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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조이던 미국이 기름값을 잡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 수입에 빗장을 풀었다. 대러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도 자국의 에너지 수급과 물가 앞에서는 예외를 택한 것이다. 한국 역시 제재 공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원자재 분야의 실리를 확보하는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최근 대러제재 예외 사례와 정책 시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은 국가안보와 공급망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정치적 부담까지 고려해 제재 예외를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산 경유 거래가 대표적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9일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과 미국 내 수입을 내년 4월 7일까지 허용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 배경이다. 동맹국의 공급 안보를 보호하던 예외가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는 수단으로 확대됐다는 게 KIEP의 평가다.
일본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지켰다. LNG 수입량의 약 9%를 차지하는 사할린-2를 주요 에너지원이자 전략자산으로 보고 대러 제재 공조에 참여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련 거래 예외를 확보·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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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EP은 일본이 에너지 예외를 매년 갱신하며 외교 자산으로 운용한다고 봤다.
대(對)러 강경파인 에스토니아도 산업 원료에는 예외를 요구했다. 이달 자국 희토류 기업인 NPM 실메트에 원료를 공급하는 러시아 기업 SMZ가 EU 신규 제재안에서 빠지도록 한 것이다. 전기차와 풍력, 항공 등 유럽 산업 전체의 공급망이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실메트는 대체 원료를 찾고 에스토니아는 내년 제재 지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영국은 제3국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경유·항공유의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연료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에 대응한 조치로 허가 종료 시.은 내년 1월 1일이다. 제재 원칙을 유지하면서 자국 경제의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이다.
한국도 예외 외교를 통해 공급 차질 우려를 줄였다. EU는 지난 7월 사할린-2 LNG의 한국행 운송 등에 예외를 인정했으며 영국도 이달 1일 관련 일반허가를 발급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들여오는 연 150만 톤(t)은 국내 LNG 수입의 약 3%로 동절기 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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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U의 예외만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았다. 산업통상부와 영국 정부에 따르면 운송에 영국계 보험서비스도 활용돼 영국과 별도 협의가 필요했다.
영국의 허가는 지난해 6월 17일 이전 공급계약에 따른 거래에 한해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3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신규 계약이나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허가 이용자에게는 신고와 거래 기록 보관 의무도 부과된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제재는 거래재이며 예외는 관리대상"이라며 "일본 모델을 참고해 한국이 이미 확보한 예외의 조건과 갱신 일정을 외교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추가 예외를 요청할 때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한미·한일·주요 7개국(G7) 공동의 공급망 안정과 연결하는 논리가 필요하다"며 "대체 공급원 확보 계획과 재검토 시., 종료 시한 등을 함께 제시해 공조 원칙과 국익을 양립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가별 허용 범위가 달라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며 "영국과 미국의 허가 만료와 연장 여부 등 정치적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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