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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정 정치 세력은 틈만 나면 ‘내란 척결’을 되뇌며 일방적인 ‘내란 프레임’을 끝없이 주입하고 있다. 입장이 조금만 달라도 내란 세력으로 몰고 있다. 사관학교 통폐합처럼 군의 뿌리를 흔드는 급진적 정책마저 ‘내란 방지’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포장하려 드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구도 국방 개혁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인구 절벽과 ‘다영역 작전(MDO)’에 맞춘 첨단 정예 강군 육성은 마땅히 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많은 국민과 군이 반발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엉터리 처방’ 때문이다. 멀쩡한 진단을 내려놓고 개혁을 빙자해 내놓은 처방전이, 하필 ‘사관학교 통폐합’인가. 이 엉뚱한 처방전은 대한민국 안보를 해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는 무엇이었는가? 단 한 발의 교전이나 인명 살상도 없었다. 국회의 해제 요구에 병력은 불과 2시간 만에 자진 철수했다. 무력 충돌도, 국가 기관의 전복도 없었던, 2시간짜리 실패한 계엄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종료된 지 2년 가까이 온 나라를 광기에 가까운 ‘내란 프레임’으로 옥죄고 질식시키고 있다. 훗날 역사에 기괴한 정치 코미디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헌정 질서를 무력으로 뒤엎는 중죄인 ‘내란’이라는 개념이 변질됐다. 2년 내내 정략적 반대파 숙청과 군 길들이기를 위한 ‘전가의 보도’로 전락했다. 참으로 부당하고 위험천만한 현실이다.
1. 사람이 도륙당하고 피난길에 오르는 지옥: 내란의 실체
정치인들이 여론몰이용으로 입에 올리는 ‘내란’은 활자 몇 줄로 재단할 관념적 유희가 아니다. 내란의 본질은 인간성의 증발이자 일상의 총체적 붕괴다. 어제까지 이웃이던 이들이 오늘은 사상과 편을 갈라 서로의 목을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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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는 포격에 찢긴 시신과 부패한 냄새가 진동한다. 부모는 눈앞에서 자식이 총에 맞아 쓰러져도 멈출 수 없다. 피투성이 봇짐을 안고 진흙탕 피난길을 달려야 하는 생지옥, 그것이 바로 내란의 적나라한 실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내란을 겪는 나라들의 비참한 지옥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단의 사례다. 수단은 군부와 준군사조직의 권력 쟁탈전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됐다. 거리는 학살된 시신으로 넘쳐나고,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물과 빵 한 조각을 구하지 못해 아사 위기에 내몰렸다.
둘째, 미얀마는 어떠한가.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학교와 병원까지 폭격당했다. 10대·20대 청년들은 펜 대신 낡은 소총을 든 채, 정글 참호 속에서 팔다리가 잘려 나가며 스러져가고 있다.
셋째, 시리아·예멘도 상상을 초월한다. 정권과 반군이 국토를 난도질하며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 굶주림과 약탈을 피해 목숨 걸고 바다로 뛰어든 수백만 명은 난민선에서 수장되고 있다.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어떤가. 정치권력 간 사생결단의 대결로 하마터면 민주주의가 파괴될 뻔한 아찔한 위기였다. 하지만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2시간 만의 소동으로 끝났다. 그런데도 2년 가까이 진짜 내란 국가의 비극인 양 국민을 세뇌한다.
피 흘리는 최전선에 그들 정치인은 서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이 저들 나라처럼 무너져 국민이 최전선으로 나가야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입으로 ‘내란 척결’을 외치던 정치인들이 과연 국민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며 전선을 지키겠는가?
역사가 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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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은 ‘조국해방전쟁’이라는 번지르르한 구호로 수많은 북한 청년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안전한 후방 지하 벙커에 숨어 목숨을 부지했다.
그 위선은 남한 권력층도 부끄럽긴 마찬가지였다. 우리 현대사에서 권력의 정。에 섰던 기라성 같은 정객들을 보라. 6·25 당시 징집 연령(17~45세)에 속했던 고위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그 자제들의 행적은 어떠했는가? 낙동강 방어선이나 백마고지 같은 피비린내 나는 최전선 참호에서 싸우다 전사하거나 다쳤다는 기록을 단 한 줄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말로는 구국(救國)을 외치며 힘없는 농민과 서민의 자식들만 총알받이로 내몰았을 뿐이다. 정작 자신과 제 자식들은 징집 면제와 후방의 안락한 특권 뒤에 숨었다.
미군은 달랐다. 6·25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은 B-26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평양 북쪽 상공에서 격추돼 전사했다. 아이젠하워 장군의 아들은 최전방 대대장으로 참전했고,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의 아들도 전선에서 세 차례나 부상을 입었다. 미군 장성과 고위 관료 자제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이들이 보여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졌다.
위기가 닥치면 국민을 방패막이 삼아 숨던 자들이, 평상시에는 가장 요란하게 애국과 척결을 외친다. 정작 위기 앞에서는 숨기 바빴던 정치권력이, 이제는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겠다는 청년들의 요람마저 없애려 든다. 사관생도는 위기 시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결단한 이 나라의 아들딸들이다. 가장 찬란한 청춘을 바쳐 전선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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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바로 이들의 피와 땀 위에 서 있다. 안보의 기둥인 사관학교가 정치적 정략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치꾼들의 위선에 군의 뿌리가 뽑히도록 방치할 수 없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청년 장교들의 울타리가 돼주어야 한다.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의 연내 신속 처리가 가리키는 흑심
2년 가까이 우려먹은 ‘내란 몰이 코미디’의 깃발을 아직도 흔들고 있다. 그들이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는 명백하다. 바로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이름의 군 골간 해체극이다.
왜 ‘민주적 통제’의 하위 과제에 순수 작전 기술인 ‘합동성’이 들어가 있는가?
정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실로 기이한 정책 배치가 눈에 띈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를 다루는 ‘민주적·제도적 통제 강화’ 항목 안에, 군령권과 작전 지휘 영역인 ‘합동성 강화’가 세부 과제로 버젓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하위 실행 수단으로 ‘군 교육기관 통합’을 못 박아 놓았다.
명백한 본질의 왜곡이다. 민주적 통제는 군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도록 이끄는 국정 운영의 기본 원리다. 반면 합동성은 전장에서 센서와 타격체계를 유기적으로 엮어 적을 제압하는 순수 전쟁 수행체계의 영역이다. 군사작전 영역인 합동성 강화를 도대체 왜 문민통제의 하위 수단으로 둔갑시켜 놓았는가?
이유는 자명하다. 애초에 국가 안보나 군사적 필요에서 출발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육사를 해체하고 없애버리겠다’는 정략적 목표를 먼저 세워두고, 군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려는 불순한 의도에 군사 교리를 억지로 끼워 맞춘 전형적인 정책 왜곡이다.
2026년 9월 22일, 다수당 지도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신속추진 촉구 범국민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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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법안 제정과 예산 편성을 당 차원에서 신속히 주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군사학적 검토도,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다. 왜 이토록 군불을 때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밀어붙이는가? 그 실체적 진실은 명확하다.
첫째, 정치적 복수심이다. 2시간짜리 계엄 해프닝을 빌미 삼아 육사에 ‘잠재적 내란 집단’이라는 주홍글씨를 찍었다. 80년 전통의 3군 사관학교를 통째로 와해시키려는 악의적 보복이다.
둘째, ‘군의 정치적 사병화(私兵化)’ 기도다. 정무직 국방부장관 직할하에 3000여 명 규모의 거대 단일 학교를 세우려 한다. 장교 선발부터 교수진 채용, 사상 교육까지 정권의 입맛대로 장악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다.
셋째, 군 내부의 건전한 인사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폭거다. 전군을 단일 학연으로 묶은 초거대 공룡 카르텔이 탄생하면 3군의 장성 진급과 요직을 독식하게 된다. 야전의 허리를 묵묵히 지켜온 3사·학군·학사 등 대다수 비사관 장교들은 진출의 사다리가 끊겨 영구한 들러리로 전락한다.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군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비사관 출신을 정략적으로 포섭하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 도리어 비사관 장교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군을 ‘초거대 사관 대 비(非)사관’의 극단적 반목으로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자해극이 우려된다.
넷째,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의 당나라 군대 부활이다. 당나라 말기 시인 조송은 ‘한 장수의 입신양명을 위해 만 명 병사의 뼈가 마른다’고 한탄했다. 이것이 바로 조롱받는 ‘당나라 군대’의 진짜 비극이다. 국토방위라는 신성한 헌법적 사명을 저버린 군대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출세하려고 부대를 정치적 도구로 부린다. 장수 한 사람의 영광을 위해 힘없는 장병들을 희생양으로 갈아 넣는 군대, 그것이 정치에 굴종한 군대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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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직 장관 1인에게 장교 교육과 인사권을 몰아주어 군을 권력의 해바라기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 땅에 21세기판 ‘일장공성만골고의 당나라 군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헌법 제5조 제2항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각 군 참모총장의 고유 권한은 장교 양성권(군정권)이다. 이 헌법적 가치와 권한을 강탈하려 한다. 군대를 정권에 복종하는 당나라 군대로 길들이겠다는 흑심이다. 이것이 ‘연내 신속 처리’라는 폭주 뒤에 숨겨진 진짜 민낯이다.
선동의 정치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작전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른 바다와 하늘, 지상의 전장 전문성이다. 이를 3조 원의 혈세를 들여 대전 분지 한곳에 쓸어 담아 말살하는 것은 안보 개혁이 아니라 자해극이다. 특정 출신을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전군을 하나의 거대 동창회 카르텔로 묶어 오히려 통제 불능인 권력의 괴물로 키우는 법안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를 밀어붙이는가?
대중의 시기심과 편 가르기를 자극해 표를 얻는 선동 정치가 이제는 군의 심장부까지 침투했다. 패거리 문화와 거짓 선동에 기대어 안보의 기둥을 허무는 폭정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 정의와 도덕 대신 눈앞의 이익과 증오에 영합하는 순간, 군은 무너지고 국가의 명운도 기운다.
80년 동안 헌신해 온 사관학교에 ‘내란 집단’의 주홍글씨를 찍어 와해시키려 한다. 잔인한 집단 폭력과 무엇이 다른가. 이 비인간적인 조리돌림 앞에 침묵하는 것은 양심의 포기다. 국민을 볼모로 삼는 ‘내란 타령’ 정치 선동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정치권이 안보와 헌정 질서를 권력 보전 놀음에 악용하는 순간, 그 참혹한 파탄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와 눈물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 역사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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