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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환장 속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난 딸의 고군분투를 담은 책이다. 가족들과 먼 길을 나서본 사람이라면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할 법하다.
가족 모임을 위해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왕복 15시간이 넘는 길을 나서던 날, 자연스럽게 그 책 제목이 떠올랐다. 운전대를 잡았을 뿐인데 어깨에는 가장의 책임감이 얹혔고 덩달아 속까지 얹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믿을 구석이 있었다. 이날 가족의 평화를 맡긴 차는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싼타페'였다. 가족과 짐을 넉넉히 받아주고 먼 길의 피로까지 덜어줄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가족도 짐도 한가득…부담까지 실을 필요는 없으니까
"뒷모습은 잘못된 거야."
싼타페와 처음 마주한 친척 어른의 첫 평가는 신랄했다. 싼타페 두 대를 거치며 15년간 같은 차종을 타온 운전자였다. 현대차가 놓치고 싶지 않을 고객일 텐데 오랜 인연이 신형의 뒷모습까지 감싸주지는 못했다.
친척 어른만 싼타페 뒷모습에 유난히 야박한 건 아니다. 현대차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H를 새겼는데 세간에서는 '개뼈다귀'니 '아령'이니 하는 별명까지 붙었다.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 차명이 유래한 미국 지명 'Santa Fe'는 원래 두 단어다. 현대차는 두 단어를 확실히 구분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이전 세대에도 띄어쓰기가 있었지만 글자가 작아 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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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유를 이해하는 것과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은 별개다.
위안이라면 최대 단。이 후면뿐이라는 사실이다. '안경 벗으면 미인'이 되는 클리셰처럼 후면에서만 벗어나면 대부분만족스러웠다. 각진 차체와 큼직한 그릴, H자 램프가 어우러진 전면은 강인하고 듬직한 인상을 줬다.
친척 어른에게 15년간 싼타페만을 고집한 이유를 물었다. 답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그는 "차 크기에 비해 가격이 괜찮다. 제일 평범하고 무난하다"며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다. 기능이 거의 다 있다"고 답했다. 압도적인 성능이나 특별한 개성보다 크기와 가격, 기능 사이의 균형을 높게 본 것이다. 오랫동안 돈을 내고 타본 사람의 기준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심심한 칭찬처럼 들렸다. 하지만 가족을 태운 운전자 입장이 되니 그 무난함이 달리 보였다. 이날 필요한 것은 나 혼자 즐거운 차보다 함께 탄 사람들이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차였다.
문을 열면 칭찬할 부분은 더 늘어난다. "신형 잘 나왔네. 안에 넓게 잘 나왔잖아." 뒷모습에는 냉정했던 친척 어른도 실내 공간에는 후한 。수를 줬다.
낮게 자리한 후미등 역시 이 넓은 공간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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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테일게이트 개방부와 실내 공간을 우선해 램프를 아래로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뒷모습에 대한 혹평과 넓은 실내에 대한 칭찬은 같은 설계에서 나온 셈이다.
전장은 4830㎜이며 전폭은 1900㎜, 앞뒤 바퀴 사이 거리인 축간거리는 2815㎜다.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먼 길을 나서니 뒷좌석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혼자라면 가방이나 올려뒀을 자리지만 이날은 운전석 못지않게 중요했다.
동승객들이 편히 앉을 수 있으니 운전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여러 사람의 짐을 한꺼번에 싣는 일도 수월했다. 캠핑 장비를 챙기거나 차 안에 누워보지 않아도 넓은 SUV의 쓸모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직접 운전하며 느낀 움직임은 묵직했다. 조향감도 만족스러웠다. 차체의 무게감이 든든하게 다가왔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차를 다루는 감각도 좋았다. 가족과 짐을 싣고 먼 길을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런 성격은 장。이었다.
운전석에서 특히 반가웠던 것은 허리 마사지처럼 느껴지는 에르고 모션 시트의 스트레칭 기능이었다. 시트 내부 공기주머니를 제어해 골반과 허리의 피로를 덜어주는 기능이다.
오래 운전하는 동안 허리 주변으로 전해지는 자극이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단조로운 운전 중 몸을 한 번씩 깨우는 느낌도 좋았다. 가족들을 챙기느라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내 허리는 차가 챙겨주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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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내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후방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는 디지털 센터 미러는 다소 작게 느껴졌다. 디스플레이 화면 역시 큰 차체와 넓은 실내에서 기대한 크기에는 못 미쳤다. 공간에서 받은 만족이 미러와 화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장거리 이동에서 싼타페는 동승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편안한 차였다. 가족들이 편하게 이동하니 운전석에서도 마음이 놓였다. 뒤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운전자가 차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출발할 때는 가장의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는데 돌아와서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왕복 15시간 넘게 이동하는 동안 집안 어른들 모두 큰 불만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기자에게는 그게 웬만한 칭찬보다 반가웠다. 차 한 대 잘 골랐을 뿐인데 가장 노릇을 제법 해낸 기분이었다.
다음 가족 모임에서도 운전석이 내 차지가 될 듯하지만 이 정도라면 다시 맡아볼 만하겠다. 싼타페와 함께하는 여정이 '환상'적이기까지는 아니어도 '환장'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타깃
-짐을 쌀 때마다 '혹시 모르니까'를 입에 달고 사는 당신
-차박 계획은 없어도 차 안에서까지 옹기종기 지내고 싶지는 않다면
-'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독서로만 경험하고 싶다면
▲주의할 。
-뒤태까지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후면 주차 실력부터 키울 것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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