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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제30호 태풍 '참피'가 북상하던 지난 23일, 전남광주특별시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자력본부에는 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비가 내릴 듯 흐린 날씨 속 한빛 6호기에서 파란색 대형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 수면 아래 약 8m에는 발전을 마친 사용후핵연료가 잠겨 있었다. 수조의 물은 핵연료의 열을 식히고 방사선을 차폐한다.
저장공간은 이미 상당 부분 찼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86%다. 전체 9017다발 가운데 7758다발을 보관하고 있어 남은 공간은 1259다발이다. 한수원은 2030년 포화를 예상한다.
한빛원전에는 총 5.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자로 6기가 있다. 1986년 1호기부터 2002년 6호기까지 가동을 시작했다. 1·2호기는 각각 950MW(메가와트), 3~6호기는 각각 1000MW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3·4호기 전력은 김제 방면, 5·6호기는 남원 방면으로 보내진다. 전기는 345㎸(킬로볼트)급 송전선로를 거쳐 전국에 공급된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전기를 생산한 1·2호기는 멈춰 섰다. 1호기는 지난해 12월 9일 가동을 중단해 같은 달 22일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났고, 2호기도 올해 9월 11일 허가가 만료됐다. 두 원전의 설비용량은 1.9GW로 한빛원전의 약 3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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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기는 매출 손실 657억원을 줄이려 당초 계획보다 27일 더 가동하면서 안전성 평가보고서 변경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국회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빛 1·2호기의 계속 운전은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들어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은 약 6.3GW로 예상된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158.4~165.0GW로, 지난 4월 전망보다 26.6~26.8GW 늘었다. 다만 원전을 재가동하더라도 산업단지까지 전기를 보내려면 송전망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의 계속 운전 심사 지연에 따른 전력 판매 기회비용이 약 2조원이라고 지적했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신청이 몰려 심사 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15일 세 번째 심의 끝에 한빛 1·2호기와 고리 3·4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및 관련 운영변경허가안을 승인했다. 중대사고 대응 방안을 담은 계획서가 통과했지만 계속 운전 허가는 별개다. 한수원은 내년 2월 허가와 상반기 재가동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원안위의 허가안 상정 계획은 내년 상반기다.
재가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안전관리 문제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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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원전 보고대상사건 117건 중 67건(57.3%)이 설비 결함 때문이었다. 한빛원전도 2023년 3호기와 2024년 4호기에서 전기계통 저전압으로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하는 유사 사건을 겪었다.
뜨거워지는 바닷물도 변수다. 원전은 터빈을 돌린 증기를 식히는 데 바닷물을 사용하고, 데워진 물은 다시 바다로 내보낸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장에서 취·배수 온도 차이가 5~6도이고 주변 해역 수온에 미치는 영향은 약 0.5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4년 8월 8일 한빛 5·6호기 배수구 앞 수온이 39.9도, 22㎞ 떨어진 해역도 31도로 나타났다고 공개했다. 특정 시。의 수온을 모두 온배수 영향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해수온 상승과 냉각수 관리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현장에서 본 수조는 발전이 끝난 뒤의 문제를 보여줬다. 한빛 3~6호기는 원자로당 핵연료 177다발을 사용하며 약 18개월마다 3분의 1인 60다발가량을 교체한다. 꺼낸 핵연료는 열과 방사능이 남아 있어 물속에서 냉각·보관해야 한다.
방호복과 교체 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별도 경로로 옮긴다. 전용선박 '청정누리호'가 한빛원전에서 경주 월성원전 물양장까지 운송하면, 차량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경주 처분장에 반입한다. 반면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밖에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처분시설이 없어 현장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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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부지 안에 4810다발 규모의 건식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주민 의견수렴과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수조에서 냉각한 핵연료를 용기에 넣고 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올해 주민공람과 설명회 등을 거쳐 2028년 5월까지 인허가를 마치고, 그해 6월 착공해 2030년 7월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기존 수조의 포화 예상 시.도 2030년이다. 현장에서는 공사가 지연될 경우 저장공간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광·고창 지역에서는 임시 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빛본부가 지난해 영광군 지방세 수입의 52%인 462억원을 차지할 만큼 지역 재정에 기여하지만, 환경단체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은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과 1·2호기 계속 운전에 반대하고 있다. 원전의 경제적 기여와 안전·환경 문제가 맞물린 상황이다.
정부는 2038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2060년까지 최종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정대로라도 한빛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외부로 옮기려면 2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국정감사에서는 장기간의 폐기물 관리 비용을 원전 발전단가에 충분히 반영했는지도 도마 위에 올렸다.
한빛원전은 내년 1·2호기 재가동과 2030년 저장시설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원전의 안전과 남겨진 핵연료를 관리할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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