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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글은 RE100을 포기 안 했습니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단지 내에 전력공급을 위해 가스 발전소를 짓는 것이 탄소중립에 역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관 장관이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걸 처음에 제기했던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사실상 포기하면 포기, 연기하면 연기하는 상황입니다. … 구글 같은 경우도 RE100에서 소위 CF100으로 바꿨고요. RE100만 가지고는 현재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0월 6일 국정감사)
원래 이 기사의 목적은 김정관 장관의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장관이 종합감사(22일)에서 '혼동'이 있었다고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구글은 여전히 회원사이고, CF100은 24/7 CFE를 잘못 표현한 것이라고요. 다행입니다.
(CF100은 국제 기준이 아닌 국내 조어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포함시키기 위해 RE100의 대안으로 내세웠고, 국제무대에는 ‘CF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했습니다. 24/7 CFE가 RE100을 먼저 달성한 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개념이라면, CF100은 RE100에서 후퇴한 개념으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장관님이 생각하는 AI 혁명의 시대에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탄소 중립이 상충관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거든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그리고 성장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장관님이 언급하신 미국 기업들의 이야기로 해볼까 합니다.
RE100은 넘어가시죠. 오해가 있었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다만,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구글 등 빅테크 회사들이 데이터센터 짓느라 가스 발전해야 하고, 기후 대응 후퇴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덧붙이셨죠. 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구글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2025년에도 RE100은 100% 달성했습니다. 9년 연속 달성이죠. 올해도 달성할 겁니다.
그리고 기후 대응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24/7 CFE가 그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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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 CFE는 RE100보다 더 엄격한 개념입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교를 해볼게요. RE100은 '탄소배출을 1년 단위로 계산해서 그만큼 깨끗한 전기를 해마다 살게(REC, 그린프리미엄, 재생 PPA 등)' 하는 약속입니다. 쓴 시간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그냥 총량만 보죠.
반면 24/7 CFE는 더 짧은 단위 시간으로 쪼갭니다. 구글이 사용하는 전기를 시간대에 맞춰서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한단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밤에 쓴 석탄 전기를 퉁치려면, 바로 그날 밤에 생산된 재생전기를 찾아서 시간을 일치시켜서 퉁쳐라,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기로는 퉁 칠 수 없다'는 개념입니다. 다이어트에 비유하자면, 하루 칼로리 총량만 제한하는 게 아니고, 매 끼니 개별 칼로리에도 제한을 걸겠단 얘기인 거죠.
구글은 이렇게 RE100을 유지하면서 24/7 CFE의 개념에 걸맞은 탄소 배출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통계량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구글은 그렇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중립을 포기 또는 연기할까요?
장관님이 해당 발언을 하실 때(10월 6일), 저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CSO) 멜라니 나카가와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멜라니는 바이든 대통령 시절 특별 보좌관으로 백악관에서 일한 기후 대응 전문가입니다.
멜라니는 '탄소 네거티브'를 말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RE100이나 24/7 CFE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을 의미합니다. 배출량을 O(Zero)로 만든단 건데, 네거티브는 그걸 넘어서 '내가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선언입니다.
MS는 클라우드컴퓨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회사입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수치로도 지난해 탄소 배출이 전년 대비 25%나 늘었습니다. 장관님이 말씀하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겪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그런데 멜라니의 말을 들어보면, 기후 대응은 더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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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례로, RE100 달성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저 돈만 내면 되는 인증서(REC)나 그린 프리미엄 방식은 。차 없애기로 했습니다. 두 수단은 사실 손쉽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게다가 이 두 방법을 포기하면 MS의 장부상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데, "그걸 감수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PPA 중심으로 조달 구조를 재편합니다.
이 PPA는 훨씬 더 어려운 길입니다. 실제로 태양광이나 풍력, ESS 같은 설비를 더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가성(Additionality)이 높은 '더 훌륭한 노력'으로 평가되지만, 더 비쌉니다. 오래 걸립니다. 보통 20년 단위 장기 계약이라, 중간에 무를 수도 없습니다. 파트너 회사와 협력도 해야 합니다.
멜라니는 "사회에 장기적 신호를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장기 구매자로서 지역과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가 늘어나는 데 투자한다는 신호죠. 돈이 남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좀 하다가 상황 봐서 입장 바꾸는 일도 없다는 선언입니다.
이런 신호는 전체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도 바뀝니다. 큰 기업들이 확고하게 탄소중립, 기후 대응에 나서면 거대한 투자가 확보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기술 경쟁이 붙고 과학 법칙이 작용해 태양광과 풍력 기술의 전반적 비용이 떨어집니다.
이게 실제로 지난 20여 년 동안 에너지 산업에서 일어난 변화입니다.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개발사 가운데 하나인 브룩필드와 10.5기가와트짜리 대형 PPA 계약을 했습니다. 전체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은 40기가와트에 달합니다. 제가 다녀온 시애틀 외곽의 구스페리 태양광 발전소는 그 가운데 한 곳이었습니다.
기술에도 투자합니다. 똑같은 송전선을 사용해도, 기술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실어다 나를 수 있습니다. MS가 투자한 라인비전이라는 스타트업이 실제로 이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실제 영국에서 송전선을 증설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를 60% 더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주기 에너지 저장 기술에도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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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새로운 ESS 배터리 개발에 투자했단 의미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인 간헐성에 대한 핵심 해법 가운데 하나인 배터리의 미래에 투자한 겁니다. 재생에너지 기업이 아니지만, MS는 이렇게 진심입니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는 한계가 있어' 하고 포기해야 한단 인식이 많은 듯합니다. 그 한계 분명히 있습니다. 간헐성, 지역적 편재성... 분명 한계입니다.
그러나 한계는 '불가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니라, 구글이나 MS, 그리고 심지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같은 회사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죠.
'한계가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그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
질문 뒤엔 해법을 탐구합니다. 막대한 투자도 하고요. 제가 다녀온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PPA, 기술개발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가 그렇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결국 재생에너지와 더 풍부한 에너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죠. 。. 단가가 떨어지는 유일한 에너지원인 재생을 어떻게 더 싸게 하고, 또 결.을 보완해 더 사용하기 편안한 전원으로 만드는가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성장과 에너지 전환, 탄소 중립은 결국 한 몸입니다.
여담이지만,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MS는 집요합니다. 새 건물을 지을 때는 시멘트의 탄소발자국, 철근의 탄소발자국까지 따집니다. 시멘트나 철강회사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본사 냉난방은 히트펌프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본사 내에 900개의 구멍을 뚫는 지열 에너지 시설까지 지었습니다. 깨끗한 전기를 쓰겠다, 그 깨끗한 전기도 최소한으로 쓰겠다는 노력입니다.
공급망, 그러니까 협력사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도 행사합니다. 작은 회사들은 기후 대응이나 탄소 중립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연구 인력도 부족합니다. 전문 인력을 두기도 어렵고 투자하기도 쉽지 않죠. 무엇보다 PPA 계약을 맺기에는 너무 작아서 협상력도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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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도 잘 모릅니다. MS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대신 협상에 나서기도 합니다.
공급망 기업들의 탄소배출 역시 MS가 중립화해야 할 배출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왜그럴까요? 돈이 안되고, 오히려 부담인 이런 활동을 대체 왜 하는걸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기후 대응을 선택사항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장관님, 우리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부러웠습니다. RE100을 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24/7 CFE를 향해 가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태도입니다. MS 같이 큰 기업이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아시아의 언론인들에게 설명하려는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한국을 돌아볼까요? 사실 삼성전자의 경우, RE100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0%대에 불과합니다. 워낙 반도체 제조에 많은 전기가 들어서 이긴 하지만, 현재 수준은 물론 달성하겠다는 시.(2050년)도 너무 멉니다. 참고로 대만의 TSMC 경우 삼성과 같은 목표를 설정했다가 몇 년 전 10년 당겼거든요.
삼성은 대규모 재생 PPA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불안정한 재생전기를 어떻게 반도체 제조공장에 쓰냐?'고 하지만, 전기는 그리드에 들어가면 꼬리표가 없답니다. 물론 주파수 안정성 문제가 존재할 수는 있으나, 그 역시 기술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죠.
대신 우리 기업들은 '재생전기는 비싸요, PPA는 더 비싸요.'하는 비용 측면의 호소를 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못해서 해야 하는 노력은 대부분 그린프리미엄이나 인증서 구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장 저렴한 노력이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나온 논의가 최근엔 제기된 원전 PPA입니다. 역시 전기를 당장의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기업들은 기후 대응을 여전히 '부담'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MS의 '노력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아쉽습니다.
■ MS는 삼성전자보다 전기를 더 많이 씁니다
예상되는 반론① 삼성은 제조업이라 어렵다
혹시나 그럼에도 반도체 제조업은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처지가 다르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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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MS가 삼성전자보다 전기를 더 많이 씁니다.
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참고해 보면 삼성은 2025년 약 33.5TWh의 전기를 썼고, MS는 37TWh를 썼습니다. 증가율은 MS가 24%, 삼성은 4.4%로 MS가 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삼성은 제조업 특성상 쉽지 않다는 말은 최소한 사용 총량만 보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상되는 반론② MS는 원전PPA, 가스발전소를 쓴다
MS는 물론 다른 빅테크들도 원자력을 사용하려 하지 않느냐는 반론을 바로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전체 그림, 그리고 자세를 보셔야 합니다.
MS가 최근에 가동 중단되었던 스리마일 1호기를 재가동해 전기를 공급받는 계획을 세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고작 0.8기가와트에 불과합니다. MS의 재생전기 조달목표는 40기가와트, 실발전량 기준으로 해도 그 원전의 10배가 훌쩍 넘습니다.
가스 발전소 계약도 한 게 사실입니다. 셰브런과 2기가와트 이상의 거대한 가스 발전 전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MS의 미래 전략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타는 MS와 비슷한 가스 투자 때문에 RE100에서 나가야 했습니다. MS가 이 기준을 어떻게 통과할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MS가 기후대응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계속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고, PPA를 더 많이 할 계획이고,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에 계속 투자할 계획입니다.
■ 중요한 건 자세, 그리고 실천입니다
그러니까 이 기사는 빅테크의 노력에 한계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 목표가 살아있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을 강조하는 겁니다. 냉혹한 현실은 존재하지만, 막대한 투자를 비롯해 그에 상응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는 。이 다릅니다.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 장관님, 여기까지가 제가 보고 듣고 정리한 구글과 MS 이야기입니다.
다시 질문드려보겠습니다. 성장을 위해선 전기가 급하니, 탄소중립은 좀 미룰까요? 그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따라야 할 글로벌 스탠다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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