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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발레의 걸작 ‘지젤’의 1막 무대 위엔 발랄한 시골 처녀 주인공 지젤의 집이 있다. 국립발레단 단원 무용수 이하연(31)은 2019년 입단 뒤 무대 위에서 그 집 딸 지젤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을 사람으로, 죽음의 요정 ‘윌리’ 군무로, 지난해에는 지젤의 엄마로. “군무 때는 지젤 집을 드나들 일이 없어요. 엄마가 되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도 그저 감사했죠.” 이번 ‘지젤’ 공연 리허설에서 이하연은 자신이 지젤이 되어 처음으로 그 집 문을 열었다. “열심히 주어진 걸 하다 보면 나도 꿈을 이룰 때가 있구나 싶었어요. 지젤이 되게 드라마틱하잖아요. 이번 공연을 준비한 두 달이 저에겐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13~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에 주역 지젤로 데뷔하는 네 명의 발레리나, 엄나윤(33), 이하연, 이은서(29), 안수연(23)을 연습실에서 만났다. 현역 시절 지젤로 명성 높았던 김주원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 8월 취임한 뒤 서울에서 선보이는 첫 전막 공연. “저 의상을 입고 저 안무를 추고, 저 조명을 받고 있는 저 사람이 정말 나라고?” 지젤은 모든 발레리나의 꿈이고, 네 사람은 여전히 리허설 영상을 확인할 때마다 지금이 정말 꿈 같다. ‘처음’의 무게는 각자 다르다. 엄나윤은 올해 ‘해적’ 주역을 거쳐 ‘지젤’에 도착했고, 이하연은 지젤 곁 여러 인물을 거쳐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이은서는 최연소 국립발레단 입단으로 주목받은 지 10년 만의 첫 전막 주역. 이미 여러 전막 발레에서 주역을 맡아온 안수연은 지젤이라는 새 도전과 마주한다. 김주원 단장은 이례적으로 많은 무용수가 지젤로 데뷔하는 데 대해 “무용수의 직급이 예술적 가능성까지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기회는 열려 있지만 예술적 기준 역시 결코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누구보다 지젤을 잘 아는 새 단장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네 사람이다. ◇몸과 기억에 새겨진 춤을 꺼내어 201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엄나윤은 2024년 ‘호두까기인형’ 주역을 맡았을 때 “이제 은퇴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릴게임바다이야기 . 올여름엔 카자흐스탄 ‘해적’ 공연에서 다친 동료를 대신해 주역 ‘메도라’를 훌륭히 해냈다. “나윤이, 지젤 들어와”라는 단장의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캐스팅 확정도 아닌데, 리허설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 황홀해서 손이 덜덜 떨렸다”며 웃었다. “오래 곁에서 보아 온 춤이라 몸 안에 남아 있었어요. 처음 연습하는 대목도 음악을 따라가며 기억 속 동작을 꺼냈어요. 긴 터널을 참아낸 보람이 있구나, 버티는 게 진짜 답이구나 싶었어요.” 반듯하고 깨끗하게 춤추는 그에게 김 단장은 “흐트러지라”고 주문했다. 연습이 끝나면 따로 불러 “우리 둘이 감정을 한번 증폭시켜 보자”며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엄나윤은 그 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들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게 만난 지젤은 뜻밖에 행복한 순간부터 슬프게 느껴졌다. “1막에서 웃으면서 춤을 추는데도 너무 슬픈 거예요. 지젤은 도대체 얼마나 알브레히트(남자 주인공)에게 미쳐 있는 걸까. ‘미르타’(‘윌리’의 여왕)고 뭐고 눈에 안 보이는구나. 죽어서도 이 남자를 지켜야겠다는 생각 하나구나….” 엄나윤의 지젤을 움직이는 것은 그 한 가지 마음이다. ◇“지젤? 내가?” 파트너에게 되묻기도 이하연은 이번 기회가 오기 전 동갑에 입단 동기인 수석 무용수 조연재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은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언제일지 몰라도 우리 결혼하면, 아기도 같이 갖고 출산 휴가도 같이 가자고 했어요. 연재가 지젤을 추고 나는 지젤 엄마를 맡아 함께 공연하고 은퇴하면 어떨까, 그런 얘기를 했었죠.” 발레 무용수의 전성기는 짧다. 올 초에는 스스로 기량이 꺾이는 때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때 발레단 일정표의 지젤 갈라 출연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발견했다. 믿기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이름 석 자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도 했다. 갈라 공연을 위해 2막을 준비하던 중 김 단장이 “1막 순서도 외워 놔”라고 했을 때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파트너에게 되묻기도 했다 릴게임주소 . 이하연이 처음 몰입한 감정대로 지젤이 미쳐가는 장면을 연기했을 때, 김 단장은 “하연이만의 해석 좋은데”라고 먼저 칭찬해줬다. 이하연은 “고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당연히 여전히 많지만, 마음이 이끄는 그대로 내 몸의 움직임을 조금 더 믿어도 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입단 10년, 첫 주역… “필요했던 시간” 이은서는 2016년 18세 1개월에 입단해 당시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 기록을 세웠다. 예중·예고나 대학 무용과를 거치지 않은 어린 무용수의 ‘깜짝 발탁’이었다. 첫 전막 주역까지 걸린 10년을 그는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들어와서 첫 사회생활이었어요. 인간관계에서도, 춤에서도 더 경험할 시간이 필요했죠. 더 어렸을 때 주역을 맡았다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을까요.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이 부족했구나 생각합니다.” 입단 무렵 인터뷰에서 가장 부족한 。으로 꼽았던 것은 감정 표현. 그런데 첫 전막 주역이 사랑에 설레고, 배신에 무너지고, 죽은 뒤에도 연인을 지키는 드라마의 주인공 지젤이다. 이은서는 “그때도 지금도 내향적인 성격이라 밖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10년 동안 겪어 온 다양한 감정들을 끄집어내 보려 한다”고 했다. 단장의 지적을 들은 뒤 지도위원과 저녁까지 남아 함께 연구하기도 여러 번. 그는 지금 “처음 알브레히트를 만나는 순간의 수줍음과 설렘에 특히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도 했다. 지젤이 관객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첫 장면이다. ◇관객에 가 닿을 나만의 것을 찾아 안수연은 2021년 입단해 2024년 ‘백조의 호수’ 주역 오데트·오딜로 데뷔한 뒤 ‘라 바야데르’ ‘돈키호테’ ‘호두까기인형’ 등에서도 주역을 맡았다. 전막 주역 경험이 풍부한 그에게도 지젤은 새로운 시험대다. “이전엔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마음이 앞섰어요. 이번엔 제 안에서 나오는 저만의 무언가를 관객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보여드리고 싶어요.” 집에서도 욕실 거울을 보며 눈물 연기와 배신에 미쳐 가는 장면을 연습한다 릴게임야마토 .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김 단장과 연습이 끝난 뒤 한 시간 동안 대화한 적도 있다. 김 단장은 파트너인 수석무용수 허서명과 호흡을 보며 “너네 안 친하니? 진짜로 호감을 더 가져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수연은 “저희 실제로도 진짜 친하다”며 웃었다. “무대 위 감정에 더 깊이 빠져들라는, 지젤의 알브레히트를 향한 진심에 녹아들라는 말씀이겠죠. 더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랬더니 오빠가 정말 더 멋져 보이던걸요.” 인물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병약하고 연약한 소녀로만 생각했던 지젤을 직접 춰 보니 죽은 뒤 미르타에게 맞서 알브레히트를 지키는 강인함이 눈에 들어왔다. “몸은 아프지만 내면은 강하고 단단한 지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커튼콜 뒤에도 관객 마음에 남을 지젤” 공연을 본 관객에게 남기고 싶은 것도 조금씩 다르다. 엄나윤은 자신이 지젤을 볼 때 늘 그렇듯 관객이 “아, 눈물 나”라고 말했으면 한다. 이은서는 “발레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군요”라는 감탄을 듣고 싶다. 안수연은 “테크닉의 완성도보다, 이번엔 드라마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하연은 “한 단어로만 기억되면 오히려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상이 남았으면, 마음속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지젤이었으면 해요.” 네 명의 새로운 지젤은 자신들의 공연이 커튼콜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이길 꿈꾸고 있었다. “무용수들의 노력과 성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새 목표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발레단으로” 김주원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임기 첫 작품으로 ‘지젤’을 공연하는 소감은요? “‘지젤’은 제게 특별한 작품입니다. 무용수로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곁에 있었던 작품입니다. 지금은 우리 무용수들이 각자의 지젤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부담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랑하고 깊이 이해해 온 작품이기에 더 엄격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큰 것은 기대감입니다. 게임렌드릴게임 지금 이 시대의 무용수들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1999년 처음 주역 지젤로 무대에 섰던 갓 스물을 넘긴 발레리나와 지금 국립발레단 단장은 ‘지젤’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작품 전체의 호흡, 무용수들 사이의 관계, 무대 위 감정의 흐름까지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 무용수 안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모습이 숨어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무용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짧고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젤’은 무용수의 나이와 경험, 삶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클래식 발레의 위대함이자, 제가 지금도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엄나윤, 이하연, 이은서, 안수연, 이 네 사람에게서 발견한 ‘지젤의 자질’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지젤을 잘 추는 무용수와 지젤이라는 인물을 살아낼 수 있는 무용수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젤’은 뛰어난 테크닉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이 아닙니다.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음악성, 상대 무용수와의 교감, 그리고 관객이 그 인물의 삶을 믿게 만드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이번 캐스팅에서는 현재의 기량뿐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저는 모든 무용수에게 각자 자신만의 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빛이 드러나는 시기와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네 무용수 모두 서로 다른 개성과 표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이들이 자신만의 지젤을 발견하는 과정이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의미 중 하나입니다.” ▲새 지젤들에게 경험 많은 남자 수석 무용수 파트너를 정해주셨습니다. 파트너링에 익숙한 동시에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네, 그런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지젤’은 두 주역 사이의 신뢰와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입니다. 특히 처음 큰 역할에 도전하는 무용수에게는 무대 위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가 큰 힘이 됩니다. 경험 많은 무용수는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과 무대에서 순간을 만들어가는 감각까지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릴게임 .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끌어주는 관계가 아닌, 서로 다른 경험과 에너지를 가진 두 무용수가 만나 새로운 호흡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저는 국립발레단 안에서 선배 무용수들이 쌓아온 경험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발레단 전체의 예술적 자산으로 축적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무용수를 대거 주역으로 등용했습니다. 이번 한 작품의 실험일까요, 캐스팅 방식 변화의 시작일까요? “저는 무용수의 직급이 예술적 가능성까지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석 무용수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인정받은 자리이고,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동시에 아직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 무용수에게도 역량을 증명할 무대가 필요합니다. 이번 캐스팅은 각 무용수의 기량과 작품에 대한 이해, 역할 적합성,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입니다. 앞으로도 직급이나 경력만으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무대에 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 기회를 자신의 실력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예술적 기준은 결코 낮아져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제가 앞으로 지켜가고 싶은 캐스팅의 원칙입니다. 무용수들의 노력과 성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목표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발레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은 앞으로 국립발레단이 나아갈 방향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7회 공연이 모두 다른 페어입니다. 신선하지만 완성도의 편차라는 위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셨을까요? “일곱 번의 공연이 모두 높은 완성도를 갖는 것은 예술감독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입니다. 다만 완성도가 반드시 동일한 표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무용수의 해석과 파트너 사이의 호흡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살아 있는 공연 예술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한두 명의 뛰어난 무용수에게 의존하는 발레단이 아니라, 여러 무용수가 각자의 색깔로 작품을 이끌어갈 수 있는 발레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관객에게는 일곱 번의 서로 다른 ‘지젤’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 결국 국립발레단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siz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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