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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의 영국 런던을 달군 건 프리즈 런던만이 아니었다. 이건희 컬렉션이 런던에 상륙해 큰 주목을 받았고, 프랑스 노르망디를 떠나 950년 만에 영국 땅을 밟은 바이외 태피스트리가 영국박물관에 걸렸다. 그 생생한 현장을 한국경제 아르떼가 전한다.
지난 19일 찾은 런던 영국박물관의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전시실. 월요일 낮인데도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큰 글자로 인쇄한 안내문을 손에 든 영국 노인들은 작품 설명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읽고 있었다. ‘까치와 호랑이’ 앞에서는 젊은 관객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꺼냈다. 전시장에서 마주친 한 어린아이는 “애니메이션에 나온 호랑이보다 진짜가 더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족이 2021년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 일명 ‘이건희 컬렉션’에서 고른 작품으로 꾸린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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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올 3월 시카고미술관에서 해외 순회전을 열었다. 런던 전시는 그 여정의 마지막이다. 영국박물관은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의 비범한 선물 덕분에 획기적인 전시가 가능했다”고 했다.
18파운드(약 3만2000원)에 달하는 표값에도 전시는 시작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개막 이후 매 주말 표가 매진되고 있으며, 평일에도 전시장이 붐빈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영국박물관이 한국 미술·역사 관련 대형 전시를 여는 건 1984년 ‘한국미술 오천년’전 이후 42년 만이다. 김상아 영국박물관 큐레이터는 “그간 영국인은 한국 전자제품과 대중문화에 익숙해졌지만 한국의 전통을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국보·보물은 23건에 달한다. 고고학을 좋아하는 영국 관객의 성향에 맞춰 전시는 기원전 3세기 제사 등 의식을 위해 제작된 청동방울인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국보)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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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 모양은 달항아리 모양을 본떴고, 시대별 대표 유물을 차례로 놓았다.
‘수많은 침략과 위기를 이겨내면서도 외부에서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힘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는 게 전시의 메시지다. 중국의 청자 제조 기술을 받아들여 극한까지 발전시킨 고려의 상감청자, 고려시대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길 기원하며 제작한 ‘대반야바라밀다경 권249’(국보)가 증거다. 전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이본은 “이런 전통 문화에서 휴대폰을 제조하는 창의성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늘 한국을 중국, 일본과 한데 묶어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관객이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다. 김 큐레이터는 “인왕산 풍경이 익숙하지 않은 영국 관객을 위해 벽지처럼 펼친 영상에 새소리를 곁들여 그림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포스터에 쓰인 ‘일월오봉도’도 인기다.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곳곳에 쓰이다 보니 실물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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