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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9회 작성일 26-10-04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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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시절 다른 과의 요청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진료하게 된 적이 있다. 옆에는 부모님이 앉아 계셨다. 문제는 내가 아이를 대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이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투는 어색했고 질문은 자꾸 어른에게 하듯 딱딱하게 나왔다. 스스로도 뚝딱거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부모님 중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아이 안 키워보셨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듯한 말씀에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말을 다시 듣게 됐다. 이번에는 입원 병동에서 아이를 키우며 지쳐 있던 어머니 환자와 면담을 하던 중이었다. "선생님은 싱글이시잖아요. 이게 공감이 돼요?" 이번에는 웃어넘기기가 어려웠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고 그분이 지나온 날들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분을 이해할 자격이 없었던 걸까. 지금은 나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그때 그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분과 나 사이에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같은 일을 겪는 것과 같은 마음을 아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지금도 비슷한 말을 종종 듣는다. 남자인 선생님이 여자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겠느냐고 묻는 분도 있고, 의사로 잘 사시는 분이 제 형편을 이해하시겠느냐고 묻는 분도 있다.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진료실에서만 오가는 말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속으로 그렇게 말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닮아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이창동 감독의 기자 간담회에서 비슷한 고민이 느껴졌다. 그는 10여 년 전 대기업의 대량 해고와 파업, 강제 진압 사건에 충격을 받아 영화를 구상했지만 한 차례 영화화를 포기했으며 “과연 그 이야기를 정직하게 할 자격이 있는지, 제가 그들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확신이 없어서 접었다"고 말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이 질문을 떠안은 인물은 다큐멘터리를 찍는 예지(조여정)다. 골드몽릴게임 예지는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와 살면서 해고 노동자인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 파업 동료의 빈소에서 벌어지는 소란이나 억눌렸던 울분이 터지는 순간처럼 당사자들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까지 카메라에 담으려 한다. 이 감독은 예지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영화의 재료로 삼는 창작자의 윤리를 함께 묻고 싶었다고 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 "그냥 좀 튀는 것 같아, 그래서 좋을 게 없잖아. 이거는 충고도 뭣도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야." 예지의 옷을 보던 미옥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이다. 예지는 잠시 멈칫한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이내 웃으며 손으로 OK 표시를 해 보인다. 그 뒤로 예지의 옷차림은 조금 달라진다. 처음에는 해고 노동자를 촬영하러 가면서 비싼 옷을 입고 가는 것이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한 행동처럼 보였다. 그런데 곱씹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예지는 자신과 그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다르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믿었다면 옷차림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예지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도 아니다. 예지는 세탁소를 하던 아버지 곁에서 자랐다. 노동자들이 。. 우리 눈에서 사라져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아빠 같은 사람도 그렇게 사라지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미옥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할 때도 예지는 자기 기억을 꺼낸다. 미국 유학 시절 한국 식당에서 시급 7달러를 받고 서빙하던 당시 늦은 밤 지갑도 없이 기숙사까지 걸어가며 무서움을 견뎠던 일이다. 선택지가 없었던 미옥의 봉제공장 노동과 유학생의 아르바이트를 같은 경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런 기억은 공감의 실마리가 된다. 공감은 결국 내가 가진 경험과 감정을 빌려 상대의 상황을 헤아려 보려는 노력이다. 비슷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상대의 자리를 떠올리고 이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다만 그건 상대에게 다가가는 입구일 뿐, 같은 마음이라는 증명은 아니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 상우의 시선은 다르다. 예지가 노동자들의 마음을 느끼려 애쓰는 모습을 두고 상우는 ‘메소드 연기’를 한다고 말한다. 너와 저 사람들은 다른데 너는 그들과 같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상우는 이해란 같아져야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같아질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은 결국 연기일 뿐이다. 예지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상우의 말에는 냉소가 묻어 있지만 쉽게 흘려듣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법한 물음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는 순간, 실은 내가 만든 이야기 속의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예지도 마음 한구석이 찔렸을 것이다. 예지가 그들에게 다가간 게 진심으로 가까워지고 싶어서였는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였는지 영화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아마 두 마음 모두 있었을 것이다. 진료실도 다르지 않다. 의사는 환자가 진심으로 낫기를 바라면서 치료를 잘하는 의사로 인정받고 싶어 하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들 중 하나만 진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환자 역시 나을 수 있다는 기대와 이 의사가 정말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함께 품고 진료실에 들어온다. 선한 마음 안에 자기 욕망이 섞여 있다고 해서 그 마음이 가짜가 되지는 않는다. '같음'보다 중요한 건 시간과 신뢰 정신치료에서 공감을 이야기할 때 인간중심 상담을 만든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표현을 떠올린다. 로저스는 상대의 내면을 마치 내 것처럼 느끼되 그 '마치(as if)'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놓지 않으면서 잠시 그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보려는 시도다. '마치'가 사라지면 오히려 공감이 위험해진다. '나도 겪어봐서 안다'고 말하는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의 경험은 내 경험 뒤로 밀려나기 쉽다. 실제로 치료자와 환자의 성별이나 배경이 같을 때 환자가 조금 더 편안해하는 경향은 있지만 치료 결과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연구가 많다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 결과를 가르는 건 두 사람 사이에 쌓이는 시간과 신뢰다. 선거철이면 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 장면이 반복되는 건 꼭 정치인의 의도뿐 아니라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어야 내 마음을 알 거라는 기대가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같아 보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 .에서 예지의 비싼 옷은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솔직하다. 예지의 방식이 늘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예지가 곁에 머물며 건넨 관심은 호석이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는 데 힘이 된다. 같아지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튜브를 하다 보니 청소년이나 여성, 청년의 삶과 정신건강 이야기를 할 일이 많다. 그럴 때 가끔 멈칫한다. 남자인 내가 여성의 경험을 말해도 될까. 사회초년생 시절을 지나온 내가 지금 청년의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관심받을 수 있는 콘텐츠라 다루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한 마음도 따라온다. 이 감독이 자신 역시 자본과 결혼한 삶인지 모른다고 했을 때 조회수 앞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내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멈추는 게 답은 아닐 것이다. 같은 노동자끼리도, 같은 부모끼리도 사람은 서로 많이 다르다. 완전히 같은 사람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대부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야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처음부터 정확히 알아맞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전공의 시절 그 어머니의 질문 덕분에 공감이 무엇인지 곰곰이 떠올리게 됐다. 다시 로저스의 '마치'를 생각한다. 나는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래도 그 사실을 인정한 채로 그 사람의 자리에 잠시 서 보려 할 수는 있다. 이 감독은 이 영화가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라고 했다. 어쩌면 그 대답도 이런 모습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때 그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말씀드리고 싶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제가 그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알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면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허규형 연세가산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중 한 분이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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