입문 연동 인터록 장치는 없었다. 방책과 컨베이어 사이에는 폭 0.6m의 틈새 통로가 방치됐다. 기계 오작동 시 근로자를 보호할 감응형 방호장치도 전무했다.
충남 서산 소재 기계장치공사업체 D사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열교환기 반출 작업 중 계약직 근로자가 전도된 설비에 깔려 숨졌다. 조사 결과 해당 판형 열교환기는 가로 79cm, 세로 140cm, 무게 390kg 크기였다. 하지만 하중의 약 80%가 판형 부위인 우측으로 편중된 비대칭 설비였다. 바닥을 고정하던 직경 95mm 받침플레이트 3개가 제거된 상태에서, 단 20mm 두께의 지지대 3개로 자립해 전도 위험성이 극대화됐다. 가로 135cm, 세로 150cm의 협소한 공간에서 전도 방지 버팀대 없이 1.5m 쇠지렛대로 중량물을 이동시키는 위험한 작업 방식이 이어졌다.
전북 정읍의 단미사료 제조업체 E사의 파쇄기 끼임 사고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조작반 배치가 직접적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크레인 집게 이동 요청을 받은 관리자가 엉뚱한 스위치를 눌러 파쇄기가 작동했다. 크레인 조작반 바로 옆에 나란히 설치된 파쇄기 로컬 조작반에는 부하 명칭이나 가동·정지 표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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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편의를 위해 임의 증설된 조작반에 식별 표식을 부착하지 않은 설비 관리 하자가 인적 오류를 유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화성의 재생플라스틱 제조업체 F사에서는 600kg 톤백(원료를 담는 거대한 마대자루)을 전도 방지 선반(파렛트랙) 없이 2단으로 포개놓았다. 사업장은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작성이나 유자격자 확인 없이 일용직 근로자에게 협소한 야적장에서 지게차 운반을 맡겼다. 손상된 팔레트로 하부 톤백이 찢어지자 근로자가 청테이프로 틈을 때우다가 상단 톤백이 균형을 잃고 전도되며 압사했다. 인천 서구의 골판지 제조업체 G사에서는 1톤 화물차 적재함 위와 캡 위에서 그물망 결박 작업을 하던 70대 근로자가 루프 랙에 발이 걸려 추락사했다. 고소작업임에도 그에게 안전대 부착설비와 안전모가 제공되지 않았다.
7건의 재해는 가동 중 설비의 .검, 수리, 에러 조치, 상·하차 등 비정형 작업 중 발생했다. 보고서 모두 근로자의 주의력 환기 같은 관리적 대책으로는 인적 오류를 차단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설비 자체가 사람의 실수를 방어하도록 설계되는 ‘고장 안전(Fail-Safe)’ 체계 도입을 강조했다. 도어 개방 시 기계가 물리적으로 멈추는 무력화 방지 인터록 설치, 정비·보수 시 전원을 차단하고 잠금장치를 거는 LOTO 체계 의무화, 신체 보폭을 고려한 30cm 이상 작업 발판 및 추락방호망 구비, 산업용 로봇 주변 1.8m 방책 설치, 중량물 전도 방지 버팀대 및 파렛트랙 설치 등이다.
설비의 역학적 결함을 파악하고 사업장의 예방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세한 사고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본부로서 마땅한 애도와 추모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며 “중대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과 연구자, 노동자들이 보고서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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