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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우리에게 각종 업무지시를 하지만 계약서에는 '개인사업자'로 적혀 있습니다. '회의에 몇 시까지 참석하라' '실적을 단톡방에 공유하라'며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면서도 근로기준법에 적힌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30년간 학습지 교사로 일한 정난숙씨는 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수시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고 1년마다 회사가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계약을 갱신할 수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노동자로 불리지도 못하고 열심히 일해도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다"며 개탄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 500여명 결의대회
이날 전국의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500여명(주최측 추산)이 청와대 앞에 모였다. 학습지 노동자와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가전제품 .검 노동자, 화물·건설 노동자 등은 한목소리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국제노동기구(ILO) 플랫폼 노동 협약을 비준하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실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약 870만명의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는 임금과 노동시간, 휴일·휴가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특히 이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일법)' 반대에 무게를 실었다. 실효성이 없고 추상적인 기본 방향만 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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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욱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일법을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노동자성 인정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과 노동자 추정제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ILO가 채택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 비준도 요구했다. 협약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작업중지권 등 건강권 보장, 최저임금 보장, 알고리즘에 대한 알권리를 명시했다. 노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면, 협약 비준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배달료 산정기준 알 수 없어"
알고리즘 투명화 요구
라이더유니온(지부장 구교현)은 결의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별도 집회를 열고 배달료 산정기준 투명화와 최저보수제 도입을 요구했다.
배달노동자들은 배달료 산정 근거를 알 수 없는 '깜깜이' 배달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거리를 배달해도 날마다 보수가 달라지고, 거리 할증 책정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복거리 삭감'이다. 현재 라이더들은 비슷한 경로의 두 건의 주문을 동시 수행하면 한 건의 거리 할증은 임의로 책정된다. 이날 지부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총 6킬로미터를 이동해 두 건을 배달했는데, 한 건은 기본 배달료에 더해 6킬로의 거리 할증을 전부 인정받은 반면 다른 한 건은 1.6킬로만 적용받았다. 실제 이동거리의 27%만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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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문 사례에선 5킬로를 이동했지만 한 건은 1.6킬로(32%)만 책정됐다. 0킬로가 책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산정 근거는 알 수 없다.
이대근 라이더유니온 부지부장은 "중복거리라도 픽업과 배달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동은 동일하다"며 "배달료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왜 깎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배차도 배달료도 플랫폼 마음대로 정하면서 사실상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라이더들은 대안으로 최저보수제를 요구한다. 유류비·보험료 등 배달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과 적정 배달시간·조리 대기시간·주문 대기시간 등 배달에 필요한 노동시간을 반영해 보수의 하한을 정하자는 것이다. 보수산정 과정에도 노동자와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배달플랫폼의 준수의무 부여도 요구하고 있다.
구교현 지부장은 "깎인 단가를 메우려면 더 빨리, 더 오래 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라이더가 산재 1위"라며 "낮은 배달료는 생계 문제이기 전에 목숨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리기사, 대리운전법 제정 촉구
"표준요금제·수수료 상한 담겨야"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적정보수 보장을 위한 '대리운전법' 제정을 촉구했다. 수수료 상한과 부당한 배차제한 금지 등 사업주의 의무와 위반에 따른 책임을 법에 명시하라는 요구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에 '대리운전법안 초안 마련'을 포함했다.
대리운전노조(위원장 이창배)는 이날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 결의대회에서 "대리기사를 보호할 법을 만들어 달라고 20년간 요구했지만 입법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이 낮은 요금과 높은 수수료, 온갖 비용 부담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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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기업과 중개업체에 고용돼 하루 8시간, 월 26일 이상 야간노동을 하고 사용자가 정한 복장과 고객응대 규정을 따라야 한다. 수입이 되는 운행요금의 약 20%를 중개수수료로 내고, 관리비·프로그램 사용료·보험료까지 합치면 약 40%가 사용자쪽으로 빠져나간다.
노조는 운행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반영한 표준요금제를 도입해 적정보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질 보수가 노동시간 기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도록 하고, 호출 취소와 장시간 대기에 대한 보상 기준도 마련하라는 것이다.
높은 중개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수수료 상한을 법제화하고 관리비나 프로그램비 등 비용전가와 유료상품 가입 강요를 막아야 한다고도 밝혔다. 요금·수수료·보험·배차·계약해지 조건을 담은 표준약관을 만들어 사업주가 준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일방적인 배차 통제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플랫폼 기업과 중개업체들이 알고리즘과 등급제로 일할 기회를 통제하면서 노동자의 생계와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배차 알고리즘과 기준을 공개하고 일방적인 계약 변경 또는 해지와 배차 제한·차별, 손해배상 전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가 참여하는 대리운전보험 공제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주도 분담금을 나눠 내도록 하라고 제안했다.
이창배 위원장은 "법안의 중심에는 국정과제로 약속한 노동자 보호가 있어야 한다"며 "공제 혜택이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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